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책-여름휴가@추천] ②사월의책 ‘분해의 철학’ ‘마음의 철학자’ ‘철학자의 사랑법’
|여름휴가에 들고 가면 지적으로 보일 유명한 책을 출판사별로 선정했다. <편집자주>
[마이데일리 = 이지혜 기자] 작년에 주목받은 도서 가운데 사월의책에서 5권을 골랐다. 휴가라고 가벼운 책만 집어들 필요는 없다. 평소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즐겨봤다면 인문서로 색다른 휴식을 취해보자.
◇분해의 철학 - 부패와 발효를 생각한다 | 후지하라 다쓰시 지음(박성관 옮김)
악취가 나고 형체가 흐물흐물해지는 부패에 대해 우리는 불편함을 느낀다. 그러나 부패 없이 세상이 돌아갈 수 있을까? 썩지 않는 플라스틱으로 인해 해양 쓰레기가 쌓여가고, 자연의 분해 능력을 넘어선 온실가스에 의해 기후위기가 눈앞에 닥쳐왔다. 이 책은 생태학 개념인 ‘분해’를 주제로 삼아 철학, 생물학, 인류학, 문학 등을 가로지르며그간 주목받지 못한 분해 현상에 새로운 빛을 비춘다. 생산과 소비의 순환적 관점에서 벗어나 ‘분해’와 ‘부패’의 관점으로 눈을 돌리면, 현재의 기후위기를 극복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마음의 철학자 - 키르케고르 평전 | 클레어 칼라일 지음(임규정 옮김)
실존주의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덴마크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에 대한 평전. 키르케고르는 비트겐슈타인, 릴케, 카뮈, 사르트르에게 영감을 주었고 헤겔, 마르크스, 니체와 함께 19세기의 가장 중요한 철학자로 여겨진다. 그는 ‘누구로 존재해야 하는가’, ‘타인에게 어떻게 보여야 하는가’와 같이 현대인의 삶에 짙게 드리운 불안감을 직시하고 그것과 몸소 싸운 우리 시대의 작가였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개인의 불안감은 커져 가고 삶의 생동감은 실종된 기묘한 현대 상황을 타파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병든 의료 - 현장 의사에게 듣는 현대 의학의 자화상 | 셰이머스 오마호니 지음(권호장 옮김)
현대 의료가 병을 치료하기보다는 오히려 병을 만들어내고, 의학이 인간 수명을 늘린 것이 아니라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에 의학이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그러나 조금만 이상을 느끼면 병원을 찾는 ‘의료 과잉’의 시대임에도 환자와 의사 모두 만족스러운 경우는 드물다. 이 책은 “치료받아야 할 것은 환자가 아니라 현대 의료 자체”라고 말한다. 현대 의료는 의료소비를 조장함으로써 한정된 사회적 자원을 독점하고 불평등을 심화하는 주범이다. 이 책은 연민과 돌봄이라는 의료의 참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현대 의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필독서이다.
◇철학자의 사랑법 - 김동규 철학 산문 | 김동규 지음
사회적, 정치적 갈등이 격화되고 혐오 발화가 만연해도, 여전히 우리는 다정함, 우정, 사랑, 친절에 관한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이 책은 철학자 김동규가 철학과 시와 예술을 오가며 우리 시대의 사랑론을 깊이 성찰한 결과물이다. 예로부터 사랑은 플라톤의 ‘에로스’처럼 철학의 주된 사유 대상이었고, 철학의 본령 가운데 하나였다. 사랑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모순적이다. 한쪽에는 사랑 담론의 과잉이, 다른 한쪽에는 사랑의 부재가 있는 이율배반적 현실이다. 이 책은 그럼에도 사랑이 어떻게 우리 삶의 가장 깊은 바탕이 될 수 있는지를 찬찬히 설득한다.
◇만들어진 유대인 | 슐로모 산드 지음(김승완 옮김)
멀리 튀르키예에서 고대 한민족의 흔적을 찾아내는 식의 유사역사학이 있다. 유사역사학의 원조라면 역시 유대인 신화를 빼놓을 수 없다. “2천 년의 유랑 속에서도 끝내 살아남아 옛 고향땅을 되찾은 뛰어난 민족”이라는 서사다. 이 책은 이런 설명이 완전한 허구임을 밝힌다. 유랑은 없었고, 따라서 고향땅에 남아 지금까지 살아온 팔레스타인인들도 같은 뿌리의 사람들이라는 것. 이 책은 민족주의에 배인 신화가 어떻게 폭력적 패권주의로 이어지고 내부 구성원을 억압하는 근거가 되는지를 밝히는 점에서, ‘한민족’에 취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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