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염정아 “촬영할 때 매일 수영장 갈 거라고 했는데…그 뒤로 안갔다”[M+인터뷰]
※ 본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밀수’ 염정아가 절제된 감정 속 해녀들의 ‘리더’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밀수’(감독 류승와)에서 활약한 배우 염정아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염정아는 김혜수와 함께 여성들의 연대에 대해 그려내면서도, ‘가족’과 ‘책임감’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활약을 펼쳤다. 그는 숏컷에 보이시한 스타일로 시크한 스타일링을 완성, 묵묵히 바위와 같이 단단하게 해녀들을 더욱 뭉치게 하는 리더십도 발휘했다.
무엇보다 염정아는 김혜수와는 상반된 에너지를 보여줬다. 김혜수가 에너지를 뿜는 거라면, 염정아는 내면으로 밀어넣었다. 절제된 감정 속에서도 슬픔, 애틋함, 가족애, 기쁨 등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진숙(염정아 분)의 감정에 더욱 몰입하게 만드는 활약을 펼쳤다.
▶ 이하 염정아와의 일문일답.
Q.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봤다. 당시 박수까지 나왔었는데, 영화를 본 소감은? 또한 VIP 시사회 이후 주위 지인들의 반응은?
A. 두 번 봤다. VIP 시사회를 하면서 마지막관에 앉아서 다 봤다. 관계자분들이 많았다. 박수를 치고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배우들은 작품을 보면 자기 연기를 보게 돼서 첫 번째 볼 때는 전체를 못보는데 두 번째 볼 때는 재밌게 봤다. 주위 분들이 ‘엄진숙 좋았다’라고 해주셨다.
Q. 진숙은 생계가 어려워지고, 가족들을 잃기까지 한다. 꾹누르는 연기를 해야 했다. 어떻게 잡아나갔나.
A. 객관적으로 내가 봤을 때 진숙이도, 춘자(김혜수 분)도 불쌍했다.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이자 자매 같은 춘자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아버지와 동생을 잃었고, 같이 돌아왔을 때 내가 봤던 춘자의 모습은 헷갈리기 시작하는 거다. 그런 신들을 찍을 때마다 맨날 헷갈렸다. 순서대로 찍는 게 아니다 보니까 어떻게 이걸 잡아가야 할까. 그때마다 감독님께서 길을 보여주셨고, 헷갈려 하는 지점들을 질문하면 시원하게 답을 주신 편이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찍었다. 혜수언니하고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며 촬영을 했다. 진중하게 눌러줘야 해서 배우로서 혼자서 그것들을 고민을 많이 했다.
Q. 몸을 잘 쓰지 못한다고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 액션을 소화해야 했다. 어떻게 준비했나.
A. 연습을 많이 하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수중 훈련을 촬영 3개월 전에 했고 집중적으로 했다. 다른 스케줄 없이. 아예 수영을 못하던 사람이라 물에서 숨 참는 것부터 했다. 30초부터 1분 넘어가기까지. 물 안으로 들어가면서 귀가 힘든 순간도 있었고 눈이 힘든 순간도 있었고 그런 힘든 순간들을 극복하면서 촬영을 했었다.
Q. 수중 훈련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또 숨 참기 기록을 재면서 훈련을 했다고 한다. 김재화 배우가 굉장히 잘 버텼다고 한다.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A. 숨참기 기록은 내가 제일 짧을 거다.(웃음) 재화가 진짜 잘한다. 재화도 수영을 못했던 걸로 안다. 슈트 입는 것부터 훈련을 시작했는데 젊어서 그런건지 잘하더라. 수중 훈련은 혼자서는 안되고, 한 사람에 한 분씩 딱 붙어서 도와주셨다. 선생님이 계신다. 배우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상황에 나타나서 도와주는 분들이 계셨다. 같이 했던 배우들이 내가 물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한 사람이 들어가도 모두가 그것만 보면서, 어떻게 해내는지를 보고 같이 환호하고 소리지르고 웃고 우는 현장이었다. 그러니까 물 안에 아무것도 안들리고 안보이지만 늘 같이 있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든든했다.
Q. 김혜수는 염정아와 잠수 장면 촬영 당시 잠깐 정적이 있을 때 서로 눈이 마주쳤고,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그 감정을 똑같이 느꼈을까.
A. 같은 감정이다. 언니랑 나랑 물 안에서 수면으로 올라가기 전에 스탠바이하는 상황. 모든 스태프들은 위에 있고 물 안에는 우리 둘만 있다. 그 큐를 감독님이 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을 때 하는 거라 서로의 눈을 보고 상황을 보고 ‘하나 둘 셋’ 언니가 하면 셋에 탁 올라가는 거다. 셋 셀 동안에 눈을 보는 그 순간, 그 순간이 눈물나는 순간이다.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다.
