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조인성 “권상사 액션? 안약 선택 잘했다 생각”[M+인터뷰]

이남경 MK스포츠 기자(mkculture3@mkcult 2023. 7. 28.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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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 인터뷰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 본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밀수’ 조인성이 레전드 액션신을 완성하며, ‘멋짐’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밀수’(감독 류승와)에서 권상사 역을 맡은 조인성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으로, 조인성은 극 중 전국구 밀수왕 권상사 역을 맡았다.

조인성은 권상사 역으로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다소 늦게 등장을 하지만, 치명적인 매력으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적은 분량 속에서도 김혜수가 맡은 조춘자와 ‘어른 섹시’의 케미를 발산하며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냈다.

여기에 조인성은 장도리(박정민 분) 무리와의 액션신으로 ‘밀수’ 내 또 하나의 명장면을 완성시켰다. 그는 살아있는 눈빛과 섹시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의 액션신을 선보이며 스피디하고 날렵한 매력을 자랑했다.

조인성 일문일답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 이하 조인성과의 일문일답.

Q. ‘밀수’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류승완 감독님께) 전화가 와서 ‘스케줄 돼?’라고 물으셨다. 그때 이미 ‘무빙’을 결정해둔 상태였다. 스케줄이 뭐냐고 묻더니 ‘아니다’ 이러더라. 다음 작품 들어가는 걸 안다고 이야기하길래, ‘무빙’을 들어가야 해서 안된다고 했다. ‘자기를 두고 썼는데. 대사를 다 바꿨어. 얼마 안 나와. 밥이나 한 끼 먹고 가면 되지’라고 설득하셨다. ‘무빙’ 측에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무빙’은 출연자들이 많으니까 내 분량을 조금 뒤로 미룰 수 있나 확인했다. 많이 못 미루는건 ‘어쩌다 사장3’ 때문이었다. 정리해야 하는 스케줄상의 문제가 있었다. ‘무빙’에서도 내가 괜찮으면 괜찮겠다고 해줘서 류승완 감독님께 대본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대본을 받고, 어떻게 만들지 고민을 했다. 역할의 크기는 중요치 않다. 대본을 두 번 봤다. 내가 물에 들어갈까봐. 너무 힘들까봐. 장도리랑 종수형까지는 들어가더라. 권상사가 혹시 칼을 맞고 혹시 병원에 가서 나온 다음에 물에 들어가나 하고 읽어 봤더니 ‘죽는구나’ 하고 ‘오케이’ 하고 시작을 하게 됐다. 18회차, 15회차 정도였다. 첫 촬영하는 날 전날 숙소에 갔는데, 정경호한테 전화가 왔다. 통화를 하는데 ‘형 어디세요?’라고 해서 ‘밀수라고 류승완 감독님 도와주러 왔다. 한 15회, 18회차 촬영해’라고 했더니 ‘잠깐이 아닌 것 같다’라고 했다. 난 지금까지 한 것 중에 짧다고 했다. ‘18회차면 주조연급으로 들어간다’라고 하더라. 몰랐는데 그렇게 하게 된 거다.

Q. 엔딩 크레딧에서는 ‘그리고 조인성’으로 나온다. 그 이유를 알고 있나.

A. 감독님이 스페셜하게 챙겨주려고 하는 것도 있고, 흐름상 계산으로 봤을 때 ‘그리고 조인성’ 하고 뒤에 쿠키가 들어가니까 감독님의 계산법이지 않나 싶다. ‘넌 빠져 나갈 수 없다’라는 암묵적인 그런 게 있지 않나. 만식이형보다 류승완 감독님과 많이 하는 게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나. 만식이형이 말을 안했지만, 만식이형과 마주쳤을 때 ‘나도 일 좀 해’라는 눈빛으로 봤다.

Q. 류승완 감독과는 ‘모가디슈’부터 이어져 온 믿음과 신뢰가 있는 것 같다. 어떻게 그런 믿음과 신뢰가 만들어졌나.

A. 거창하게 이야기를 할 수가 없는게 모로코에 가서 5개월을 살았다. 그 신뢰라는 게 5개월 동안 살다 보면 사람이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없다. 그러니까 별의별 모습들을 봤을 거다. 그 사람의 민낯도 보게 되고 그 사람과 나와 결이 맞는지도 보셨을 거다. 그러고 내가 잘했던 것 같다. 감독님이 힘들어 할 때 혼자 먹으려고 했던 순대국을 쓱 주고. 스태프들한테도 혼자 먹으려고 했던 소주 한 병, 힘든 일이 있으면 그걸 주고. 그런 팀들이 그대로 ‘밀수’에도 오니까 신뢰감이 쌓인 것 같다. ‘모가디슈’가 아니었다면 오히려 체면이 있는 신뢰가 쌓였겠지, 밀도 있는 신뢰는 아니었을 것 같다.

