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광장] 대전시의회, 시민들이 두렵지 않은가

우세영 기자 2023. 7. 2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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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년 살펴보니 '파행' '갈등' '대립'의 연속
거수기·자질 논란에 '막말' '입법과잉' 문제도
대화와 협치 사라지고, 불통과 불신이 대신해
우세영 디지털뉴스 1팀장

대전시의회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시의회를 둘러싼 일련의 사안들과 관련, 이미 지역에선 '파행' '갈등' '대립' 등 수많은 부정적인 단어들로 도배되고 있다. 대화와 협치는 사라지고, 불통과 불신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모양새다.

시민들은 출범한 지 1년 갓 넘은 제9대 대전시의회가 제 기능을 잃어가는 모습에 분노를 터뜨린다. 또 임기 말이나 나올 법한 이같은 현상에 시민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대전시의회의 지난 1년을 소환해 본다.

지난해 7월 민선 8기와 함께 출범한 대전시의회는 원구성부터 다툼이 일었다. 국민의힘 당 차원에선 합의추대를 제시했지만 '다선 우선' 원칙을 강조한 시의원이 독자 출마하면서 삐그덕 댔다.

24일간의 첫 정례회에선 거수기 및 의원 자질 논란, 내부 갈등 등에 휩싸였다. 시장의 공약사항인 유아 무상교육이 교육위원회에서 부결됐지만 복지환경위원회에서 가결되며 엇박자의 모습도 연출됐다.

첫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는 단조로운 질문 등으로 '형식용·명분용 청문회'란 비판을 받았다.

조례 개정안의 '저출산'과 '저출생'이란 단어를 놓고 벌인 여야 간 정쟁에선 '누군가의 아바타' '앵무새 같은 상정' 등의 저급한 문구들이 난무했다.

그나마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화재 당시 해외 출장에서 급히 귀국해 사태수습에 나서며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또 시의회 의정비를 1%대 인상에 그쳐 5개 자치구의회의 의정비 대폭 인상 러시와 대조를 보이며 다소 신뢰도를 올리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선진 지방자치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시의원들의 해외 연수 결과보고서가 베끼기와 짜깁기 일색이란 지적이 나오며 '묻지마 해외여행'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을 주도로 대전시의회의 휘장(깃발) 바탕색을 청색에서 흰색으로 바꾸는 내용의 규칙안 개정이 추진되며, 갑작스런 '색깔론' 논쟁이 일기도 했다. 당시 이같은 문제가 지적되면서 해당 회기에선 보류됐으나 바로 다음 회기에 재차 상정, 결국 가결되며 한동안 시의회 안팎을 시끄럽게 했다. 시의회 휘장은 지난 1999년부터 약 24년간 청색으로 규정돼 왔다.

일련의 행태는 최근 들어 더욱 극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17일 열린 임시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조례안 상정 불발에 따른 국민의힘 의원들의 입법권 무력화를 규탄하며 보이컷을 선언, 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결국 파행은 해결되지 못했고, 민주당 의원들의 조례안은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임시회는 막을 내렸다. 이번 사태는 민주당 대전시당이 일부 국민의힘 대전시의원을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지역 곳곳에 게재하면서 촉발됐다. "국민의힘 시의원, 이권개입의혹 '업자인가? 시의원인가?'"라는 문구가 핵심이다. 앞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국힘 소속 정명국·김선광 의원에 대한 이같은 문구의 현수막 게재를 문제 삼아 사과 여부와 수위 등에 대한 싸움을 거듭했다.

반면 지역 사회에 논란을 일으킨 '대전시교육청 학생 키 성장 지원 조례안'은 원안 가결되며, 이후에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김영삼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조례안은 발의 때부터 외모 지상주의를 조장한다며 시민·교육단체 등의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언론으로부터도 '입법사안이 맞는지' 등 입법과잉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임시회에선 또 상임위에 출석한 대전시설관리공단 임원의 복장(근무복) 등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시의회는 나아가 '고압적이고 불량한 태도와 복장' '불성실한 답변' 등을 이유로 해당 임원의 사퇴를 촉구,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처럼 대전시의회의 지난 1년을 반추하면서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대전시의원들은 시민들을 두려워하지 않나 보다" "시민들을 얼마나 우습게 보았으면"….

시민들의 인내심이 바닥에 다다르고 있다. 민심의 엄중함에 대한 대전시의회의 절감(切感)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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