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역대급 실적…상반기 순익 9조 넘어 외 [한강로 경제브리핑]

안승진 2023. 7. 2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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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가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올해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이 대폭 살아나면서 상반기에만 9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 4대 금융지주는 올해 초 ‘은행 성과급 잔치’ 비판을 의식해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 정책을 함께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 대손충당금 수천억 더 쌓고도 역대급 실적 챙긴 금융지주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9조1824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8473억원) 대비 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금융지주의 반기 기준 순이익이 9조원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4대 금융지주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이자수익 증대로 지난해 연간 15조850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금리가 동결된 올해 상반기에도 지난해를 뛰어넘는 수익을 내면서 연간 최대실적 경신을 사실상 예약했다.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2배가량 늘렸음에도 최대 실적을 갱신한 점이 눈에 띈다. 대손충당금은 회계상 비용으로 분류돼, 이를 늘리면 반대로 이익은 줄어든다. 이들 금융지주가 상반기 적립한 대손충당금은 3조9242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963억원) 대비 무려 1조9279억원(96.5%) 늘어났다.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연체율 상승에 따른 금융 불안에 당국이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릴 것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충당금으로 줄어든 순이익까지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4대 금융지주의 수익성은 더욱 좋았다는 뜻이다. 은행이 이자로 벌어들인 수익이 4대 지주에서 모두 늘어난 데다, 일부 금융지주의 비이자수익이 대폭 늘어나며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KB금융그룹은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2조99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하며 1분기에 이어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충당금 전입액을 1조319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439억원(177.4%) 늘렸음에도 3조원에 육박하는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상반기 순이자이익이 5조75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하고, 기타영업손익이 플러스 전환하면서 총영업이익이 25.8% 증가한 데 힘입은 결과다.

신한금융지주는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2조6262억원으로 2.1% 감소했다. 물가 상승에 따라 판매관리비가 증가하고 충당금 적립을 늘리면서 순이익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충당금전입액은 1조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79억원(67.8%) 늘렸다.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은 각각 3.3%, 21.5% 증가하며 성장세를 지속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당기순이익은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개선되는 등 견조한 역량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상반기 당기순이익 2조209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반기 기준 2조원을 넘겼다. 전년 동기(1조7325억원) 대비 16.6% 증가한 규모다. 충당금 전입액은 7774억원으로 전년 동기(4222억원) 대비 3552억원(84.1%) 증가했다. 충당금을 3500억원 넘게 늘리고도 이익이 3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비이자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196.5% 급증하고, 이자이익도 2.0% 늘어나며 최대 실적을 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제적 충당금을 3104억원 확보하는 등,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조539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7% 줄었다. 같은 기간 충당금적립액을 3209억원(64.6%) 늘린 영향을 받았다. 충당금을 제외한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상반기 순영업수익은 5조2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국내외 금융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미래 경기 대응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4대 금융지주는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 친화 정책도 함께 내놨다. ‘실적 파티’라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했다는 풀이다. 이들은 일제히 1주당 180∼600원의 2분기 배당을 결의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3000억원, 1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결정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일반적으로 1주당 가치가 높아져 주주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온다.

사진=연합뉴스
◆ 한은, 뱅크런 막는 대출제도 개편안 의결

한국은행이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으로 농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에 자금조달 문제가 생길 경우 신속한 유동성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은행권에 대해서도 적용금리 인하, 적격 담보범위 확대 등을 통해 대출 문턱을 대폭 낮췄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출제도 개편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최근 새마을금고 뱅크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으로 금융기관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그간 한은법상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해서는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요건이 엄격하게 설정돼 있고, 금융기관의 범위가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로 한정돼 이들에 대한 대출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한은은 제도 개편을 통해 비은행예금 취급기관에 자금 지원이 필요한 경우 관련법에 근거해 유동성 지원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하기로 했다.

이들 기관에도 은행에 준하는 적격담보 범위를 적용하기로 해, 필요시 약 100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다만 한은법상 제약으로 시중은행과 동일한 상시 대출제도를 구비하지는 못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현행 한은법 테두리에서 최대한의 조치를 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운영 중인 은행을 대상으로 한 상시 대출제도의 접근성도 높인다. 대출 금리는 기존 ‘기준금리+1%포인트’에서 ‘기준금리+0.5%포인트’로 낮춘다. 대출에 필요한 적격 담보범위도 확대하고, 만기도 기존 최대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린다. 한은은 이를 통해 90조원 규모의 추가 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향후에는 적격담보에 대출채권을 포함하는 방안을 충분한 논의를 거쳐 금통위에서 의결 후 시행하기로 했다. 예금취급기관은 자산의 70∼80%를 대출채권으로 보유하고 있어 이를 활용하면 유동성 지원을 받기 용이해질 전망이다. 

한은은 은행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 제2금융권의 자금 조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제2금융권이 은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원 확대에 따른 도덕적 해이 우려에 대해서는 “불안심리가 확산해 시장 혼란이 커지는 것을 막겠다는 차원”이라며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규제와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모니터에 에코프로 주가 가격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 국내증시 이틀째 롤러코스터…이차전지주 급락

최근 증시를 이끌었던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이 이틀째 급락세를 이어갔다. 지난 26일 최고가 150만원을 찍고 내려온 에코프로는 불과 하루 만에 100만원을 하회하며 황제주(주가 100만원이 넘는 대형주) 자리를 내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이날 19.79% 하락한 98만5000원을 기록했다. 에코프로의 주가가 100만원 밑으로 내려온 것은 7거래일 만이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전날 장중 58만4000원을 찍었지만 이날은 17.25% 하락한 37만6500원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금지 조치를 28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차전지 관련주는 이날 전반적인 약세를 보였다. 금양(-22.47%), 포스코퓨처엠(-13.21%), POSCO홀딩스(-5.71%), LG에너지솔루션(-6.90%) 등이 하락하며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

한편 에코프로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의 주요 경영진은 주가가 상승 추이에 있던 7월에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일부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사장은 지난 17일 자신이 보유한 주식 2800주를 주당 27만9929원에 매각했다. 주식 매각으로 최 사장은 약 7억8000만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방정식 부사장과 박지영·이경섭·이정일·최윤영·최일상 상무 등도 각자 보유한 주식 중 일부를 처분해 최소 7500여만원에서 최대 12억여원까지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에서는 경영진이 주가 상승시기에 주식을 처분하면 일반적으로 주가가 고점에 다다른 징후 중 하나로 여긴다. 에코프로그룹 관계자는 “최근 우리사주 보호예수가 풀리면서 주식담보대출을 갚기 위해 비슷한 시기에 매각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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