Q. 물 공포증 외엔 따로 두려운 부분이 없었나. 촬영 후에는 물이 좋아졌나.
A. 물에 대한 게 가장 컸다. 그때는 걱정을 막 늘어놓으니까 감독님이 직접 안해도 된다고 했는데 다했다. 촬영할 때는 ‘매일 수영장 간다, 물이 너무 좋고, 냄새도 좋고, 자유롭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뒤로 수영장을 안갔다. 다시 원래 염정아로 돌아왔다.
Q. 춘자와는 반대되는 진숙의 스타일링도 대비를 이뤘다. 어떻게 준비하게 됐나.
A. 처음에는 내가 단발이라 진숙이 머리를 묶니, 단발을 푸니하며 스타일링을 해봤다. 좀 애매했다. 머리를 자르게 됐다. 머리를 자르면서 보이시한 느낌으로 가서 점프 슈트를 입게 돼서 진숙의 캐릭터를 만들게 됐다. 춘자하고 많이 상반된 느낌을 하고 싶었다.
Q. 홀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굉장히 슬펐다. 쓸쓸한 분위기를 감도는 이 장면은 어떻게 나오게 된 걸까.
A. 뮤지컬 영화 했었다. (웃음) 레슨을 받았다. 그것도 감독님이 촬영을 하면서 만든 거였다. 춘자가 노래하는 것도 없었고 만드신 신이었다. 둘이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랐다. 공통적으로 습관적으로 불렀던 노래 좋아했던 노래인 거다. 둘이 몸이 떨어져있고 감정이 서로에게서 벗어난 상태지만 둘은 하나의 뭐가 있던 거다.
Q. 춘자와 마주쳤을 때 칼로 들이미는 장면은 진숙의 억눌렀던 감정이 표출되는 장면이었다.
A. 아갈머리에서 아가리로. (웃음) 그때 진지하게 촬영을 했다. 혜수언니도 나도 되게 중요한 신이라고 인지를 하고 있었다. 찍고 감독님이 되게 좋아하셨다. 진짜 춘자와 진숙이 된 것처럼, 그 신에서 다방에서 둘이 오해가 풀리는 신. 그 두 신이 춘자와 진숙으로 마주하면서 굉장히 진심이 많이 담긴 신이었다.
Q. 장도리 역의 박정민과는 ‘시동’에서 아들과 엄마로 호흡을 맞췄다. 이번 작품에서는 어땠을까. 또 박정민은 앞서 장도리가 마음에 둔 사람이 옥분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진숙을 의미하는 듯하다. 이런 감정선을 진숙 역의 염정아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A.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걔도 완전 어렸을 때부터 친동생보다 더 챙긴 앤데 세상에. 제 생각에도 그런데 누나를 되게 좋아했을 것 같다. 박정민 배우를 너무 너무 좋아하고 아끼고 응원하고 예쁘다. 아들 역할을 해서 더 그런 것 같았고, ‘밀수’에서는 머리를 볶고 살이 쪄서 왔더라. 장도리로 보이더라. 연기를 워낙 잘하는 배우여서, 선배라고 무슨 이야기를 하거나 무슨 필요가 없는 친구니까. 좀 더 편했다.
Q. 한편으로 진숙이 춘자를 의심하지만 장도리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진숙의 마음은 무엇일까.
A. 그렇게 독한 사람이 못되는 것 같다. 배신감에 바들바들 떨고 눈물이 나지만, 막상 내 손으로 어떻게 못하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내 대사에도 있다. 춘자한테 ‘걔는 내 앞에서 숨도 살살 쉬던 애야’라는 대사가 있다. 그 정도로 그런 깜냥이 안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지금 비록 우리 아버지를 배를 그렇게 하고 있지만, ‘걔는 나한테 그럴 수 있는 애가 아니야. 감히 내 동생과 아버지, 나를 밀고 한다고?’라고 그랬던 것 같다.
Q. 아버지와 동생의 사망은 굉장히 비극적이고 슬펐다. 배 한복판에서 눈물을 흘리며 기절하던 염정아의 연기 역시 마음을 아프게 했다.
A. 그날 죽는 줄 알았다. 너무 슬펐다. 영화에서 피가 더 빨갛게 나오는데, 현장에서도 터트려서 해주긴 했는데 그거를 배 위에서 보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나더라. 그런데 같이 했던 해녀들 모두 엉엉 울었던 신이었다. 완전 다 빠져버린 상태, 이거는 감독님이 원한대로 한 거다.
