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장이면 집에 어울리는 가구 '뚝딱'…"회장님 별장에도 납품"

류준영 기자 2023. 7.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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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주문자 맞춤 가구 플랫폼 운영사 팩투커스 송승엽 대표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송승엽 팩투커스 대표/사진=이기범 기자

"여기 뿐 아니라 애플 매장 같은 데 가보시면 제품을 전시한 테이블 끝부분에 맞춰 바닥·천정·벽의 선이 거의 일치합니다. 선은 물론 내부 전체 색, 톤이 통일감을 이뤄 소비자가 오롯이 제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의 핫플레이스로 통하는 글로벌 커피브랜드 블루보틀에서 만난 송승엽 팩투커스 대표는 매장 내부 음료제조 탁자, 매대, 사이드테이블, 벽 무늬 패턴과 색상 등을 스캔하듯 쓱 훑어본 후 이 같이 말했다. 기자와 초면인 그는 "이 업에 종사한 후로 어딜가든 이렇게 다 둘러 보고 만져보는 버릇이 생겼다"며 멋쩍어했다.

팩투커스는 안방, 거실, 주방, 서재로 꾸밀 방 내부를 찍은 사진 한 장을 보내면, 원하는 형태의 가구를 디자인하고 직접 제조까지 해주는 맞춤형 가구 주문·제작 플랫폼 '에이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송 대표는 "사진 실측 서비스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고객이 원하는 가구 설계도와 가격 견적을 뽑아준다"며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자택 방문 상담에 대한 부담이 적고, 무엇보다 공장과 소비자 간 다이렉트 주문·제작 방식이라 대리점 중간 마진을 없앤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찰제, 1년 사후서비스 등을 도입해 구매 만족도를 향상시켰다.

'탈도심 전원행'을 택한 3040세대와 은퇴자 위주로 집짓기 붐이 일면서 팩투커스는 제대로 물 만났다. 업계에 따르면 보통 주택을 짓는 전체 비용에서 대략 15%는 가구가 차지한다. 송 대표는 "요즘 서울 인근 단독주택이나 세컨하우스를 원하는 사람들은 특정 테마를 정해서 집을 짓거나 고르기 때문에 가구 역시도 테마와 어울리는 것을 찾는다"며 "최근 식품업계 대기업 D사 회장님과 S그룹 계열사 사장님 두 세 분도 별장에 들어갈 가구를 주문하셔서 별장 전체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는 가구를 만들어 드린 적 있다"고 귀띔했다. 가구 업계 디지털 전환(DX)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송 대표의 창업스토리를 들어봤다.

팩투커스가 디자인한 가구/사진=팩투커스

-창업 전까지 다양한 일을 했다.
▶가구와 인연을 맺은 건 19살 때다. 한샘 시공팀 시공기사로 취업해 군대 가기 전까지 2년간 굴렀다. 기술만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어딜가든 대학 졸업장을 요구해 뒤늦게 편입 공부를 시작했고 광운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스포츠웨어 대표 브랜드 컨버스(Converse), 카파(Kappa)에서 법무팀으로 일하다가 나와 삼일제약 영업부 사원으로도 일해봤다. 이밖에 일한 기간이 짧긴 하나 호주 멜버른 크라운호텔 F&B 인턴, 하나은행 인턴으로도 일했었다. 한샘대리점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한 적도 있다.

-왜 그렇게 옮겨 다녔나.
▶법무팀에서 일할 때 평소 존경한 팀장님이 CEO(최고경영자)가 바뀌니까 알아서 물러나야 하는 처지가 되는 걸 봤다. 다른 곳도 50대 초반 임원이 되면 그만둘 때를 계산해 다른 자리를 미리 알아봐야 하더라. 평생 먹고 살 생업을 찾던 내겐 적잖은 충격이자 고민이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한샘 가구 영업사원 시절엔 나이가 문제가 안 됐다. 오히려 나이가 많을수록 현장 경험의 노하우를 더 높게 쳐주는 분위기였고, 실제로 대리점을 찾은 고객들도 시니어매니저의 얘기를 더 잘 들었다. 이 업종에선 나이는 진짜 숫자에 불과할 뿐, 더 오래 일 할 수 있다는 매력이 분명 있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대리점에서 3년간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월 매출 실적 1억원씩 올리며 자신감이 붙어 아예 공장을 세우고 창업했다.

