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맞대결 성사에 고민 빠진 일본, 12년 전 겪은 공포감 최강 평양 원정 가야 하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신하는 일본이지만, 출발을 알리는 조 편성을 받은 뒤에는 떨떠름한 표정이다.
27일 아시아 축구연맹(AFC)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AFC 하우스에서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 추첨을 열었다. 한국은 C조에 묶여 중국, 태국과 싱가포르-괌 승자와 3차 예선 진출을 놓고 싸운다.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따르는 가운데 다른 팀들의 조 편성에도 시선이 쏠린다. 특히 이웃 일본이 그렇다. B조에 들어간 일본은 북한, 시리아, 미얀마-마카오 승자와 만났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에 독일, 스페인 등에 좋은 경기력을 보였던 일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충분히 돌파 가능한 팀이다. 하지만, 각국이 처한 환경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상대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원정, 그중에서도 반일 감정이 대단한 북한 원정은 극한이다. 정치적으로 납북자 문제, 미사일 발사 등과 엮인 가운데 과거의 기억이 생생하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전 감독 체제로 치렀던 2011년 11월 15일 2014 브라질 월드컵 2차 예선 평양 원정에서 0-1로 패한 아픔이 있다.
평양 순안 국제공항에 도착 후 입국 심사에만 4시간 넘게 걸렸다. 선수들의 휴대전화도 보안을 이유로 출국 전까지 압수하고 고려호텔에서도 층과 층 사이 이동을 제한해 팀 회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라면, 껌 등은 압수 당했고 장비 반입에서도 엄격한 규제로 일본축구협회(JFA)가 AFC에 항의하는 등 고통을 겪었다. 선수들은 무서워 두 명이 같이 잠들었다고 한다.
김일성 종합경기장으로 오가는 것도 공포였고 조직적인 응원과 북한 선수단의 몸싸움을 견디지 못하고 0-1로 패했다. JFA는 평양 입성 전 선수단에 미리 '산책 또는 쇼핑 금지, '정치적 질문에 답변 불가' 등 대비책을 만들었지만, 공포 분위기에서는 무소용이었다.
당시의 기억이 떠올랐을까. 일본의 스포츠 신문 '니칸 스포츠'는 조 추첨 결과가 나온 뒤 12년 전의 기억을 상기하며 '이번에도 힘든 원정 경기가 예상되지만, 우리의 능력을 보여주고 (당시의 패배를) 복수하고 싶다'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축구 전문 매체인 '게키사카'도 '2006 독일 월드컵 예선에서는 태국 방콕에서 열렸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은 평양에서 열렸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 과정에서는 평양에서 한국과 남북 겨루기가 있었다'라며 공식 외교 관계가 없는 북한 원정 준비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도 2019년 10월 평양 원정에서 0-0으로 비겼다. 무관중으로 치른 경기였지만, 경기 생중계가 취소되는 등 최악의 여건이었다. 방북 예정이었던 공동취재단의 취재 허가도 내주지 않았다. 오죽하면 손흥민이 "상대가 정말 거칠게 나왔다. 북한의 작전이었을 수 있지만 누가 봐도 거친 경기를 했고 예민하게 반응했다. 경기에 집중하기보다 다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이런 경기에서 부상 없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라며 총, 칼 없는 전쟁이었음을 전했다.
북한은 2020년 이후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국경을 걸어 잠갔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징계를 받아 2021년에 열림 도쿄 하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축구로 따져도 카타르 월드컵 예선 도중 포기해 전력 자체가 베일에 감춰져 있다. 최근 미국의 뉴스 전문 채널 시엔엔(CNN)이 유벤투스에 입단했던 한광성의 생사를 확인할 정도로 북한 전력은 호기심 대상이다.
일정상 11월 16일 미얀마-마카오 승자와 홈 경기로 시작하는 일본은 21일 시리아 원정을 갖는다. 두 경기를 모두 이겨 놓는 것이하다. 내년 3월 21일 홈에서 북한을 만난 뒤 26일 원정으로 다시 싸운다. 북한을 상대로 2승 내지는 1승 1무를 거둬야 3차 예선 진출 안정권이다. 가장 최근 만남은 2017년 12월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1-0 승리였다.
북한 이상으로 시리아도 일본 입장에서는 난적이다. 체력을 앞세워 뛰는 시리아는 내전으로 홈 경기를 중립국인 카타르나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치러 오고 있다. 가장 최근 겨루기인 2017년 6월 친선 경기에서는 곤노 야스유키의 골로 1-1로 비겼다. 월드컵 예선에서는 2전 전승이다. 2위 이내만 들면 3차 예선은 문제 없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월드컵 2차 예선이 곧 시작된다. 이번 조 편성은 일본에 쉬운 길은 없다는 것을 알려줬다. 선수들은 장거리 이동과 (시차, 환경 등) 적응 시간이 부족한 빡빡한 일정 등을 견뎌야 한다. 그렇지만, 팀 조직력을 앞세워 극복하며 힘을 보여주겠다"라고 말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추첨 결과
▲A조= 카타르, 인도, 쿠웨이트, 아프가니스탄-몽골 승자
▲B조= 일본, 시리아, 북한, 미얀마-마카오 승자
▲C조= 한국, 중국, 태국, 싱가포르-괌 승자
▲D조= 오만, 키르기스스탄, 말레이시아, 대만-동티모르 승자
▲E조= 이란,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홍콩-부탄 승자
▲F조 = 이라크,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브루나이 다루살람 승자
▲G조 =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타지키스탄, 캄보디아-파키스탄 승자
▲H조 =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예멘-스리랑카 승자, 네팔-라오스 승자
▲I조 = 호주, 팔레스타인, 레바논, 몰디브-방글라데시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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