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모 증후군’에… 고금리인데 다시 빚투 급증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이차전지 관련 주들을 눈여겨보다 결국 지난 26일 오전 마이너스 통장에 있던 돈 8000만원으로 관련 종목을 쓸어담았다고 했다. 이씨는 “대출금리가 연 6%대 초반이지만 하루에 두 자릿수씩 오르는 종목들을 보면 안 하는 게 손해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그런데 이날 오후가 되자 이씨가 사들인 ‘이차전지 대장주’들이 줄줄이 급락했다. 하락세는 이튿날인 27일까지도 이어져 이씨가 한 주당 150만원대에 샀던 에코프로는 이날 98만5000원에 거래되며 장을 마쳤다. 그는 “당분간 팔지도 못할 텐데 한 달 이자만 40만원씩 나갈 생각하니 불안해서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했다.
◇금리 두 배 올랐는데… 돌아온 ‘빚투’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시기 기승을 부렸던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이 최근 다시 나타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국내 증시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0조597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이 증권사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갚지 않고 남은 금액이 20조원이 넘는다는 뜻이다.
최근 2년간 이러한 신용융자 잔액 추이를 보면 2021년 9월 13일이 25조6540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다. 당시 저금리로 인해 돈이 풀리자 나타난 유동성 장세에서 주식, 가상자산(코인) 등의 가격이 급등하자 대출을 내서라도 투자에 뛰어드는 개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전 세계적 증시 하락세에 빚투는 잠잠해졌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8조원 규모로 줄었고, 올해 1월까지도 15조원대에 머물렀다.
그런데 이차전지 종목들이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다시 신용융자 잔액이 ‘V자’ 모양으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5일 기준 신용융자 잔액은 올해 1월과 비교하면 반년여 만에 약 27% 증가했다.
문제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는 저금리였지만, 지금은 금리가 높아져 그만큼 대출 이자 부담도 커졌다는 데 있다. 자칫하다 주가 하락으로 손실도 보고 높은 금리 부담에 허덕이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2년 전 ‘빚투’ 열풍 당시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0.5%에 불과했다. 당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3%대였다. 지금은 그 두 배 수준이다.
◇이차전지 급락 속 빚만 남나 ‘공포’
27일 이차전지 대장주들이 이틀 연속 급락을 이어가자 빚을 내서 투자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은 공포에 빠졌다. 온라인 상의 직장인 커뮤니티나 맘카페 등에는 “영혼까지 끌어서 오전에 1000만원 넣었는데 오후에 폭락해서 불안하고 힘들다” “주식에 현금을 다 넣어놔서 여윳돈이 없어 보험약관대출을 알아보고 있다” 같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날 에코프로 주가가 약 20% 빠졌고, 에코프로비엠은 17%, 포스코퓨처엠이 13% 등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였다. 포스코홀딩스는 전날보다 6% 가까이 떨어졌다.
이 종목들은 증시 과열과 함께 최근 신용융자 잔액이 덩달아 늘었었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을 포함한 포스코그룹주 6종목의 신용융자는 지난 24일 1조815억원으로 이미 1조원을 넘겼다.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에이치엔 등 ‘에코프로 삼형제’와 엘엔에프 4종목의 신용융자도 9130억원 규모로 1조원에 다가서고 있다.
빚투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에 이자 부담, 반대매매(융자 상환을 위한 강제 매각) 위험까지 삼중고를 겪을 위기다. 빚내서 투자한 주식이 이자를 갚고도 남을 만큼 오르면 다행이지만, 연일 하락장이 지속되면 반대매매를 당해 손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대출받아 투자한 주식을 증권사가 강제로 청산하는 것이다. 주식 가치가 담보 유지 비율 아래로 내려가면 전날 종가 기준 하한가로 강제 매도한다. 하한가로 주문이 들어가는 만큼 주가가 떨어지고 또 다시 반대매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도 있다.
증시 관계자는 “무리하게 빚을 내서 ‘묻지 마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가 따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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