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아세요? 진짜 독서의 계절은 여름이란 걸…이색 감성 책방&도서관

강유진 여행플러스 인턴기자(redjuice72@gmail.com) 2023. 7. 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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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가을을 두고 ‘독서의 계절’이라고들 하지만 사실 진정한 독서의 계절은 여름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전국 공공도서관 대출량 통계에 따르면 2010~2019년까지 10년간 7~9월은 가장 대출량이 많은 시기였다. 좀 더 최근의 자료를 살펴보면 2021년 연중 가장 대출량이 많았던 달은 7월(957만여 건)이었으며, 2022년에는 8월(1199만여 건)이었다.

도서관이 아닌 출판업계로 시선을 돌려도 이는 마찬가지다. 단적으로 온라인 서점 예스24의 지난 3년간 5~6월 대비 7~8월 국내도서 판매 증가율은 2020년 15.3%, 2021년 10.9%, 2022년 15.2%(7월)를 기록했다. 빌리든 사든, 여름은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사진=언스플래쉬
최근의 날씨는 참으로 변덕스럽다. 피부를 지지는 듯한 매서운 햇빛이 작렬하는가 싶더니 별안간 폭우가 쏟아져 도로가 강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괜히 먼 길을 나서 땀이나 비에 젖기보단 쾌적한 실내에서 책과 함께 감성에 젖어 보면 어떨까.

독서의 계절 여름,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조차 아름답게 느껴질 서울 시내 이색 책방과 도서관을 모아봤다.


