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억에 남는 여름" 인구 35만 지방 소도시 양산의 기적, 물금고 준우승은 그 자체로 미라클이었다
우승이라는 결실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7월 한 달간 물금고등학교 야구부는 인구 35만 명의 지방 소(小)도시 양산의 자랑이었다. '미라클'이라 불리며 청춘의 한 페이지를 모두와 함께 써내려 갔기에 주장 공민서(18)의 마지막 한 마디에는 일말의 아쉬움도 보이지 않았다.
물금고는 2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에서 경북고등학교에 1-4로 패, 준우승에 머물렀다.
대회 내내 득점권에서 집중력을 보여줬던 것과 달리 결승전에서는 점수 하나를 내기가 버거웠다. 경북고 선발 이승헌을 상대로 5회를 제외한 매 이닝 득점 찬스를 가졌으나, 물금고 타자들은 떨어지는 마지막 변화구를 참지 못했다. 준우승 후 만난 강승영 물금고 감독은 "우리가 이번 대회에서 항상 찬스에 강했는데 결승전이라 그런지 긴장을 한 것인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고 패인을 짚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이 부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야수 중 3학년이 3명(공민서, 강도경, 고승현)뿐으로 나머지는 저학년이다. 아쉬움보단 희망이 보인 경기를 했다고 생각하고 이번 대회를 통해 한층 더 성숙한 물금고가 될 것 같다"고 총평을 남겼다.
경북고의 초반 집중타를 이겨내지 못했지만, 물금고 3학년 선발 배강현은 8이닝(102구)을 7피안타 3사사구 6탈삼진 4실점(3자책)으로 끝까지 책임졌다. 투구 수를 거듭할수록 안정을 찾아가면서 끝까지 경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강승영 감독은 "(배)강현이는 항상 내가 팀의 에이스라 생각한 선수다. 초반에는 조금 긴장한 것 같지만, 그 믿음만큼 끝까지 완투하면서 경기를 잘 마무리 해줬다"고 고마워하면서 "강현이가 드래프트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 모르지만, 프로에 갈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제자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번 대회 물금고는 기적의 팀으로 불렸다. 마산고와 16강전에서 3회까지 1-11로 지고 있었지만, 야금야금 점수를 내 끝내 14-12로 승리하는 대역전극을 펼쳤다. 8강에서는 우승 후보 충암고를 서스펜디드 게임이란 악재 속에서도 11-9로 격파하며 창단 첫 4강에 올랐다. 4강에서는 마찬가지로 창단 첫 4강 진출한 경기상업고에 13-5로 대승, 전국대회 결승 진출의 기쁨을 누렸다.
그렇게 물금고는 창단 8년 만에 전국대회 결승전 무대를 밟았다. 종전 최고 성적은 2020년 협회장기(현 이마트배) 8강이었다. 그 중심에는 3학년 주장 공민서가 있었다. 중견수가 주 포지션인 공민서는 이번 대회에서 5경기 타율 0.571(21타수 12안타) 8타점 7득점 2도루로 맹활약하며 최다 안타상을 수상했다. 그뿐 아니라 열악한 팀 사정 탓에 충암고와 8강전(⅓이닝 동안 피안타, 삼진 없이 2볼넷 무실점)에서는 마운드에 등판하기도 했다.
모든 것을 아낌 없이 쏟아부었기에 준우승 후 만난 주장의 얼굴에는 한 점의 아쉬움도 남아 있지 않았다. 공민서는 "정말 좋은 추억이었던 것 같다. 2023년 7월이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름이 될 것 같다"고 웃으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물금고가 강하다는 이미지가 심어졌다고 생각한다. 이제 봉황대기밖에 남지 않았지만, 후배들은 내년이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내년에는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준우승의 아쉬움에 슬퍼하는 부원들을 챙기는 것도 주장의 몫이었다. 공민서는 "끝나고 우는 부원들도 있었는데 '눈물이 오늘로써 끝나면 안 된다. 그 눈물을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줬다. 실패가 있어야 성공도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애들한테 '오늘 이 패배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다. 절대 우리가 진 것이 아니니까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게 나가자'고 했다"며 뒷이야기를 밝혔다.
비록 준우승으로 끝났지만, 물금고의 전국대회 선전은 인구 35만 명의 지방 소도시 양산에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 때문에 이번 결승전을 위해 100여 명의 물금고 학생들과 선수들의 가족, 양산 지역 윤영석 국회의원(양산 갑), 김두관 국회의원(양산 을), 허구연 KBO 총재, 나동연 양산시장 등 많은 양산시 관계자들이 직접 목동야구장을 찾았다.
야구부 창단부터 미라클 그 자체였던 물금고다. 2013, 2014년 양산 원동중학교가 대통령배 전국중학야구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한 것이 시작이었다. 허구연 총재와 나동연 양산시장이 힘을 합쳐 2011년 원동중학교 야구부 창단을 이끌었고 2년 만에 성과를 내면서 2015년 양산 지역 첫 고등학교 야구부 탄생도 추진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8년 뒤 물금고는 21세기 들어 창단 10년 이하의 고교 야구부가 처음으로 전국대회 결승에 오르는 입지전적의 성과를 냈다. 이번 대회 호성적은 양산시뿐 아니라 다른 지방 소도시에도 야구 열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프로야구가 생기기 전에는 고교 야구가 그 지역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폐교 직전의 원동중 학교가 체육 특성화 학교로 자립에 성공한 것처럼 갈수록 더해가는 수도권 집중화로 지방 소도시들이 힘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고교야구는 지역 살리기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물금고의 선전에 고무된 양산시는 허구연 총재와 힘을 합쳐 야구 전용 구장 및 여자 국가대표 야구 훈련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기적을 일궈낸 물금고 야구부는 이번 대회 성과가 일회성이 아닌 다른 지방 고교야구 팀들에도 희망으로 작용하길 바랐다. 주장 공민서는 "우리 학교 학생뿐 아니라 양산시 관계자분들이 많이 경기장을 찾아주셨다. 그런 분들 앞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렸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많이 응원해 주신 만큼 우리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승영 감독 역시 "이번 대회 준우승을 아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금고의 성과가 우리 같은 신생 학교들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파란을 일으킬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우리에겐 그런 자부심이 남았다"고 전했다.
목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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