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 등 '불법 공매도' 수두룩.. 이유는 죄다 착오?
대부분 착오·과실…'법 위반 고의 없었다' 주장
증선위, 과징금부과 '엄단'보단 '합리성' 선택
올해부터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를 한 외국계 금융회사들의 명단이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로 과징금 등 처분을 받은 대상자들을 공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적발된 외국계 금융사들은 하나같이 고의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착오나 과실로 무차입 공매도를 했다고 해명했다.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차입공매도는 현재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자본시장법 위반사항, 즉 불법공매도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가 지난 5월과 이달 초 공개한 회의 내용에 따르면 올해 금융당국이 불법공매도로 과징금을 부과한 외국계 금융사는 총 9곳이며, 과징금 총액은 68억9820만원이다. 불법공매도 대상이 된 종목은 SK㈜를 비롯해 에코프로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 등 다양했다.
그러나 9곳 외국계 금융사들은 한결 같이 착오 또는 과실로 인해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이라며 불법 공매도에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결같이 '고의성 없는 착오' 해명
증선위에 따르면 스위스 은행 UBS AG의 홍콩 데스크는 지난 2021년 5월 SK㈜ 주식 1만7418주에 대해 무차입공매도를 했다.
이에 대해 UBS AG는 "주식차입거래 시스템을 정비하는 시간에 직원이 수작업으로 주식 매도스왑 수량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다른 종목과 착각해 SK㈜의 실제 보유주식수보다 많은 수량을 입력했다"며 "이에 따라 1만7418주에 대한 공매도 주문이 승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도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한 것은 아니라는 항변이다.
금감원은 애초에 UBS AG의 공매도 위반을 중대한 과실로 보고 무차입공매도 수량과 체결되지 않은 주문수량까지 합산해 UBS AG에 과징금 35억963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UBS AG가 미체결된 주문까지 포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하자 최종 의결을 맡은 증선위는 무차입 공매도 수량(1만7418주)에만 과징금 21억8380만원을 부과했다.
오스트리아 금융회사 ESK자산운용(에르스테에셋매니지먼트 GmbH)도 지난 2021년 8월 에코프로에이치엔 주식 4만2564주를 무차입 공매도했다.
ESK자산운용은 투자중개업자인 모 증권사에 에코프로에이치엔 주식 21만744주 매도주문을 위탁했다. 해당 증권사는 위탁받은 내용에 따라 주식을 매도했는데 문제는 에코프로에이치엔의 무상증자 신주가 입고되기 전 이를 선반영해 매도주문을 하면서 무차입 공매도가 이루어졌다.
이에 대해 ESK자산운용은 "법 위반에 고의가 있는 것이 아닌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증선위는 최종적으로 ESK자산운용에 대해 과징금 38억7400만원을 부과했다.
무차입공매도 과징금 최소 110만원
지난 5월 증선위 의결을 통해 무차입 공매도로 과징금을 받은 7곳의 외국계 금융사 역시 불법공매도의 이유를 착오 또는 과실이라고 해명했다.
2021년 6월 SK㈜ 주식 1만1197주를 무차입 공매도한 미즈호증권 아시아는 내부 거래시스템에 따라 매도주문이 먼저 나가고 그 다음 차입하는 구조로 인해 무차입공매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미즈호증권 아시아 법률대리인은 지난 5월 열린 증선위에 참석해 "차입잔고에 주식이 실질적으로 반영된 것이 아닌 경우 공매도 주문이 나가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며 "이번 사안은 의사소통에 착오가 있어 그날만 문제가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증선위는 미즈호증권 아시아의 무차입공매도에 대해 착오로 판단하고 과징금 7억3370만원을 부과했다.
증선위는 또 선익시스템 주식 4000주를 무차입공매도한 문체이스자산운용에 과징금 2760만원을 부과했다.
아울러 ▲샘자산운용(한국주강 2500주), ▲레이라이언트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알테오젠 579주) ▲JP모건(에스에너지 786주) ▲AUM인베스트먼트(에코프로에이치엔 250주) ▲캐나다연기금 CDPQ(에코프로비엠 929주)에 대해서도 무차입공매도 위반에 따른 과징금을 부과했다.
해당 증권사들도 모두 착오나 과실로 인해 무차입 공매도를 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증선위으로부터 받은 과징금은 ▲샘자산운용 110만원 ▲레이라이언트 인베스트먼트 리서치 730만원 ▲JP모건 110만원 ▲AUM인베스트먼트 480만원 ▲CDPQ 6480만원 수준이었다.
금감원은 '엄단' 강조.. 증선위는 '합리성' 선택
하나같이 착오 또는 과실로 의도 없이 무차입 공매도를 했다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입장은 고스란히 증선위 과징금 부과결정에도 반영됐다.
기본적으로 무차입공매도에 대한 과징금 기준은 자본시장법 제429조의3에 따라 위반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증선위는 자체 논의를 통해 무차입 공매도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시행 초기(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지난 2021년 도입)인 만큼 무차입 공매도 규모 수준으로 무조건 과징금을 부과하기 보단 고의나 실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부과하자는 입장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황은 지난 3월 ESK자산운용에 대한 과징금 부과에서도 드러난다. 앞서 금감원이 ESK자산운용에 부과한 과징금 액수는 79억원이었다. ESK자산운용이 위탁 매도주문을 한 21만744주 전량을 무차입 공매도한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ESK자산운용이 최초 매도주문을 위탁한 4만3564주에 대해서만 과실을 인정한다며 항변하자 증선위 최종의결에서는 과징금 액수가 38억7400만원으로 줄었다.
증선위가 과징금 액수를 낮춘 결정적인 계기는 ESK자산운용이 꾸준히 상한가보다 높은 가격에 에코프로에이치엔 주식에 대한 매도주문을 냈기 때문이다. 증선위는 ESK자산운용이 시장에 대한 하방압력을 줄 목적이 없었다고 보고 해당 사안을 중과실에서 과실로 하향조정했다.
금감원이 중과실로 판단한 UBS AG의 SK㈜ 주식에 대한 무차입 공매도 역시 증선위는 과실로 하향조정하고 과징금 액수도 기존 35억9630만원에서 21억8380만원으로 낮췄다.
지난 5월 열린 논의에서도 증선위원들은 '엄단'보단 '합리'적인 쪽으로 과징금 부과 기준을 택했다.
당시 증선위 소속 위원은 "지난번 UBS AG와 ESK자산운용 처리건과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고려를 한다면 공매도 과징금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구체적 사안별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증선위 소속 위원도 "단순히 주문금액에 따라 과징금을 기계적으로 부과하기 보단 과징금의 크기와 실수의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며 "또 무차입공매도가 일어났을 때 이를 관리하는 내부통제도 못지않게 중요한 만큼 과징금 부과에 어느 정도 여지를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지난 5월 불법공매도 조사 및 조치경과 보고를 통해 공매도를 악용한 불공정거래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3월 UBS AG와 ESK자산운용에 과징금을 내린조치는 금융당국이 불법공매도 엄단을 위해 그동안 노력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 5월 기준 금감원이 제재조치를 추진하고 있는 불법 공매도는 43건으로 대부분 과징금을 부과해야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불법 공매도 엄단에 대한 일반투자자들의 관심이 큰 만큼 추가적인 공매도 위반 사례에 대해 향후 증선위 등 금융당국의 제재조치가 어느 정도 수준일지 지켜봐야 할 지점이다.
김보라 (bora5775@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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