더숲 초소책방
초소책방 전겅
도심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책과 함께하는 힐링을 원한다면 인왕산의 굽이치는 산길 중간에 있는 더숲 초소책방을 추천한다. 위치만 보면 이런 곳에 웬 책방인가 싶지만,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뷰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평일 이른 아침 방문했는데도 이미 자리를 잡고 책을 읽거나 업무를 보는 손님들이 여럿 있었다.
더숲 초소책방 1층 실내공간
초소책방 서가
내부에 들어서면 바로 맞은편 벽 한 면을 차지하고 있는 서재가 반겨준다. 평범한 카페였다면 갓 구워져 나온 빵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을 테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책이 주연이다. 서가는 제로 웨이스트, 기후변화, 채식, 식물 관련 서적 등 환경에 관한 폭넓은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물론 그 밖에 서울 여행기, 소설, 에세이 등 좀 더 친숙한 책들도 만나볼 수 있다.
계단석에 앉아 바라본 맞은편 창가의 풍경. 비가 오면 더욱 운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인 공간이라 할 수 있는 2층에는 넓은 좌식 테이블을 포함해 여러 좌석을 마련해 두었다. 특히 계단식 좌석에 앉아 반대편 통창으로 들어오는 산의 싱그러운 녹음을 마주하고 있으면 몸도 마음도 절로 깨끗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초소책방 1, 2층 테라스석
1, 2층 모두에 설치한 넓은 야외 테라스는 초소책방의 최대 매력 포인트다. 건물 자체에 어닝을 설치하는가 하면 테이블마다 파라솔까지 펼쳐 놓아 더운 날씨에도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실제로 기자가 방문한 날은 꽤 강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는데도 야외 좌석에 앉은 손님들이 상당히 많았다. 다만 서가에 놓인 책은 도난 방지 등의 이유로 실내에서만 읽을 수 있다.
윤동주 문학관 옆 청운공원으로 가는 길. 도중에 초소책방 안내판도 보인다.
초소책방은 휴무 없이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위치가 위치인 만큼 차가 없는 경우 가급적 택시를 통해 이동하길 권한다. 만일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7011, 7022번 버스 등을 타고 윤동주 문학관에서 내린 뒤 청운공원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이때는 반드시 가벼운 산행을 간다고 생각하고 편한 차림으로 방문하자.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외관
한옥을 개조한 여러 가게가 몰려있는 북촌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서울시의 명소다. ‘힙’하고 세련된 예술 서적 전문 도서관 현대카드 디자인라이브러리는 전통의 향기로 가득한 이곳 북촌에 자리를 잡았다.
대문을 지나면 나타나는 중정. 입구는 여기서 오른편에 있다.
벽돌을 쌓아 올린 높은 외벽 위로 작은 기와지붕이 빼꼼 고개를 내민 외관은 옛 성곽이나 망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듯한 느낌을 준다. 입구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잔디가 깔린 중정을 마주하게 된다. 3층 높이의 건물은 중정을 중심으로 ‘ㅁ’자 모양을 하고 있어 북부 지방의 전통가옥을 닮았다.
접수처 앞 7월 한정 서가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1층 전경
오른쪽으로 들어가 접수처에서 가방을 맡기고 카드키를 받은 후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1층은 주로 단체 이용자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다인용 소파와 탁자, 캡슐커피 머신 등이 있다. 현재 접수처 바로 앞에서 진행 중인 ‘비디오게임의 재발견’ 특집 서가와 2층으로 향하는 계단 옆 오에프알(Ofr.) 잡지 코너가 눈길을 끌었다.
2층 열람실에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풍경. 창가 앞 흰색 소파는 인증샷 명소다
본격적인 열람실은 카드키를 찍고 올라갈 수 있는 2층에 있다. 건축, 산업디자인, 사진 등 주제에 따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책을 곳곳에 놓인 스마트 태블릿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창가 주변으로 놓인 1인용 소파는 SNS에 올릴 인증샷을 찍기에 최적의 장소다.
열람실은 분명 하나의 공간인데도 좌석마다 어딘가는 한옥 안에 들어온 듯, 어딘가는 미술관에 온 듯 그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자리에서 예술의 세계에 흠뻑 빠져보자.
레어북룸 내부 사진
입구 왼편 레어북룸(Rare Book Room)은 절판, 소량 인쇄된 전 세계 희귀 도서를 모아놓은 공간이다. 라이프(Life), 도무스(Domus), 플레이보이(Playboy) 같은 세계적인 잡지 전권부터 유명 디자이너들의 아트북, 일러스트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적을 볼 수 있다. 여기에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5시에는 도슨트가 전문해설 프로그램도 진행하니 예술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현대카드 디자인라이브러리는 현대카드 또는 현대카드 다이브 앱 회원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레어북룸은 오후 12시부터, 오후 2시와 5시, 7시에 다이브 앱 예약자에 한해서 1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다. 예약 시간에 맞춰 접수처를 찾아가면 받을 수 있는 파란 카드키로 출입할 수 있다.
고요서사
고요서사 외관
해방촌은 미로처럼 이어지는 골목길을 따라 상가와 주택이 혼재하는 독특한 거리다. 이 해방촌 깊숙한 곳에 있는 고요서사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동네 책방을 현실에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작은 독립서점이다.
해방촌이라는 동네에 완벽히 녹아든 고요서사의 외관은 벽돌 건물에 삐걱대는 철제 출입문까지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모습이다. 문 옆 하얀 신문꽂이에는 다른 독립서점의 책방신문 같은 읽을거리를 비치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게 했다.
내부는 10~13㎡(서너 평) 정도밖에 안 돼 보이는 작은 공간이지만 자세히 보면 구성이 상당히 알차다. 대형 출판사의 유명 작품부터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에 유통하기 힘든 영세 출판사의 서적, 소규모 문예지, 헌책에 이르는 여러 책이 책장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입구 바로 옆에는 외국어로 번역된 우리나라 작품과 특별히 소개하고픈 해외 연작, 장편만 모아둔 책장도 있다. 보물찾기하듯 칸마다 어떤 책이 어떻게 꽂혀 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한쪽에 마련된 인문, 사회, 에술 서가
과거 출판사에서 인문도서 편집자로 일했던 책방 주인은 질리지 않고 오랫동안 즐겁게 일하고자 취미로 즐기던 문학 작품들에 집중한 서가를 꾸렸다. 물론 자신의 장기를 완전히 포기하진 않았다. 서가 한쪽에는 소수자 인권, 환경, 노동 등 현재 문학계의 주요 이슈에 관한 인문, 사회, 예술 서적을 엄선해 함께 소개하고 있다.
창가에는 탁자와 의자 두 개를 두어 구매한 책을 읽고 갈 수 있는 공간을 꾸며놓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골목 풍경이나 들어오는 햇살까지, 감성에 젖어 계속 앉아 책을 읽고 싶은 공간이었다. 책방 주인은 유럽 여행 도중에 마주쳤던 작은 동네 서점들과 비슷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적어도 이날 느낀 고요서사의 분위기는 여느 유럽 마을보다도 차분하고 따뜻했으며 아름다웠다.
김초엽 에세이 ‘책과 우연들’. 초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해 읽었다.
소설가 김초엽은 자신의 에세이 ‘책과 우연들’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어떤 책들이 우리를 생각지도 못했던 낯선 세계로 이끈다면, 책방은 그 우연한 마주침을 가능하게 하는 통로다.
고요서사에서 우연하게 마주친 책들. 결국 세 권 다 구매했다.
모퉁이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해방촌 골목에서 우연히 고요서사를 마주친다면 한번 그 문을 열고 들어가 보기 바란다. 대형 서점의 드넓은 매대에서도 만나지 못했던 책들과의 예상치 못한 조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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