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펑크·선거 탓 쪼그라든 세법개정안…세수 악화는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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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7일 발표한 '2023년 세법 개정안'은 그 이름부터 지난해와 차이가 있다.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는 "현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지만 세법 개정을 통한 증세 노력 없이는 건전성 달성이 어렵다"며 "고령화 현상은 물론 우리 앞에 닥친 커다란 과제인 에너지 전환, 불평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추가 재정 지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세수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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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악화, 총선 고려해 ‘소규모 세법개정’ 추진
2028년까지 누적 감세액 89조원…곳간 비상등
정부가 27일 발표한 ‘2023년 세법 개정안’은 그 이름부터 지난해와 차이가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에는 ‘세제 개편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법인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제도 전반을 크게 건드린 점을 강조한 것이다. 올해는 상대적으로 힘을 쭉 뺀 정책 방안이란 게 이름에 담긴 속뜻이다.
‘낙수 효과’에 기댄 감세 기조는 여전하지만 그 규모는 대폭 축소됐다. 올해 세법 개정으로 인한 향후 5년간 감세 규모는 3조1천억원이다. 지난해 세제 개편안(5년간 60조2천억원 감세)에 견줘 2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역대 최악의 세수 펑크, 내년 총선 등을 고려해 쟁점이 적은 세법 개정을 통해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언론 브리핑에서 “올해는 여러가지 현실 정책 여건과 세법 개정과 관련된 환경상 또 동일한 대대적인 개편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재부 핵심 관계자도 한겨레에 “총선을 앞둔 국회에서 세법 개정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리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물론 감세 기조는 여전하다. 올해 세법 개정안에 담긴 75개 주요 정책 과제 중 72%인 54개가 기존 비과세·공제 혜택 확대나 세금 감면 기한 연장 등이 뼈대다. 한 예로 올해 일몰 예정인 세금 감면 특례 제도(조세 지출) 71건 중 6개만 종료한다. 올해 조세 지출 종료를 결정한 건수(6건)는 2019년(4건) 이후 4년 만에 가장 적다.
올해 세법 개정안에도 재정당국의 최대 현안인 ‘세수 악화’ 문제를 해소할 대책은 담기지 않았다. 현 정권 출범 이래 지속된 감세의 누적 부담은 상당하다. 재정 연구 단체인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의 감세 조처로 2028년까지 6년간의 누적 세수 감소액을 최소 89조원으로 추산한다. 지난해와 올해 세법 개정에 더해 지난 3월 국회 문턱을 넘은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확대 등을 반영한 금액이다.
여기에 이달 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발표한 올해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종합부동산세 매기는 기준 금액에 곱하는 비율) 하한선(60%) 유지, 올해 하반기부터 적용하는 바이오 의약품 투자 세액공제 확대 등까지 고려하면 실제 감세 규모가 이보다 확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부는 대규모 감세 조처가 투자·소비 활성화 등 경기 회복과 세수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당장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기대에 못 미치는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등으로 하반기 이후 경기 반등 가능성에도 먹구름이 끼어서다.
같은 보수 정부라도 앞선 박근혜 정부의 대응은 확연히 달랐다. 이전 이명박 정부의 대대적인 감세로 세수 기반이 허물어지자 출범 당시인 2013년부터 ‘원칙에 입각한 세제의 정상화’를 내걸고 비과세·감면 정비 등 적극적인 세입 확충 전략을 폈다. 임기 첫해 세법 개정을 통해 향후 5년간 10조6천억원 규모 증세(세법 개정안 기준)를 추진한 데 이어, 임기 내내 세수 증가에 초점을 맞춘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는 “현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지만 세법 개정을 통한 증세 노력 없이는 건전성 달성이 어렵다”며 “고령화 현상은 물론 우리 앞에 닥친 커다란 과제인 에너지 전환, 불평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추가 재정 지출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선 세수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오 안태호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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