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을 잡아라…영화 ‘대박과 쪽박’의 갈림길
‘200만명을 선점하라!’
여름 흥행 경쟁을 시작한 한국 대작영화 4편 ‘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떨어진 특명이다. 손익분기점만 400만~600만명에 이르는 이 작품들의 목표 관객 수가 200만명일 리는 없다. 올해 상반기 개봉작 흥행 결과를 보면 관객 200만명 허들을 넘은 영화들은 500만명까지 고속도로가 열렸지만 그러지 못한 영화들은 주저앉는 양극화 양상이 뚜렷하다. 코로나 이후 전체 관객 수 하락과 함께 인기가 검증된 영화를 선택하는 ‘목적형 관람 문화’가 자리 잡아가면서 200만명이 대박과 쪽박을 홍해 바다처럼 가르는 기준이 된 것이다.
올 상반기 개봉작 흥행 순위를 보면 유일하게 1000만 관객을 달성한 ‘범죄도시3’에 이어 ‘스즈메의 문단속’(554만명), ‘엘리멘탈’(517만명), ‘더 퍼스트 슬램덩크’(470만명),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420만명),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239만명) 순이다. 다른 작품들은 모두 100만명대 이하의 관객을 동원했다. 200만명대는 1편, 300만명대는 한 작품도 없다.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에는 100만명대 13편, 200만명대 9편, 300만명대 5편, 400만명대 3편, 500만명대 2편, 800만명대, 900만명대가 한편씩 있었다. 1000만 영화만 5편에 이르는 이례적인 특수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피라미드 구조의 흥행 성적을 보였다. 2017년과 2018년에도 유사한 흥행 추이를 보였다.
씨지브이(CGV) 황재현 전략지원 담당은 “코로나 이전에는 개봉작을 가장 먼저 관람하려는 관객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해 먼저 영화를 본 사람들의 평가나 지인 추천을 확인하면서 실패 확률을 낮추려는 현상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안전한 선택을 하려는 관객들이 어느 정도 흥행이 검증된 영화를 더 찾게 되면서 200만명이 기준점처럼 작용하게 된 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흥행 역주행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6월14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이 대표적이다. 개봉 초기 미지근한 반응이었지만 개봉 열흘 만에 100만명, 18일 만에 200만명을 찍은 뒤 300만명, 400만명 기록은 더 가파르게 올라갔다. 씨지브이 이용 관객 비율을 보면 에스엔에스 입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0대 관객이 전체 관객의 37%로 다른 연령대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지난 1월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 역시 개봉 초기에는 1990년대 만화 ‘슬램덩크’ 시리즈의 40~50대 팬들이 주류였다가 입소문 이후 20대 관객이 몰리면서 역주행해 개봉 3주가 지나 흥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박스오피스 경제학’을 쓴 영화산업 분석가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코로나 발생 전에는 주요 개봉작이 전체 매출의 60% 정도를 개봉일부터 첫주 주말까지 5일 동안 거두는 게 일반적인 흥행 추이였는데 코로나 이후 검증된 작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입소문이 전보다 더 중요한 흥행 요소가 됐다”며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작품일수록 관객 200만명을 동원하면 손익분기점까지 빠르게 도달할 확률이 높아지며 여름 영화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킬링타임이 아닌 목적형 관람 문화의 확산은 영화를 신중하게 고르는 만큼 더 비싼 돈을 내고라도 더 좋은 관람 환경에서 영화를 관람하고자 하는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전체 영화 매출액은 6078억원으로 코로나 발생 전인 2017~2019년 상반기 평균 매출액의 73% 수준으로 조사됐지만 아이맥스, 3D, 4D, 스크린엑스, 돌비 시네마 등 특수 상영관 매출은 79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9%나 뛰었다. 관객 역시 509만명으로 2015년 이래 최고의 이용자 수를 기록했다.
특수관과 프리미엄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씨지브이는 용인 수지구에 있는 기존 씨지브이죽전의 6개 전체 상영관을 4DX, 돌비 애트모스 등 특별관으로 리뉴얼한 씨지브이신세계경기를 25일 개관했다. 관람료는 1인당 2만원에서 5만원까지 일반관 관람료보다 비싸지만 늘고 있는 특수관 수요에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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