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까'페] 국민연금, 5천억 내고 투자 맡겼는데 '쓴맛'…"위탁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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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해외주식 위탁 투자 부문에서 저조한 성과를 내 내부 전문위원회의 '공개 저격'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재취업 때문에 그러느냐"는 강도높은 비판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는 국민연금에게 '잔인한 한 해'였습니다. 시간가중수익률(투자기간 중 현금 유출입에 따른 수익률 왜곡을 조정하는 평가방식) -8.28%를 기록해, 2000년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특히 시장의 평균적인 움직임을 뜻하는 '벤치마크'와 비교해도 0.2%포인트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부동산 등에 주로 투자하는 대체투자가 시장 기준 대비 -3.15%포인트의 어마어마한 마이너스 실적을 냈습니다.
그런데 매해 국민연금의 운용을 평가하는 내부 위원회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원회'는 벤치마크 대비 0.15%포인트 초과 수익을 낸 해외주식을 오히려 문제삼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수익률을 뜯어 보면, 패시브 투자에서 벤치마크 대비 1.15%포인트의 초과 수익을 내는 동안 액티브 투자에선 벤치마크 보다도 0.61%포인트 낮았습니다. 1년 더 이전인 2021년에도 액티브 투자는 벤치마크 대비 -1.59%포인트로 나빴습니다. 3년 평균과 5년 평균 모두 마이너스로, 해외주식의 세부 투자부문 중 기간 평균에서 벤치마크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건 액티브 투자가 유일합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상반기 성장주의 급락과 에너지 등 원자재 관련주의 급등이 나타나며 액티브 운용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서 "다만 작년 하반기부터 성과가 회복세를 나타냈고 올해는 전반적으로 성과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패시브' 투자는 시장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투자입니다. 반대로 시장 대비 좋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투자 종목을 조정하는 것을 '액티브'라 부릅니다. 예컨대 국내 주식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에 보유 자금의 30%만 넣는 것은 패시브 투자입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더 오를 거라 생각해 투자금의 40%를 투자하거나, 혹은 반대로 비중을 줄이는 걸 액티브라고 부릅니다.
운용보수로 '수천 억원'
그러니까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는 한 마디로 '사서 고생했다'는 얘깁니다. 심지어 고생만 한 게 아닙니다. 국민연금은 해외주식 액티브 투자 전량을 위탁하고 있습니다. 돈을 운용사에 맡긴다는 뜻이고,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내부 평가기관의 분석 결과, 해외주식 위탁의 평균 운용보수는 0.39%였습니다. 대체투자를 제외한 공모자산 중 가장 비싼 수수료였습니다. 국민연금의 액티브 위탁 금액은 지난해 132조9천억원, 전체 해외주식 투자금의 55.2%였습니다. 운용보수를 단순 계산하면 5천200억원에 육박합니다.
이 분석에선 "액티브 위탁은 약세장에서 평균적으로 큰 폭의 음(-)의 초과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강세장에서는 유사한 수준의 양(+)의 초과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쉽게 말해 시장이 나쁠 때는 훨씬 나빴고, 좋을 때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렇다 보니, 내부 전문위원회가 수익률 부진을 지적하는 과정에선 "갑의 위치에 계속 서 있기 위함인가", "나중에 재취업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냐"는 등의 강도 높은 비판까지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위탁운용사들에게 국민연금은 매우 큰 고객 중 하나입니다. 해외 멀리 있는 운용사라도 국민연금이 프리젠테이션을 요구하면 한국까지 찾아오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강도높은 지적을 받고 수익률도 부진했지만, 국민연금의 액티브 투자 비중은 크게 줄지 않고 있습니다. 액티브 위탁투자 비중은 2019년 57%, 2020년 56.9%, 2021년 56.4%, 그리고 지난해 55.2%로 아주 조금씩 떨어졌습니다.
국민연금 측도 할 말은 있습니다. 대안을 마련하기가 어렵습니다. 직접 액티브투자를 하자니, 국내에서도 쉽지 않은 선제적 유망 기업 발굴을 해외에서 해야 합니다. 해외 사무소 직원의 수를 늘리고 뛰어난 사람을 배치하자니 예산이 문젭니다.
좋은 자산운용사를 잘 골라보자니,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액티브 펀드도 시장 평균 대비 초과 수익을 내는 경우가 2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심지어 한 번 좋은 성과를 낸 운용사는 확률적으로 성과가 나빠집니다. 한 번 좋은 종목을 고르는 데 성공했더라도, 연달아 골라내는 건 훨씬 어려우니까요. 그렇다고 국민연금 입장에서 최근 성과가 나빴던 운용사가 좋아질 확률을 믿고 돈을 맡기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뭘까요. 국민연금 내부 위험관리·성과보상 전문위원회 관계자들은 해외사무소에 그 나라의 자산운용 전문가들을 영입해 그 노하우를 활용하고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는 국내 자산운용사에게 자금을 맡기고 해외투자를 위탁해 국내 업계의 역량을 키우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다만 이런 대안 모두 당장 시행하긴 어려운, 장기 과제입니다. 하지만 위탁 해외주식의 수수료와 수익은 현재진행형이죠. 일단은 시장을 따라가면서 직접 투자하는 패시브 비중을 높인 뒤, 차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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