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은 정말 선거판을 뒤흔들까… "정치 성향 안 바뀌어"
텍스트 기반 소셜미디어 '스레드'를 기획한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책임자는 "정치적 뉴스를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 지난 7일 선언했다. 2020년 미국 대선, 2022년 미국 중간선거 등의 굵직한 정치적 이슈를 거치며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쏟아진 정치 양극화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의 연구진과 정치외교·저널리즘·통계 및 데이터사이언스 등 학계 전문가들로 이뤄진 연구팀은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과 사용자의 정치적 활동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27일(현지시간) '특별 패키지' 형태로 공개했다. 소셜미디어가 양극화의 근본적 원인은 아니라는 연구결과를 담았다. 연구팀은 먼저 "메타로부터 어떠한 금전적인 보상도 받지 않았다"며 연구결과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산드라 곤잘레스-베일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커뮤니케이션대 교수 연구팀은 먼저 페이스북 피드에 노출된 정치 관련 뉴스를 토대로 페이스북 사용자 그룹이 어떻게 분리돼 있는지 분석했다. 피드는 소셜미디어에서 다른 회원들의 게시글 등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보여주는 일종의 게시판이다. 2020년 미국 대선 기간 동안 수집한 약 2억명의 페이스북 사용자에게 노출된 피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으로 분열돼 치열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다.
페이스북 내에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만든 소모임 격인 '그룹'이나 '페이지'에 실린 게시글에서 정치적 성향 대립이 강하게 드러났다. 특히 메타의 '제3자 팩트체킹 프로그램'을 통해 거짓정보의 노출 빈도를 분석한 결과 보수 진영 피드에서 거짓정보가 가장 많이 발견됐다. 연구결과는 현실에서의 정치적 분열과 대립이 SNS에 그대로 투영된 것으로 여겨지지만 SNS가 양극화를 부추겼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앤드류 게스 미국 프린스턴대 정치외교학부 조교수 연구팀은 소셜미디어의 피드 알고리즘을 변경하는 실험을 통해 SNS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알고리즘 변경이 사용자의 정치적 성향이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먼저 소셜미디어의 피드 알고리즘을 바꾸면 사용자가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시간, 게시글에 '좋아요'나 '공유'를 누르는 빈도가 줄어들고 사용자의 정치적 참여도도 낮아질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팀은 18세 이상 미국 유권자 7만5189명을 연구 참가자로 모집하고 일부 참가자가 사용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을 바꿨다. 사용자의 취향, 성향, 행동 등을 판단해 자동으로 편향적인 게시글을 추천해주는 알고리즘 대신 시간순으로 정렬된 게시글만 무작위로 노출시키는 알고리즘을 적용한 것이다. 그런 뒤 미국 대선이 진행되던 2020년 8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분석 결과 시간순 알고리즘을 적용한 그룹의 소셜미디어 활동 시간이 대폭 줄었다. 기존 알고리즘을 적용한 그룹은 미국 내 평균 SNS 활동량과 비교해 73% 더 긴 시간을 소셜미디어에 썼지만 시간순 알고리즘 그룹의 활동 시간은 평균보다 37% 많았다.
시간순 알고리즘을 적용했을 때 중도적이거나 여러 성향이 혼재된 게시글의 피드 노출 비율이 36.7% 증가했다. 그러나 바뀐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정치적 성향이나 신념, 대중매체에 대한 신뢰 등의 인식 변화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두 그룹 사이 차이점도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운용되는 SNS의 알고리즘을 바꿀 경우 사용자의 활동량에는 변화가 있지만 정치적 양극화 형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결론이다.
게스 부교수 연구팀은 소셜미디어에서 '공유하기' 활동이 정치적 신념에 영향을 주는지도 분석했다. 연구 참여자의 피드에서 다른 사람이 공유한 게시글만 골라 삭제한 뒤 변화를 확인한 결과 신뢰성이 높은 뉴스와 근거없는 거짓정보의 공유 패턴에 별다른 차이점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게시글 공유 활동이 사용자의 기존 정치적 성향이나 행동을 바꾼 것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소셜미디어의 수익 광고 모델 등이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지만,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정치적 양극화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지정학적 변화, 극편향성을 띤 언론 등 '인터넷 외부 요소' 등을 정치적 양극화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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