Q. 이번 ‘밀수’에서 류승완감독이 조인성을 정말 잘 담아줬다. 어떻게 생각하나.

A. 미안했나보다 ‘모가디슈’ 때 나를 못생기게 찍은 것에 대한 채무가 있었나보다. 자꾸 당신의 소싯적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하니까. 내가 분장하고 나오니까 테스트 촬영 때 보더니 ‘자기는 소싯적 내 모습 보는 것 같다’라고 하더라. 류승완 감독님 잘생겼다. ‘내가 늙어가면 키는 저렇게 주는 건가?’ 생각도 들었다. (웃음) ‘모가디슈’ 때는 사건 위주로 했다면 이번에는 인물을 캐릭터화시켜서 그것 위주였으니까 아귀가 맞아 떨어져서 그 터치를 받았던 것 같다.

Q. 권상사의 전사가 언급이 된다. 혹시 따로 설정하거나 생각한 전사가 있나.

A. 전쟁도 갔다 왔던 경험이 있고, 그런 것들이 있는데 너무 구체화되지 못하니까 이미지를 생각했다. 어떤 이미지여야 되겠다로 다가가는 게 훨씬 더 빠르겠더라. 영화는 이미지가 뭉쳐져서 나오는 작업이기도 하니까. 품위있게, 덜 양아치스럽게, 매너있게 이런 것들을 입력을 시켰다. 그러다가 배를 타는 장면이 있었다. 넘어지면서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데 일그러지는 표정이 나온다. 그 표정을 놓치지 않고 감독님이 ‘그게 권상사의 모습이다’라고 해서 그렇게 완성한 거다. 단면적이지 않다. 인간의 허술한 면이 부여가 된 거다. 등장할 때 못된 짓을 혜수선배한테 하지만 그래도 저 사람이 악랄한 사람만은 아니라는 빈 구석을 본 거니까. 보는 사람이 궁금해지기 시작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차근차근 빌드업을 했다.

Q. 권상사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려고 하고, 어떤 준비를 해왔을까.

A. 우연히 발견한 게 많았다. 군천에 내려가서 혜수선배한테 한바퀴 돌면서 위스키를 주는 장면이 있다. 음악을 현장에서 틀어주셨는데 한바퀴 돌았다. 감독님이 ‘자기야 이거 웬 신선한 표현이야?’ 하고 막 웃더니 하게 된 거다. 그런 것들이 우연히 겹치면서 되는 것들이 있었다. 라이터도 현장에서 한 거다. 남자들은 젊을 때 라이터를 많이 갖고 논다. 자연스레 여는 걸 해봤는데 ‘열리네?’ 했다. ‘레디 액션’ 했는데 그냥 해봤다. ‘자기 날 도와줘야돼’ 하고 딱 열어서 불을 켜고 붙여주니까 감독님이 웃더라. ‘그런 건 어디서 준비했냐’라고. 그런 게 우연히 많이 겹쳤다. 그러면서 캐릭터가 됐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밀수’ 조인성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Q. ‘밀수’는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다. 권상사의 쿠키 장면까지 등장하기 때문.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A. 내가 불사조인지 몰랐다. 대본엔 죽는 걸로 끝났다. 살려두는 것도 옵션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원래는 죽는 건데 찍어놓고나서 보니까 아까운 것 같더라. 감독님이 아깝다고 생각한 것도 있는 것 같고 스태프들이 살려야 한다고 봉기를 일으켰다. 회의를 하다 보니까 어떤 스태프들은 내가 칼맞고 죽은 것에 대해서 너무 싫어하고 하니까, 어느날 감독님한테 전화가 와서 ‘자기야, 내가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하루만 빼줘봐라. 죽으면 안될 것 같다’라고 하시더라. 기가 막히게 또 죽은 게 아니고 심장 밑을 빗겨 나갔다고 하더라. 하루를 달라고 해서 짜투리 시간을 내서 갔다. 새만금쪽의 허름한 병원을 빌려서 찍는데 다이아몬드를 흰 밥에 올려놓는 걸 찍었다. 콘티도 없고 대본도 없던 걸로 기억난다. 그런데 막상 밥에 다이아몬드를 올려놨는데 잘 안보이더라.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지?’ 했는데, 그러지 말고 연출부에 김을 달라고 했다. 그렇게 그 장면이 탄생한 거다.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톤앤매너니까 한 거다. 리얼베이스였다면 권상사가 죽어야지 안그러면 망가지는 일이었을 거다.

