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격전지였던 안주 시장…대상 '안주야'만 살았다
밀키트 등 발전에 경쟁 심화
안주야, 먹태열풍으로 매출↑
식품업계 탑 티어 브랜드들이 격전을 벌였던 HMR(가정간편식) 안주 시장 경쟁이 대상 청정원 '안주야'의 독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동원F&B의 '심야식당'과 안정적인 유통망을 확보한 이마트의 '피콕포차'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제일안주' 브랜드로 도전장을 내밀었던 CJ제일제당, SPC 등은 시장에서 철수한 지 오래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인해 HMR 시장이 빠르게 진화한 것이 안주 HMR 제품군에 타격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HMR, 밀키트 제품들이 홈술 열풍을 타고 인기를 얻으며 '안주'의 자리를 대체했다는 분석이다.
한동안 잘 나갔지
HMR 안주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한 건 대상이 안주야를 내놓은 이듬해인 2017년부터다. 론칭 첫 해인 2016년 48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안주야는 이듬해 306억원으로 7배 가까운 '퀀텀 점프'에 성공했다.
전자레인지나 끓는 물에 4~5분만 데우면 갓 만든 것 같은 식감과 맛을 그대로 유지한 포장마차 안주가 완성되는 안주야는 홈술족과 캠핑족의 니즈에 정확히 부합하는 제품이었다. 이에 힘입어 냉동 HMR 안주 시장은 2018년 1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업계의 관심도 높았다. 비슷비슷한 제품군만 팔리던 식품 시장에 오랜만에 새로운 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안주 HMR 시장이 곧 1500억원, 2000억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쟁사들도 비슷한 제품군을 내놓으며 '안주 붐'에 장작을 넣었다. 동원F&B는 '심야식당'으로 안주야의 라이벌을 자처했고 CJ제일제당도 '제일안주'로 맞불을 놨다. SPC도 삼립잇츠를 통해 안주 제품군을 내놨고 피코크도 '피콕포차'를 선보였다.
홈술 트렌드가 불러온 역풍
시장 성장세가 이어지던 무렵 터진 코로나19는 HMR 안주 시장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홈술과 혼술이 트렌드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주요 식품 기업들도 냉동HMR에 이어 휴대와 보관이 간편한 냉장HMR 라인업을 내놨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불러온 간편식의 진화는 외려 안주 HMR 시장의 약세로 이어졌다. 이전에 없던 다양한 HMR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소비자에게 '안주'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냉동HMR의 간편함보다는 밀키트의 요리하는 재미와 신선한 맛을 더 선호하게 된 것도 안주HMR 시장의 약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2018년 960억원에 달했던 국내 냉동안주 시장 규모는 2020년 850억원대로 역성장했다.
론칭 직후부터 안주야와 심야식당에 밀려 점유율을 높이지 못했던 CJ제일제당의 제일안주는 결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오뚜기 오감포차, SPC 삼립잇츠 안주요리도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일부 대형마트 PB를 제외하면 1, 2위 브랜드인 안주야와 심야식당만 남은 셈이다.
나 혼자 산다
시장은 정체하고 있지만 안주야는 '전진' 중이다. 2021년을 저점으로 지난해엔 매출 반등에 성공하며 재도약의 기틀을 닦았다. 미진했던 상온안주 라인업에서 '잭팟'이 터진 덕분이다. 스낵형 안주 제품인 '안주야 먹태열풍'이 1년 3개월 만에 300만개 이상 팔리며 안주야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
안주야 먹태열풍은 청정원이 뉴트로 트렌드에 착안, 70~80년대 맥주 안주로 유행했던 먹태를 스낵형 안주로 재해석해 선보인 제품이다. 최근에도 농심의 '먹태깡'과 함께 먹태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먹태 열풍에 힘입어 청정원 안주야 먹태열풍과 육포 등 상온안주의 2022년 매출은 100억원에 육박했다. 전년 40억원 대비 배 이상 늘었다. 2023년 상반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5% 신장하며 순항 중이다. 상온안주의 성장에 힘입어 400억원대에 머물렀던 안주야 전체 매출도 지난해 500억원을 돌파했다.
대상 관계자는 "지금 안주 HMR 시장은 냉동안주 외에도 다른 간편식들이 대거 출현하며 성숙기에 접어든 상태"라며 "편의성에서는 앞서는 만큼 맛을 밀키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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