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해킹·자금세탁 도운 中은행 제재'와 美애국법 311조
북한 암호화폐 탈취·자금세탁 막기위한 카드로 다시 부각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미국에서 '애국법'(the US PATRIOT Act)이라고 부르는 법의 공식명칭은 '테러집단을 중단, 저지시키는데 필요한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미국을 단결시키고 강화시키는 법'이다.
이 법은 2001년 911 테러공격의 충격 속에 미국 의회를 통과했고, 2001년 10월 26일 대통령 서명으로 발효됐다.
애국법은 별도로 '국제자금세탁방지 및 반테러금융법'으로 불리는데 이 중에서도 미국의 테러집단, 또는 핵무기 개발국가에 대한 금융제제에 사용되는 조항은 311조이다.
애국법 311조는 911테러를 계기로 국제 테러집단이나 불량국가의 불법 자금원을 추적 제재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이 조항은 북한에도 적용된 적이 있는데, 2005년에 있었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대표적인 사례다.
2005년 9월 15일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법집행네트워크(FinCEN)는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마카오의 BDA를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했다. 최종지정이 아닌 예고에 불과했지만 BDA는 한순간에 미국 금융망 접근이 차단되는 상황에 처했다.
미국과 연계된 은행과의 거래는 물론 달러 사용도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사형 선고'와 같은 충격을 준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BDA는 즉각 북한 자금 2천500만달러를 동결했고, 중국내 20여개 은행들도 일제히 북한과의 관계를 끊었다. 당시에는 이를 'BDA 사태'로 불렀고, 이로 인해 북핵 6자회담은 한동안 공전되는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최근 북한이 암호화폐 탈취 등 사이버 공격으로 막대한 자금을 조성해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에 사용하는 것이 공론화된 상황에서 다시한번 BDA 사태가 조명받고 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27일(현지시간) 하원 외교위원회 인도태평양 소위원회가 정보기술(IT)을 활용한 북한의 불법자금 조달을 주제로 개최한 청문회에서 "미국은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자국 내 북한 해킹 네트워크를 해체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쉽게말해 북한의 해킹을 통한 불법자금 세탁을 지원하는 중국 금융기관을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미국 당국이 중국 금융기관을 상대로 제재를 가한다면 이 때 적용되는 법조항이 바로 애국법 311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국법 311조는 3개 파트로 구성되는데 우선적으로 미국 재무부 장관이, 미국 이외의 국가, 미국 밖에서 영업하는 금융기관,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이루어지는 금융거래, 또는 계좌가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primary money laundering concern)이라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돼야 한다.
이 조건에 충족되면 '특별한 조치'(special measures)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별한 조치는 BDA사태에서 보듯 해당 금융기관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수단을 의미한다.
외교가에서는 클링너 선임연구원의 발언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최근 북한의 불법 해킹과 암호화폐 탈취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가 동원되는 가운데 미국 재무부가 '확실한 물증'을 토대로 일부 금융기관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영 김 미 하원 외교위원회 인태소위 위원장(공화·캘리포니아)은 "중국은 북한이 사이버 공격을 하는 데 필요한 디지털 기반 시설을 제공해 북한의 사이버 범죄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며 "북한 사이버 범죄를 겨냥한 우리의 제재와 법 집행 활동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앤디 바 의원(공화·켄터키)이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 은행에 대한 2차 제재와 관련해 "우리 화살통에 강력한 도구가 있는데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의회가 재무부에 이 도구를 활용할 권한을 줬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향후 미국 당국의 행보와 연관해 의미있는 발언으로 평가되고 있다.
lw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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