Q. 위기를 맞을수록 더욱 똘똘 뭉치는 여성의 서사가 좋았다. 현장의 분위기도 좋았을 것 같다.
A. 해녀들, 옥분이까지 진짜 우리가 막 중학교, 여중으로 돌아간 느낌이 있었다. 서로 진짜 개구쟁이들처럼 노래하고 춤추고 분장실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놀라서 나갈 정도로 늘 먹으면서 떠들고, 너무 너무 재밌는 현장이었다.
A. 제일 크게 느꼈던 현장이다. 우리는 숙박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까 하루종일 같이 있는 거다. 그때 당시에는 가족들과 더 자주 같이 있었고, 함께 보냈고, 너무 재밌었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그때도 계속 입에 ‘우린 너무 재밌다’라는 말을 뱉으면서, ‘언제 이런 현장 또 만날 수 있을까’ 이야기했다. 그래서 단톡방이 활발하다. 지금까지도. 해녀들하고 민시하고. 어떻게 하다 보니까 우리끼리 만들었다. (웃음)
Q. 조인성이 염정아를 좋은 땅, 김혜수를 햇빛으로 비유했다. 류승완 감독이 비를 내려줘서 꽃을 피웠다고 표현했다. 실제 염정아와 진숙은 비슷한 면이 있을지, 또 조인성과 붙는 장면이 별로 없었지만, 어떤 배우였나.
A. 조인성은 너무 인간적이고 되게 어른스러운 사람이고 멋있고 넓은 사람이고 주변을 다 챙기는 사람이고 굉장히 인간적인 면들을 많이 보고 있다. 액션 장면 너무 멋있었다. (웃음) 조인성이 책을 많이 읽나보다. 나는 잘은 몰라도 1남 3녀의 장녀이다 보니까 책임감 같은 건 몸이 배어있지 않을까. 하하. 그런 거 외에는 그렇게 진중한 편은 아니다. 식혜 같은 경우에는 나한테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한테 내가 직접 만든 식혜를 주고 싶었다. 맛있다고 하니까 자꾸 주고 싶었다.
Q. 이번 작품에서 김혜수라는 언니가 있어 든든했을 것 같다. 기댈 수도 있고. 어땠을까.
A. 되게 많이 의지하고, 나한테 ‘아가야’라고 이러니까. 무슨 아가야. (웃음) 그래도 혜수 언니니까 그런 이야기 듣는게 좋은 거다. 김혜수와 어떤 관계의 호흡보다는 작품을 또 하고 싶다. 나한테 너는 이런 배우이고 이런 장점을 가진 배우고 나를 보완해주는 배우라는 걸 많이 하셨다. 그 힘으로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늘 칭찬을 해주시는. 언니가 너무 좋고 의지가 되고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더 잘하고 싶다.
Q. 김혜수는 대기실에서도 음악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밀수’에서도 좋은 음악들이 많이 나왔는데, 진숙의 테마곡을 꼽자면?
A. 김춘자 선생님의 ‘무인도’. 진숙이 아빠와 동생을 잃고 들어갔을 때 음악이 전주부터 깔린다. 그게 진숙의 테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 위에서 함께하는 순간이 ‘무인도’가 또 깔린다.
Q. 그렇다면 염정아의 인생을 표현하는 음악을 꼽자면?
A. ‘인생은 아름다워’ 할 때 거기에 들어갔던 수록곡들이 마음에 많이 와닿는 게 많았다. ‘세월이 가면’, 그런데 이건 내 인생을 담기에는. 밝은 거면 좋겠다. 요즘 음악도 식혜 만드느라고 노래를 못 듣는다. ‘인생은 아름다워’ 그 자체인 것 같다. 그렇다.
Q. 김혜수는 춘자의 키워드를 생존인 것 같다고 했다. 진숙의 키워드는?
A. 진숙은 ‘리더’. 어깨에 책임감을 잔뜩 얹은 리더. 해녀들의 생계까지도 생각하는 리더. 진숙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선장이고, 우리집에 배가 있고, 내 배를 타야 해녀가 물질을 해야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에 대한 생활이라 그들의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이었던 거고, 장도리 밑에서 일을 할 수 있던 거도 그런 이유이다. 춘자를 의심하는 상황에서도 작전을 같이 하는 것이 억척이(주보비 분)가 사고를 당해서 돈이 필요한 거다. 해녀들에게 그걸 만들어주고 싶던 거다.
Q. 제작보고회 당시 ‘연안부두’의 뮤직비디오를 틀어줬다.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A. 나중에 공개를 하실 것 같은데, 뭐 하나라도 남기자는 의미로 휴대폰 들고 막 찍었는데 촬영 감독님이 박정민이었다. 촬영을 굉장히 잘하고, 그때 편집하는 어플을 유료로 받았다더라. 다들 굉장히 재밌었지만 열심히 찍었다. 편집해서 나온건데 그거 빨리 공개됐으면 좋겠다. 너무 재밌어서. (웃음)
[이남경 MBN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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