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 따라 검찰 영수증 가렸다" 법무부 입장 맞나

정철운 기자 2023. 7. 28.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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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발언 법적 대응 예고하며 "가림 처리, 판결 취지 그대로 따른 것"
"檢, 상호와 사용 시간 가리고 공개해 판결 무시" 오히려 직권남용 비판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국회 법사위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법무부가 한동훈 장관을 향한 김어준씨 발언이 허위라며 반박하는 과정에서 밝힌 입장이 오히려 사실과 다르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어준씨는 27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찰이 제출한 업무추진비 영수증이 백지처럼 식별이 안 된다'고 하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영수증을 오래 보관하다 보니까 잉크가 휘발된 것'이라 답한 것을 두고 “진짜 헛소리다”, “모든 영수증의 특정 부위가 날아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다른 글씨는 보이는데, 식당 이름만 안 보이고 일자는 보이는데 결제 시간이 안 보인다. 일부러 종이로 가리고 복사를 한 것”이라며 “국회에 나와서 일국의 장관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법무부는 해당 방송내용이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같은 날 설명자료를 냈고, 많은 언론이 이를 인용 보도했다. 법무부는 “이번 증빙 자료 공개는 법원 판결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서, 업무추진비 증빙 자료 중 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영수증의 결제 일자, 사업자등록번호, 주소지, 전화번호 등을 모두 공개했고, 상호결제 시각만 가림 처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며 “보관되어있는 원본에서 상호와 결제 시각만을 가리고 사본해 제공했고, 가림 처리를 한 것은 법원 확정판결의 취지를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법무부 장관이 법사위 현안 질의 중 설명한 것은 판결 취지에 따라 상호와 결제 시각이 가림 처리된 부분에 대한 것이 전혀 아니었고, 일부 영수증 식별이 어려운 이유를 묻는 질문에 원본 자체가 오래되어 잉크가 휘발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상호와 결제 시각이 안 보이는 것은 법원 판결에 따라 가림 처리되어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김어준씨는 의도적으로 마치 법무부 장관이 상호와 결제 시각에 대해 오래되어 휘발되었다고 답변한 것처럼 의도적으로 왜곡해 거짓 주장을 한 것”이라며 법적조치를 예고했다.

법무부가 상호와 결제 시각을 가린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김씨가 이 부분을 '휘발'과 연결 지어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하지만 법무부 해명도 논란이다. 뉴스타파와 함께 검찰 상대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주도한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법원이 행사참석자의 소속과 명단, 카드번호, 승인번호, 계좌번호 등 개인식별정보 부분은 비공개할 수 있지만, 그 외 정보에 대해 정보공개를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는데 검찰은 음식점 상호와 사용 시간을 가리고 공개해 법원판결문을 무시했다”며 형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를 주장하고 있어서다.

대법원이 인용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의하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구성원들이 업무추진비가 지출된 해당 음식점을 이용한 사실이 공개된다고 해서 해당 음식점의 경영 영업상 비밀을 침해한다거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발생한다고 할 수 없고, 이를 공개하지 아니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나와 있다. 하승수 변호사는 “법무부가 상호와 결제 시간을 가리고 공개한 것이 법원 판결문에 따른 것이라고 우기고 있다”며 “법무부가 가짜뉴스를 유포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법원 판결문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뉴스타파의 관련 질의에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은 “법원 판결에 따라 음식점의 전화번호와 주소지, 사업자등록번호는 공개했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들과 뉴스타파는 지난 6월23일 카드 전표가 흐릿하게 보이는 부분에 대해 원본 대조를 요구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이 이를 거부했다. '검찰 예산 검증'을 위해 3년 5개월간의 소송으로 확보한 국민의 '알권리' 행사를 검찰측이 고의적조직적으로 방해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뉴스타파는 소송을 통해 확보한 자료 중 “2017년 6월과 7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사용한 특활비 지출 증빙자료는 통째로 사라졌다”고 전한 뒤 “복사가 너무 흐릿하게 돼 도저히 식별 불가능한 '백지 영수증'이 전체의 60%가 넘는다”며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에 쓴 예산 등에 대한 검증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대법원 판결로 공개된 2017년 1월~2019년 9월 당시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업무추진비는 총 2억3510만450원이었으나, 증빙으로 남긴 영수증 521장 가운데 248장은 사실상 백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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