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젊은 피가 쥐 수명 10% 늘렸다
몸 분리 후에도 수명 연장 효과 나타나
얼마 전 미국의 한 억만장자가 아들의 ‘젊은 피’로 젊어지려고 시도하다가 도중에 중단한다고 밝혔다. 여러 검사에서 수혈(輸血)로 인한 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물에서는 여전히 젊은 피 수혈이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피의 회춘(回春) 성분만 찾아내면 노화를 막을 신약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미국 듀크대 의대의 제임스 화이트(James White) 교수와 하버드 의대의 바딤 글라디셰프(Vadim Gladyshev) 교수 연구진은 2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노화’에 “젊은 쥐의 피를 늙은 쥐에게 수혈해서 수명을 10%까지 연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람으로 치면 8년을 더 사는 것과 같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인간의 항노화 치료를 위한 것은 아니지만, 젊은 쥐의 피에 수명 연장을 촉진하는 성분들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칼로리 섭취 제한과 같은 유전자 반응
과학자들은 1860년대 이래 두 동물의 몸을 연결하는 병체(竝體, parabiosis) 수술 실험을 했다. 처음엔 혈액의 기능을 밝히는 것이 주요 목표였지만, 최근에는 노화를 막는 방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여러 연구에서 늙은 쥐와 어린 쥐의 피부를 꿰매고 혈관을 연결하면 늙은 쥐의 뇌와 간, 근육이 젊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늙은 쥐가 몸에서 어린 쥐를 분리하고도 오래 살 수 있는지는 불분명했다.
연구진은 생후 20개월 된 늙은 쥐들의 몸을 3개월 짜리 어린 쥐 또는 다른 늙은 쥐와 3개월 동안 연결했다. 지금까지 병체 수술 연구보다 2배는 더 길게 몸을 연결한 것이다. 그 다음 쥐들을 분리해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 측정했다.
실험 결과, 젊은 쥐와 몸이 연결됐던 늙은 쥐는 다른 쥐보다 수명이 10% 연장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젊은 쥐는 늙은 쥐와 몸이 연결되면서 노화가 급속히 진행됐지만, 몸이 떨어지자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듀크대 연구진은 “사람으로 치면 50세에게 18세의 혈액을 8년 동안 수혈해 수명을 8년 늘린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한 나이와 상관관계가 있는 후성유전학적 시계를 사용하여 어린 쥐와 연결된 늙은 쥐가 생물학적으로 더 젊어졌는지 확인했다. 후성유전학은 이름 그대로 태어날 때 물려받은 DNA 유전정보는 변함이 없지만 이후 성장하면서 DNA의 구조적 변화로 유전자 기능이 바뀌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실제로 늙은 쥐는 젊은 쥐와 몸이 분리되고 두 달 뒤에도 늙은 쥐와 결합했던 쥐보다 최대 30%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에 젊은 쥐와 짝을 이룬 늙은 쥐는 특정 대사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하고 염증 유전자의 발현이 감소했다. 이는 칼로리 섭취를 제한한 쥐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되는 반응이었다. 2012년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식이 요법으로 쥐의 칼로리 섭취를 제한해 수명을 27%까지 연장한 바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토니 와이스-코리(Tony Wyss-Coray)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지에 “(젊은 피 수혈로 인한)효과가 일시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실험”이라고 말했다. 와이스-코리 교수는 지난 2014년 ‘네이처 메디신’에 젊은 쥐의 혈장(혈액에서 혈구를 제외한 액체)을 늙은 쥐에게 주입해 뇌기능을 향상시켰다고 발표했다.
◇젊은 피의 회춘 성분이 신약될 수도
화이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젊은 쥐의 혈액에 들어있는 세포나 단백질 또는 다른 성분이 늙은 쥐로 흘러 들어가서 젊어지게 하는 효과를 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가능성은 늙은 쥐의 혈액이 젊은 쥐의 건강한 신장과 간을 통해 여과되거나 희석되면서 노화와 관련된 유해한 성분이 제거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사람에서 젊은 피가 회춘을 유도했다는 보고는 나오지 않았다.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진이 세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앰브로시아(Ambrosia)는 16세에서 25세 사이의 기증자에게서 얻은 혈장을 35세 이상의 사람들에게 수혈하고 노화 관련 생체 지표가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했지만,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사업을 접었다. 다른 소규모 임상시험에서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매주 젊은 혈장을 주사했지만, 효과가 미미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달 초, 45세의 미국의 억망장자 브라이언 존슨(Brian Johnson)은 17세 아들에게 혈장 수혈을 받고, 자신도 70세 아버지에게 혈장을 제공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자 젊은 피 수혈로 회춘을 노리는 것이 암환자에게 가야 할 혈액 자원을 빼앗는 비윤리적인 행위라는 비판도 나왔다.
화이트 교수는 인체에서 젊은 피가 별 효과가 없었던 것은 수혈한 혈장에는 세포 성분이 없어고, 수혈 빈도도 최적화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동물들의 병체 수술 효과가 강력했던 이유는 아마도 젊은 혈액의 모든 성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혈액 남용 비판에 대해서도 여러 연구자가 젊은 혈액의 정확한 회춘 성분을 찾아내 헌혈 받은 혈액을 쓰지 않고 실험실에서 합성할 수 있는지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탠퍼드대의 와이스-코리 교수는 2017년 네이처에 사람 탯줄 혈액에 있는 ‘TIMP2′라는 단백질이 늙은 쥐의 뇌 기능을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같은 해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의 김채규 박사와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의 전옥희 박사, 제니퍼 엘리세프 교수는 ‘네이처 메디신’에 관절염 환자에서 노화세포를 제거하는 ‘UBX0101′이라는 물질을 새로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Nature Aging(2023), DOI: https://doi.org/10.1038/s43587-023-00451-9
Nature Medicine(2017), DOI: https://doi.org/10.1038/nm.4324
Nature(2017), DOI: https://doi.org/10.1038/nature22067
Nature Medicine(2014), DOI. https://doi.org/10.1038/nm.3569
Ageing Research Reviews(2012), DOI: https://doi.org/10.1016/j.arr.2011.1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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