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 자신과 싸우는 기분이었어요" 정호영, 코트를 돌아보다-①

권수연 기자 2023. 7.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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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세,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정호영(KGC인삼공사)은 계속해서 고민 중이다.

정호영의 이번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성적은 30득점 중 블로킹 6득점, 매치 당 0.50, -28.30%의 효율을 기록했다.

대전 훈련장에서 지난 24일, 본지와 만난 정호영은 "지난 해에는 나도 처음이고, 외국 코칭스태프들의 방식이나 국가대표팀에 섞여드는 것만 해도 정신이 없었다"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정호영은 "지난 해 리그에서 계속 시도했던 속공을 마르티네즈가 구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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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인삼공사 정호영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대전, 권수연 기자) 22세,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정호영(KGC인삼공사)은 계속해서 고민 중이다. 잘하려는 욕심도 났고, 부진한 성적에 자책했고, 욕심에 대한 끝없는 성찰도 이뤄졌다. 

올해도 어김없이 높고 뼈아픈 세계의 벽을 체감하고 돌아왔다. 정호영의 이번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성적은 30득점 중 블로킹 6득점, 매치 당 0.50, -28.30%의 효율을 기록했다. 

그의 이름은 지난 해에도 대표팀 명단에 빠지지 않고 올랐다. '세자르 호'의 2년 차, 달라진 점이 체감될까. 대전 훈련장에서 지난 24일, 본지와 만난 정호영은 "지난 해에는 나도 처음이고, 외국 코칭스태프들의 방식이나 국가대표팀에 섞여드는 것만 해도 정신이 없었다"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지난 해에는 제가 상대팀에 대해 어떤 플레이, 스타일이 뭐고 주공격수가 뭔지 하나도 모르는 상황에서 맨 땅에 헤딩했었거든요. 이걸 겪고나니 올해는 어느 정도 보완책을 알고 들어갈 수 있었죠. 그런데 상대랑 싸우는 것보다는 우리들끼리 자꾸 무너지니 우리 자신과 싸우는 기분이 더 컸고요.  V-리그는 6개월 내내 6번 만나니 분석이 되지만, VNL은 한 경기에 한 번이라 정말 최선을 다해야 되더라고요. 진천에서 훈련할 때는 적응해서 괜찮을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뛰어들어보니 더 어렵게 느껴졌어요."

대표팀을 떠나 현재 한국 배구판 전체에 현재 속공, 리딩 및 유효블로킹 등의 비율을 높이는 중원 활용법이 과제로 대두됐다. 앞서 이다현, 양효진(이상 현대건설), 이주아(흥국생명) 등 인터뷰를 치른 미들블로커들도 그들 나름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바 있다.

정호영 역시 속 깊이 묻어두었던 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국제무대는 항상 공격수 4명이 준비하고 있다. 리시브가 아무리 떨어져도 최대한 달려가서 오버토스로 올려주고, 리베로도 점프토스로 페이크 스킬을 활용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리딩블로킹같은 경우는 발과 제 몸을 분리시켜놔야만 블로킹이 되는 느낌이다. 또 주 공격수가 아포짓에 있으면 원블로킹을 주고 가겠다 하는데, 태국, 일본전에서는 공을 받자마자 모든 공격수가 들어올 준비를 하는게 보여 너무 혼란스러웠다. 리딩블로킹은 정말 배구 기술 중에 가장 어려운 것 같다. 한국 역시 4명의 선수가 공격 준비를 한다면 타 팀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GC인삼공사 정호영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가장 눈여겨봤던 선수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히네이리 마르티네즈(190cm)다. 이유도 확실하다. 정호영은 "지난 해 리그에서 계속 시도했던 속공을 마르티네즈가 구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타 선수에 비해 제가 발이 느리지만 신장이 크니 반박자 템포를 낮춰 들어가는 세미속공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타고난 탄성과 파워가 다르기에 완벽하게 따라서 구사하기는 어렵다. 다만 국내 대회에서는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낮아서 못 때리는 볼은 있어도 높아서 못 때리는 볼은 없다"는 그는 "그래서 세터들에게 편하게 높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런 속공을 시도하면 손에 빗맞을 일이 적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는 특히 생각한만큼의 경기력을 펼치지 못했다. 홈에서 열린 3주차에는 교체로 인해 기회를 거의 받지 못했다. 팀에 안타깝고, 또 죄송한 마음도 컸다. VNL 24전패, 성적을 내지 못해 비판의 한복판에 섰던 세자르 감독을 지척에서 바라본 그는 "(감독직은) 누가 와도 힘든 자리"라며 어렵게 입을 뗐다. 

"한참 힘들 때 세자르 감독님이 잠깐 울컥하셨거든요. 언젠가 미팅할 때 저희에게 오셔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너희가 나한테 '감독님 잘하고 있다, 이런 말을 한번 한 적이 있느냐. 그런 말을 듣고 싶지도 않지만, 너희도 힘든데 나는 지금 어떨 것 같느냐'라고요. 근데 감독님이 '하지만 나는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교과서에 실려도 부끄럽지 않다. 내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행복하다. 그러니까 너희도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배구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해라'라고 하셨어요." 

"우린 우리끼리 힘든 것만 생각했는데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부끄러워지더라"고 고백한 정호영은 "우리가 먼저 감독님을 응원해드렸다면 조금이라도 덜 힘드시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정말 프라이드가 남다른 분이다"라고 말했다.     

▶ 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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