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의 긴 동행…길은 오래돼도 질문은 끝나지 않아
증례 1.
그는 이제 마흔 중반, 의젓한 풍채의 중견 세무 공무원이다.
느린 말씨와 점잖은 거동에서 무게가 느껴진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청색증이 심해 불편해 보인다.
무엇이 문제일까?
그는 삼첨판막 폐쇄[사진1-1]라는 청색증성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났다.
어찌된 영문인지 여섯 살에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모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상행 대동맥과 주폐동맥 사이에 6 mm 굵기의 커다란 인조 혈관을 연결하는 수술이었다.
이 병은 결국 왼쪽 심실 하나만으로 살아야 하는 단심증이다. 이제는 폰탄 수술이 해결 방법이며 두 번 혹은 세 번에 나누어 수술을 하여야 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그때는 그랬다(고식적 체-폐동맥 단락술이 마지막이라고 판단한 것이리라).
아직 폰탄 수술이 덜 익숙하고 결과도 만족스럽지 못할 때였다.
아마도 아무런 치료없이 6 살까지 살아온 것이 놀라운 사실이었을 것이다.
또한 단숨에 폰탄 수술을 시행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임상적인 문제점들이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9 살이 다 되어 나에게로 왔다.
1989 여름. 볼티모어. 미국 학회에서는 단심증 환자들에게 '양방향성 상대정맥-폐동맥 문합술(Bidirectional Cavopulmonary Shunt, BCS)' [사진1-2]이 매우 유용한 치료법이라는 발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1971 년 폰탄 수술이 보고된 후 단심증 환자들의 치료에서 등장했던 새로운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즉, 영유아기에 일차 수술을 시행하고 서너 살 무렵에 폰탄 수술을 받기까지, 기다리는 동안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문제점들(산소 포화도의 개선, 적정한 폐동맥 압력의 유지, 하나뿐인 심실의 보호 등)에 대한 많은 흉부외과 의사들의 고민이 해결되는 장면이었다. 사실은 상대정맥과 우폐동맥의 문합술은 이전에도 글렌 수술(Glenn operation)이라는 명칭으로 시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우폐동맥을 주폐동맥으로부터 분리한다는 점이 두 수술의 차이점이다[사진1-3].
필자는 운이 좋게도 상기 학회에 참석하였고, 귀국 후 마침 이 환자를 보게 된 것이다.
(국내 최초로 BCS를 시행하여, 이 환자를 포함한 10례의 결과를 1989년 12월 세종의학 잡지에 보고하였다.)
즉각 수술을 시행했다. 기존의 인조 혈관을 제거하여 상행 대동맥과 주폐동맥을 분리하고 상대정맥과 폐동맥을 연결해 주었다. 산소 포화도는 수술 전 60%에서 수술 후 85%로 현저히 개선 되었다. 그러나 이미 폐동맥 압력이 정상 보다 많이 올라가 있었다. 첫 수술 시 커다란 인조 혈관을 넣어주어 폐동맥 압력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이대로 폰탄 수술을 한다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폐동맥 압력이 떨어져주기를 기다렸다. 여러 차례의 검사와 토의를 거쳐 4 년 후(14 살)에 폰탄 수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폐동맥 압력이 높아 이 압력을 감해주는 시도(Fenestrated Fontan)를 포함하여야 했다[사진1-4]. 수술 후 회복 과정은 너무도 힘들었다. 높은 폐동맥 압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이는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 내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학업에 충실하였고, 대학 졸업 후 세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이 또한 기적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세월이 흘러가면서 청색증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고 객혈도 하기에 이르렀다. 검사 결과 '폐동정맥루'[사진1-5] 라는 심한 폐혈관 이상 때문에 체순환에서 허파꽈리로 혈액이 가지 못하고 중간에 새어 나가므로 산소 포화도가 낮아지고, 이를 보상하기 위해서 혈관들은 더욱 이상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 결과 객혈도 하게 된 것이다. 이제 평상 시 산소포화도는 70~80% 정도에 머무른다. 좌심실 기능도 현저히 감소되었고, 심방 세동이라는 부정맥도 문제이다. 간경화도 심해지고 있다.
그와 나는 폰탄 수술 후 30년의 세월을 함께 겪어내고 있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이다.
증례 2.
그녀는 이제 50 중반이 된다.
그러나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친정 어머니께서 늘 함께 오셨다.
필자에게 폰탄 수술을 받은 삼백여 명의 환자 중 제일 나이가 많은 경우다.
진단은 다비증후군(Polysplenia syndrome)이면서 방실중격 결손과 폐동맥 협착을 동반한 단심증이다[사진2-1].
스물 아홉의 나이까지 잘 지낸 편이지만 청색증을 해결하고자 수술을 받게 되었다. 일차, 이차의 준비 과정 없이 직접 폰탄 수술을 받았다. 이후 결혼하여 자녀를 낳고 행복하게 살고있다(사실은 단심증 환자에게 임신은 너무나 큰 부담이므로 권하지 않는다). 수술 후 25 년이 지난 현재도 산소포화도는 90%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간경화가 심하고 판막 기능과 심실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환자와 가족과 치료자의 긴 세월에 걸친 동행의 결과는 항상 밝지만은 않다.
@ 무엇이 문제인가?
앞의 여러 증례에서 보았 듯이 폰탄 수술 후, 여러 심각한 합병증들이 나타난다.
-단백 상실성 위장증(Protein-losing enteropathy)
-청색증의 재발
-심실 기능 저하
-부정맥
-혈전 색전증
-간 기능 저하…
우심실의 기능 없음이라는 내재적인 문제로 인한 것들이다.
그래서 처음 닥터 폰탄 자신도 이 수술을 시행하기에 앞서 10가지의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경우에만 수술을 권했다. 또한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이나 텍사스 아동병원(Texas Children's Hospital) 에서는 폰탄 수술 위험 스코어나 위험 인덱스를 개발하여 좀더 바람직한 수술 결과를 얻고자 시도하였다. 그러나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그룹의 환자들 에게 서도 여전히 같은 합병증들이 나타난다. 증상은 알고 있는데 그 병태 생리학적(Pathophysiology)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기까지 에는 시간이 걸렸다.
심장 MRI 검사를 이용하여 비침습적 방법으로 실시간 심박출량과 주요 장기에 대한 그 분포를 알게 되면서 이러한 증상들의 발생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중요한 연구는, 선천성 심장병을 진단하는 소아심장 전문의나, 수술하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실행한 것이 아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그것도 우리나라 출신의 훌륭한 인물이 밝혀내었다(Yoo SJ et al. Korean J Radiol. 2019 Jul;20(7):1186-1194).
폰탄 수술 후 심박출량은 감소한다.
복부 장기, 특히 간과 장으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한다.
특히 변형된(fenestrated) 폰탄 수술 후 심하다.
그 누적된 악영향이 높은 중심정맥 압력과 더불어 여러 증상을 만든다.
이러한 변화는 수술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모든 환자에게 일어난다.
@ 어찌해야 할까?
앞에서 살펴본 여러 증례를 돌이켜보면, 단심증 환자들이 운동 능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산소 포화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인지능력은 훌륭히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 산소 포화도를 90% 이상 유지하기 위해서는 폰탄 수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러 치명적인 합병증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 생리학적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산소 포화도를 약간 낮게 유지하더라도 다른 장기에 손상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서동만 교수 (seod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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