Q. ‘밀수’의 여러 장면 중 조인성의 액션 시퀀스가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멋있다’라는 반응도 터졌다.

A. 안약 선택을 잘했다 생각했다. (웃음) 세트장은 먼지가 많으니까 안약 넣고 액션 받고 컷 했고 나왔고 끝이다. 다른 감정을 주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그 의도한 웃음의 의미가 뭐냐고 묻는데 웃는 줄도 몰랐다. 생각해보면 그런 건 있다. 내가 전국구 밀수왕인데,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음악이 나오는데, 진숙(염정아 분)이가 칼을 들고 가려다 장도리네가 모여있으니까 칼을 놓고 전화기로 가는 신이 있다. 그 전에 장도리가 ‘우아래동네에 치는 애들 긁어와’ 하고 ‘열 받아서 못살겠네’ 하지 않나. 그때 모인 애들을 자세히 보면 뒤에 경운기 타고 온 애들이다. 방망이 들고 낫들고 온 거 아니냐. 망치를 들고 왔는데 권상사 입장에서 이런 일을 한 두 번 겪고 전국구가 된 거도 아니고. ‘이런 것들 귀엽다. 너무 떨고 있으니까 들어와서 몸 피하고 있어라, 별 일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는 거였다. 거기서 ‘상대를 해줘야지’ 하기에는 내 자존심이 너무 많이 상해서, ‘나 전국구니까. 동네 애들하고 우당탕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냐’라는 권상사의 품위라고 생각한 거다.

Q. 액션 장면에서 박정민이 송판을 덧대고 있고, 메롱을 하는 등 얄미움이 폭발했다. 현장에서도 웃음이 나왔을 것 같다.

A. VIP 시사회에서 팍팍 찌르고 웃통을 벗고 메롱을 하니까 ‘너무 싫어!!’ 하는 반응이 나오더라. 누군 ‘으악’ 소리를 지르더라. 너무 싫다고. 너무 웃겼다. 영화지만 현장이지 않나. 현장에서는 너무 웃기다. 어떤 스태프들은 현장 편집본에서 혀를 낼름하면 고개를 튼다. 그게 캐릭터니까. 또 귀엽지 않나. (웃음)

Q. 또 조인성과 김혜수가 맡은 권상사와 조춘자의 러브라인도 묘한 느낌을 선사했다. 이를 어떻게 해석했나.

A. 그것이 맞다 틀리다 애매한 게, 배우들의 화학적 작용들이 벌어지는데 우리는 그게 아니라고 말하기엔 상상력을 막는 행동이고, 그것만이 맞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케미가 왜 필요하냐. 둘 다 멜로가 가능한 배우들이 만났으니 어떤 의미로 쳐다본 게 남녀의 느낌처럼 보였다고 한다면, 그 자체에 배우가 주는 작품의 선물 같은 거지 않나.

Q. ‘밀수’는 70년대를 제대로 구현했다. 권상사의 스타일링, 슈트핏 등은 어떻게 고민하고 준비했나.

A. 그런 고민은 하나도 안했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걸 잘 사용한 거 아니냐. 내가 이렇게 물려주신 걸 류승완 감독님이 잘 썼다고 느꼈다. 핏을 유지하려고 한 거도 아니고 의상팀도 맞게끔 고증을 잘 해줬고, 혜수 선배와 룩에 있어서 어울렸고, 또 리얼 베이스가 아니지 않나. 영화가 시작한다는 느낌을 주고, 염정아 선배가 톤을 잡아주고,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고, 의상도 톤앤매너에 맞게 세팅해줬고 그게 이 영화의 때깔이다.

Q. ‘무빙’의 공개도 앞두고 있다. ‘무빙’에서는 어떤 매력을 볼 수 있을까.

A. ‘무빙’은 아직 못봐서 모르겠다. 지금 CG 작업을 하고 다 넘어갔을 거다. ‘무빙’ 때는 못 뵐 것 같다. ‘호프’ 촬영 때문에 해외로 나가 올해 말에 들어 올거다. ‘어쩌다 사장3’도 갔다가 ‘호프’ 쪽에 들어가서 외국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Q. 조인성 스스로 자신의 배우로서의 인생을 자평 해본다면.

A. 죽지 않고 잘 견뎠네. 그게 나의 사는 방식이었으니까. 결국에는 사람 결대로 작품 선택도 할 거다. 나도 내가 궁금하다. 어떤 식으로 변해갈지. 이렇게 변할거라고 말했는데 안 변하면 미안하지 않나. (웃음)

Q. 대중과 가까워지고 싶어한다. ‘어쩌다 사장’ 등 예능 출연도 도움이 됐나.

A. 많이 도움이 됐다. 그런 걸 느꼈다. 예능에는 대사가 없다. 작가가 있지만 대사를 주지 않는다. ‘식사 하셨냐’라고 말도 걸어야 한다. ‘연기를 이렇게 하면 되겠다’라고 생각이 들더라. 그러면서 나를 발견해 나가게 됐다. 연기를 한다고 그러면 ‘밥 너 먹었어?’라고 하는데, 말 할 때는 ‘식사 하셨어요?’ ‘그 어떻게… 식사는요?’라는 식으로 말하듯 할 수 있다는 감을 왜 마흔 셋에 알았을까. 죄송하다. (웃음)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걸 수도 있다.

[이남경 MBN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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