팩투커스가 디자인한 가구/사진=팩투커스

-1년이 아니고 한 달에 1억 매출을 올렸다는 말인가.
▶한샘 대리점에서 근무할 때 주택 전체 세트가구부터 프리미엄 가구까지 전부 다뤘다. 대략 95% 계약은 제가 따왔던 것 같다. 한달에 1억, 많게는 3억원까지 매출을 올렸다. 직접 가구를 만들어봤고 수리·보수 나갔을 때 고객 피드백을 다 듣고 다닌 경험이 영업에 큰 도움이 됐다. 이를테면 침대는 가장 일반적인 평상형과 '침대 갈빗살'이라고 부르며 매트리스를 고정하면서 탄성을 높여주는 루뢰위라는 침대프레임이 있다. 이 두가지 형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고객의 취침 습관을 알면 훨씬 만족도 높은 상품을 권해줄 수 있다. 예컨데 추운 동절기엔 따뜻한 바닥 온기가 순환할 수 있도록 바닥 부분에 공간이 남아 있는 루뢰위를 추천한다. 다만 몸부림이 있다면 '삐거덕' 하는 소음이 날 수 있어 평상형을 권한다.

-장사수완이 빼어나 창업하고서도 덕을 보는 듯하다. 수억원대 납품실적이 꽤 있다.
▶이왕이면 고급스러운 원목가구를 찾지만, 소비자들 눈높이를 딱 맞춘 가격대 제품을 찾기는 쉽지 않다. 전체 인테리어 가구가 총 1억원이라면 4500만원은 자재비, 3500만원은 인건비다. 나머지 15~20%가 수익이다. 우리의 맞춤형 하이엔드 가구는 고품질에 값싼 자재를 국내외에서 사전에 대량으로 확보하고, 대리점 같은 중간 조직을 거치지 않는다. 게다가 계약 건수가 많을수록 박리다매로 수익을 더 남기는 구조다.이렇게 비용을 줄이면 거의 일반가구 가격 수준에서 구매할 수 있다. 품질은 높은 데 가격은 저렴해서 '가구계 노브랜드'라는 얘기도 종종 듣는다.

팩투커스가 디자인한 가구/사진=팩투커스

-주로 찾는 분들은.
▶원룸을 운영하는 임대업자들이 많이 이용한다. 최근 안양 쪽 80세대 아파트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다. 이분들은 일단 각방 평수가 좁아 기존 가구에선 선택의 폭이 좁다. 또 기능성 측면에서 되도록 모든 기능을 갖춘 가구가 필요한 데다 이왕이면 싸면서 관리는 안 해도 되는 내구성 있는 가구를 찾는다.

-조립식 가구를 대량 생산해 파는 이케아가 이미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케아는 조립식 가구라는 이점으로 창고 사용료나 재고비를 줄여 판매단가를 낮췄다고 말하지만, 직접 매장 가서 보시면 다들 이렇게 말한다. "안 싸네". 결코 싸지 않다. 해외에서 들여와 파는 가구의 단가가 낮아질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 우리나라 고객들이 원하는 니즈를 잘 맞추고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한 회사에서 이케아에 납품하기 위한 가구를 대량으로 제작한다고 치면 품질도 그리 좋을 수 없다.

팩투커스는 원자재를 미리 확보해 뒀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그 즉시 제조하는 형태로 재고 관리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또 우리가 직접 만들기 때문에 주문량, 계약률이 많아질수록 단가는 더 떨어진다. 주문자가 "공부방을 스터디카페처럼 꾸며달라"고 하면 디자이너가 방 형태, 크기 등을 입력한 3차원(D) 모델링 기법을 통해 어울리는 가구를 추천하므로 구매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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