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원 시간에 고성·화풀이" 유치원 교사도 악성민원 고충
손찌검에 반말도…이유 없이 "CCTV 보여 달라"
"원아 모집난 때문에 민원 참거나 과도하게 수용"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학부모 등의 악성 민원에 따른 교권침해가 화두인 가운데 유치원 교사들도 특유의 환경에서 비롯된 악성 민원과 교권침해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사가 반말과 폭행을 당하는가 하면 원아 모집이 급한 사립유치원의 여건을 악용한 '갑질'도 자행된다고 전해진다.
28일 학술지 '한국교육문제연구'(2020년 12월)에 실린 '유치원 교사의 교권에 대한 교원 및 학부모의 인식' 논문에 따르면 유치원 교직원들도 학부모 등으로부터 제기되는 악성 민원에 시달린다.
논문은 황연욱 한양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등 연구진이 지난 2019년 12월~2020년 2월 서울 내 유치원 교사 8명, 원장·원감 7명 등을 심층 면담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경력 6년9개월의 사립유치원 A 교사는 연구진과의 면담에서 한 원아를 다치게 한 다른 원아의 부모가 오히려 '내 아이는 이유 없이 때리지 않는다'며 자신에게 화를 낸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어느 하루는 해당 부모의 자녀가 다쳐 A 교사가 급히 전화를 했더니 그 때는 화를 내지 않고 '놀다가 다칠 수 있다'며 웃어 넘겼다고 전했다.
A 교사는 "이런 일을 반복해서 경험하다 보니 기분에 따라 화를 내기도 하고 그냥 흘려 듣기도 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그런 부모에게 교사인 저는 학부모의 화를 다 받아주는 사람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교사가 준비물을 깜박하는 등 조그만 실수에도 화를 내거나 문제 행동을 한 원아에게 지도를 했다는 이유로 항의하거나 속상하다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경력 2년10개월의 사립유치원 B 교사는 "(원아가) '다치지만 말아라' 하는 생각에 내가 교사인지 베이비시터(돌보미)인지 자괴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교사 뿐만 아니라 학교로 치면 교장과 교감에 해당하는 유치원 원장과 원감 등 중간 관리자들도 악성 민원에 상당한 고충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었다.
경력 14년9개월의 사립유치원 C 원감은 "유아의 할머니들은 대부분 저희를 선생님이 아니라 돌보미로 생각하는 거 같다"며 교사에게 반말과 폭력을 행사하던 보호자를 응대한 경험담을 전했다.
유치원 교사가 아이 물건을 몇 차례 잘못 챙겨 보냈더니 보호자가 찾아와 고성을 지르고 해당 교사의 어깨를 밀치며 '도대체 몇 번째야'라며 반말을 했다고 한다.
C 원감은 "(보호자가) 내게도 뭐라고 했지만 사과했다"며 "돌아서니 너무 서러웠지만 원감이다 보니 더 큰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참았다"고 털어놨다.
다른 서울 사립유치원 D 원장(경력 25년9개월)은 "요즘 학부모들은 불만이나 민원이 바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바로 원장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D 원장은 몇 년 전 만 5세 원아가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지도했더니 어머니가 찾아와 '먼저 교사가 거짓말이라는 표현을 썼다, 교사 맞나' 하면서 따졌다고 전했다. 그 다음에는 해당 원아의 아버지가 유치원 등원 시간에 찾아와 다른 원아들과 부모들이 보는 앞에서 '원장 어딨어'라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사립유치원 E 원장은 "입학 상담하는데 '폐쇄회로(CC)TV는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냐'고 요구하는 부모도 있었다"며 "요즘은 부모들이 존중은 커녕 예의도 교사가 뭐하는 사림인지 개념도 없다"고 토로했다.
연구진은 유치원 특유의 환경이 교권침해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아동학대 범죄 방지를 위한 CCTV가 한 예다.
연구진에 따르면 2016년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어린이집은 CCTV 설치가 의무 사항이지만 유치원은 초·중·고에 따른 학교로서 설치가 의무는 아니다.
다만 관할 교육지원청 지원 등을 통해 점차 CCTV를 설치하는 유치원이 늘면서 아동학대 예방이라는 취지 대신 교사를 감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저출생에 따른 원아 모집난도 교권침해 원인으로 꼽힌다. 연구진은 "원아를 유치하기 위해 원장이나 설립자가 과도한 학부모 요구까지 수용해 자신을 스스로 약자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력이 낮은 교사들은 자신도 교권보호 대상이라는 점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연구진은 "유치원 교사는 교권의 정확한 개념이나 교권침해의 범위 등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관련 정보를 접하거나 교육 등을 받을 기회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지금으로부터 3~4년 전 진행된 면담이지만 전문가들은 유치원에서 유사한 악성 민원이 여전하다고 말한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유치원 교사들이 지금도 제일 힘들어 하는 것은 민원"이라며 "특히 사립유치원 교사는 스스로 교권이 침해 받고 있는 지 모르는 경우도 많은데다 불리한 지위에 놓여 있어 민원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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