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가면 정후 형 올 수 있으니까” 모자에 새긴 51번...최강 에이스는 기적을 꿈꾼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2023. 7.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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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 가면 그래도 (이)정후 형이 올 수 있으니까...올라가고 싶네요.”

팀 리더 없이 맞이한 홈 6연패, 팀 2연패 등판 경기. 어느덧 키움 히어로즈의 대들보로 완벽하게 자리 잡은 팀 에이스 안우진(23)은 시즌 아웃을 당한 ‘형’ 이정후(24)의 번호 51번을 모자에 새기고 함께 경기를 펼쳤다.

키움의 현재 순위는 9위. 현실적으로 가을야구에 어려움이 많다. 이정후 역시 3개월 재활이 필요한 수술을 이제 막 마쳤다. 하지만 투타 에이스들은 함께 가을야구의 기적을 꿈꾸고 있었다.

안우진은 부상을 당한 이정후의 등번호 51번과 역시 부상으로 빠진 임지열의 29번을 모자에 새기고 마운드에 올랐다. 사진(고척)=김원익 기자
키움은 2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정규시즌 경기 안우진의 완벽투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키움은 고척 6연패를 끊었고, 주중 시리즈 첫 2경기 패배를 완승으로 설욕하며 2연패에서도 벗어났다.

안우진은 8이닝 2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쳐 시즌 7승(6패)째를 수확했다. 동시에 개인 한 시즌 두 자릿수 탈삼진 경기 기록을 지난해 6경기를 넘어선 최다 7경기로 늘렸다.

올 시즌 안우진은 4월 1일 고척 한화전 12탈삼진(역대 개막전 최다탈삼진), 4월7일 창원 NC전 12탈삼진, 4월 19일 고척 삼성전 10탈삼진, 5월 6일 고척 SSG전 10탈삼진, 7월11일 고척 KT전 11탈삼진, 7월 27일 고척 한화전 10탈삼진으로 홈에서 압도적인 탈삼진 머신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다.

27일 경기에서도 안우진은 완벽했다. 단 한 차례도 주자의 2루 득점권 진루를 허용하지 않으며 최고 158km의 강속구는 물론 슬라이더(25구)에 커브(20구)까지 완벽히 제구되면서 한화 타선이 전혀 힘도 쓰지 못했다. 거기다 체인지업(9구)까지 섞어 투구수 단 99구로 8이닝을 막는 효율적이면서, 10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는 위력적인 투구로 한화 타선을 제압했다.

매 이닝 피칭 전략도 완벽하게 통했다. 1회 이진영을 헛스윙 삼진, 정은원을 좌익수 뜬공, 노시환을 3루수 땅볼로 각각 아웃시켰다. 이어 2회에는 채은성을 154km 직구로 헛스윙 삼진, 윌리엄스를 132km 커브로 루킹 삼진, 권광민을 133km 커브로 루킹 삼진 처리하면서 세 타자 연속 삼진을 솎아내는 괴력을 보였다. 2연속 삼자범퇴 행진.

사진(고척)=김원익 기자
안우진은 3회 초 2개의 아웃카운트를 잘 잡아놓은 이후 이도윤과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내줘 첫 주자 출루를 허용했다. 하지만 후속타자 이진영을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하고 이닝을 매조졌다.

이어 안우진은 4회 이닝 선두타자 정은원에게 이날 경기 첫 안타를 내줬다. 그러나 후속 타자 노시환에게 땅볼을 끌어내 유격수 방면 더블플레이를 유도한 이후 채은성은 2루수 직선타로 아웃시키고 이번에도 위기를 가뿐하게 넘겼다.

이어 안우진은 5회 2개의 삼진, 6회 3개의 뜬공 아웃을 각각 잡아내며 마치 머릿속에 생각한대로의 플레이를 마운드에서 그대로 구현했다. 안우진은 7회 1사 후 노시환에게 오랜만에 안타를 맞았지만 그마저도 이후 4번타자 채은성을 좌익수 뜬공, 5번타자 윌리엄스를 스트라이크 낫 아웃 처리했다.

안우진은 투구수 80구를 넘긴 8회에도 157km의 강속구를 뿌리며 하주석과 박상언을 연속 삼진 처리하는 등 8이닝 무실점 역투로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투구수 99구. 만약 키움 코칭스태프가 보수적으로 안우진의 투구수를 관리하지 않았더라면 개인 첫 완봉투도 충분히 노려볼만했다.

경기 종료 후 만난 안우진은 완봉승은 고려하지 않았냐는 취재진 질문에 “(웃으며)투구수가 80개였으면...(노려봤을 텐데) 100구였고, 그 이후 좋았던 기억이 많지 않아서 마무리 투수 (임)창민 선배도 계시기에 내려왔다”며 기록은 크게 욕심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안우진에게 있어서 승리가 반드시 필요했던 이유가 있다. 바로 고척 홈에서의 팀의 6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책임감에 더해 당일 오전 왼쪽 발목 수술을 마친 이정후를 향한 마음도 있었다.

사진=김영구 기자
안우진은 절친한 팀 동료이자 선배인 동시에 개인적으로 친분이 깊은 형인 이정후를 평소에도 믿고 따른다. 그렇기에 27일 경기에서도 이정후의 번호인 51번과 역시 부상 중인 임지열의 29번을 모자 위에 새기고 마음만은 ‘함께’ 마운드에 올랐다.

안우진은 “오늘(27일) 수술하기 전에 어제 밤에도 자정 쯤에 선배들과 같이 영상 통화를 했다. 또 아침에 일어나서도 연락하고 통화하면서 ‘잘 해라’고 형이 얘기를 해줬고 나도 몸 상태를 물어보면서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우리가 가을 야구 가면 그래도 (이)정후형 올 수 있으니까 좀 올라가고 싶다”며 가을야구에서 이정후와 함께 재회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

이정후의 부상 재활은 수술 이후 3개월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재활 이후 경기력을 회복하는 기간도 필요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가을야구에 맞춰 복귀하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27일 이정후는 수술을 마친 직후 자신의 SNS에 “빠르게 회복해서 꼭 그라운드에서 다시 뵙겠습니다”라는 다짐을 전하기도 했다.

키움 역시 현재 9위로 떨어져 있는 가운데 이정후 없이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롯데 자이언츠와의 승차 3.5경기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영웅 군단을 이끈 주역들은 또 한 번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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