삼복더위에 서민 울리는 '金계탕'
삼계탕 한 그릇에 2만원
해 먹기에도 비싼 재룟값
정부 물가안정대책 내놨지만
체감하기 힘든 서민들…
치솟은 물가 언제쯤 나아질까
삼복 중 말복(8월 10일)만을 남겨둔 지금 찜통더위가 전국을 달구고 있다. 하지만 삼복더위를 견디기 위해 '삼계탕'을 챙겨 먹는 것도 쉽지 않은 시절이 됐다. 밖에서 사먹는 가격뿐만 아니라 집에서 해먹기도 부담스러울 만큼 재룟값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시내 삼계탕 한그릇 가격은 1만6423원(이하 6월 기준)이다. 지난해(1만4885원)보다 10.3% 올랐다. 실제로 여의도의 한 삼계탕 전문점에선 한방삼계탕이 한그릇에 2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삼계탕이 '金계탕'이란 말이 나온다.
■ 사 먹는 것도 해 먹는 것도 = '사먹는 것보다 해먹는 게 싸다'는 말도 옛말이 되고 있다. 가격조사 전문기관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삼계탕 재료 가격은 3만4860원에 달했다. 전통시장에서 생닭‧수삼‧찹쌀‧마늘‧밤‧대파‧육수용 약재 등 7개 품목을 구매했을 때 가격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만4390원)과 비교하면 42.9%나 올랐다. 1인분에 8720원이 드는 셈이다. 이마저도 밑반찬 가격, 노동비용 등은 제외한 수치다.
무엇보다 생닭 가격이 60.0%(영계 4마리 기준‧1만2000원→1만9200원) 올랐고, 대파(800원→1200원)와 육수용 약재(4000원→6000원)도 50.0%씩 뛰어올랐다. 한국물가정보 측은 "해마다 품목별 생산량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는데, 올해엔 가격이 떨어진 품목 자체가 없었다"면서 "육수용 약재는 재료비‧인건비‧물류비 상승으로, 닭고기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조류인플루엔자와 사룟값 인상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 물가안정책의 허와 실 = 삼계탕 한그릇 사먹기도 부담스러운 서민들이 많아지자 정부는 물가 안정화 대책을 내놨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월 26일 물가 관련 현안 간담회를 열고 "서민 밥상 물가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최대 100억원을 투자해 8월까지 농축수산물 할인행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집중호우 영향을 크게 받은 양파‧상추‧깻잎‧닭고기 등 5개 품목은 수급이 안정될 때까지 최대 30% 할인행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아울러 올 하반기에 배정된 수입 닭고기 할당관세(현행 관세 20~30%→0% 적용) 물량 3만톤(t)을 8월까지 전량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이런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4~6월에도 170억원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지원대책을 펼쳤다. 소비자가 할인 품목으로 지정한 농축수산물을 구입할 경우, 금액의 20%(대형마트 기준 일주일에 최대 1만원)를 할인해주는 방식이었다. 5~6월에도 할당관세를 적용한 수입 닭고기 3만t을 공급한 바 있다.
하지만 닭고기 가격은 떨어지긴커녕 되레 올랐다. 올해 1월 1㎏당 5794원이던 닭고기(10호 기준) 소매가격은 매달 상승하더니 6월엔 6439원을 기록했다. 과연 서민들은 다가오는 말복엔 부담 없이 삼계탕을 먹을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