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사 신고? 주호민, 무엇이 문제였나[M-scope]
주호민-특수교사,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통해 입장 밝혀
'서이초 사건' 속 '녹음기' 논란 겹쳐...누리꾼 '원성'
(MHN스포츠 정승민 기자) "저도 사람인지라 힘들고 버거웠다"는 특수교사, "아이에 딸린 녹음기를 통해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음을 알았고, 훈육 혹은 학대였는지는 재판부가 판단할 것"이라는 주호민.
웹툰 작가 겸 방송인 주호민이 자폐성 장애를 앓는 아들을 지도하던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것을 두고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해 9월, 어떤 사건이 있었나
지난 27일, 주호민 부부로부터 신고당한 특수교사로 추정되는 누리꾼이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통해 사건 경위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9월 5일, 자폐를 가진 주호민의 아들이 통합학급 수업(장애 학생+비장애 학생) 도중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목격한 여학생은 학교에 가는 것을 두려워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해당 사건은 학교폭력(성폭력) 사안으로 다뤄졌고, 피해 여학생 학부모는 강제 전학 및 분리 조치를 원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 통합학급 수업 시간을 최대한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같은 달 8~9일에 열린 개별화교육지원팀 회의를 통해 특수교육지도사의 지원 시간을 주호민 아들에게 할애하기로 했고, 전교생 대상 성교육 프로그램 실시를 약속하며 학교장 종결 사안으로 마무리됐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되던 지난해 9월 13일, 특수학급에서 수업받던 주호민 아들이 강당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에 교실을 이탈하려 하자 특수교사가 "넌 이제 (통합학급) 교실도 못 가고, 친구들 얼굴도 못 봐. 왜 못 가는지 알아?" 등 단호한 어조로 이를 제지했던 일이 있었다. 이에 더해 '고약하다'는 표현을 이해시키기 위해 지난 5일 있었던 사건을 직접적으로 빗대며 친구들과 조우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날 주호민 아들의 가방 속에는 부모가 넣어놓은 녹음기가 있었고, 주호민 아들의 교실 이탈을 제지하려는 특수교사의 말이 고스란히 담긴다.
이로부터 사흘이 지난 18일, 주호민 부부는 특수교사에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일요일에 연락한 뒤 면담 일정을 잡았으나 돌연 이를 취소한다. 다음날인 19일, 주호민 아들 담임선생님은 주호민 부부와 통화하며 특수교사의 아동학대 정황이 포착됐다는 말과 함께 그날 가방에 녹음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결국 이틀 뒤 특수교사는 경찰 통보로 주호민 부부의 신고 사실을 알게 되고, 검사의 수사를 거쳐 불구속 구공판 처분과 직위해제 통보를 받은 뒤 당시 있었던 언행에 학대 여부가 있었는지를 두고 재판 중이다.
주호민은 '을'이기도 했고, '갑'이기도 했다
교육 실무에서 중요한 점으로 여기는 게 있다. '학교폭력'과 '성폭력' 사안은 반드시 피해자 중심으로 다루고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렸던 주호민 아들의 사건은 학교폭력과 성폭력이 합쳐진 사안이다.
물론 피해 여학생 학부모는 강제 전학 및 분리 조치를 요구했으나,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 두 학생이 함께하는 통합학급 수업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으로 변경된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해도, 피해자의 입장을 중점으로 두는 민감한 두 종류의 사안이기에 피해 여학생 학부모의 요구는 강한 힘을 갖고 있었다. 다만 지난 26일 주호민은 사실관계 정리 글을 통해 "지금도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고, 아동 및 부모에게 적극적으로 사과를 구하고 용서를 구하려 노력한 결과 감사하게도 사과를 수용해 원만한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즉, 피해 여학생 학부모의 선처가 없었다면 가능할 수 없었던 시나리오다.
그렇다면 '사회의 따뜻한 맛'을 본 주호민 부부는 어땠을까. 물론 주호민 부부는 녹취 내용을 접한 후 특수교사에게 직접 연락해 면담 일정까지 잡으며 소통하려는 듯했으나 이를 취소한다. 결국 특수교사는 주호민 부부와 이야기를 나눌 틈도 없이 경찰 신고를 받으며 갑작스럽게 '날벼락'을 맞게 된다. 통합학급을 위한 협력 관계인 특수교사와 학부모의 인과 관계 확인 과정이 사라진 것이다.
심지어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었다는 사실은 많은 누리꾼의 원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최근 극단적 선택으로 교사가 사망한 '서이초 사건'을 두고 학부모들의 입김이 거셌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녹음기는 이른바 '학부모의 갑질'로 치부될 수 있는 행위다.
다만 자폐 학생의 가장 큰 특징은 했던 말을 반복하거나 상대방의 말을 따라 하는 '반향어'를 하는 등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주호민 부부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구체적으로 전해 들을 수 없을 것을 우려해 '녹음기'라는 방법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교사들과 자주 소통하며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수교사의 말, 훈육 or 격앙된 표현?
26일 주호민이 SNS를 통해 게재한 글에 따르면 "녹음에는 단순 훈육이라 보기 힘든 상황이 담겨있었고, 아이에게 매우 적절치 않은 언행을 했다. 이는 명백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특수교사라 칭한 누리꾼이 공개한 경위서에 따르면 녹취된 부분은 수업 도중 바지를 내린 행위가 고약한 행동이며, 이로 인해 교실도 못 가고 친구들도 못 보게 됐다는 말이었다.
녹취 내용이 전부 공개된 것이 아니기에 경위서를 통해 공개된 특수교사의 발언 외에도 주호민 부부가 '매우 적절치 않은 언행'이라고 판단했던 특수교사의 말이 있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경위서를 통해 공개된 특수교사의 발언은 문제의 소지가 있을까?
이 발언이 훈육이었는지, '아동학대'라는 함의가 담긴 격앙된 표현이었는지는 현재 재판부의 심사를 받는 주요 쟁점이다. 다만 자폐 학생의 특징에서 볼 때 특수교사의 해당 발언은 최선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특수교사가 '고약하다'는 단어를 설명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실제 사례에 빗댐으로써 뜻을 이해하게 하는 교육 방법이 사용됐다. 특수교사는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린 행위를 '고약한 행위'로 일컬으며 이 행동이 나쁘다는 의미와 동시에 다시 그러면 안 된다는 점까지 강조한 것이다.
다만 자폐 학생의 의사소통 특징 중 하나는 '비유' 표현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고약하다'는 뜻을 에둘러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있었던 일에 빗대어 단어 뜻을 설명했던 건 자폐를 가진 주호민 아들을 위한 특수교사의 '교육적 차선책'이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발화자의 의도가 어떻든 상처를 받는 건 말을 듣는 사람이고, 굳이 학습 과정에서 과오를 되새김질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견도 있다.
장애인에게 뺨을 맞았는데, 보호자가 "장애인이니까 이해해 주세요"라고 한다면 선처하고 싶은 마음도 돌연 사라질 정도로 마냥 이해를 강요하는 사회가 아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물리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적으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자세 또한 중요해졌다.
하지만 주호민의 대처는 교사의 고충 이해 없이 자신들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헤아려 달라는 것으로 보인다. 아들의 자폐 사실을 고백했을 때 받았던 응원이 무색해져 더욱 아쉬움이 남는 상황 속 주호민의 논란은 '서이초 사건'과 맞물려 교권 강화의 목소리를 높이는 불쏘시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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