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K] 직장 내 괴롭힘에 생 마감…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서 스러졌다
[앵커]
직장 내 괴롭힘은 명백한 범죄 행위지만, 좀처럼 근절되고 있지 않습니다.
최근 상사의 욕설과 협박에 시달리던 20대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는데요.
특히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괴롭힘을 예방하거나 처벌할 법적 근거조차 없는 실정입니다.
배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자동차 부품 대리점에서 일하던 20대 청년과 직장 상사의 통화 내용입니다.
["내일 아침부터 한번 맞아보자. 너 내일 아침에 죽을 각오하고 나와. 안 맞고 보름 못 가지? (죄송합니다.) 어떡할 거야. (저번처럼 아침에 아래에서 대기하겠습니다.)"]
반복되는 폭언과 욕설, 폭행 정황까지 의심됩니다.
업무 이외의 사생활도 상사는 일일이 통제했습니다.
["자꾸 게임질 하는 거야? 대답 안 해? 이 XXXX야! (죄송합니다.) 집에 가면 딴짓 하니까 어쩔 수 없어. 나는 너 야근시킬 거야 내일부터.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신변 위협은 물론, 가족에 대한 협박까지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끌려가서 어디 진짜 가둬놓고 두드려 패봐? (죄송합니다.) 진짜 눈 돌아가면 니네 애미 애비고 다 쫓아가 다 죽일 거야."]
수개월 동안 상습적인 폭언에 시달리던 피해자는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가족은 직장 상사와의 통화 녹취 90여 개에서 욕설과 폭언이 확인됐다며,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상사와 회사 측은 욕설과 폭언이 죽음의 원인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직장 상사/음성변조 : "물론 내가 욕을 한 거는 잘못했다고 얘기를 하지만. 그거 갖고 저는 그렇게 됐을 거라 생각은 안 해요."]
[해당 사업장 업주/음성변조 : "가족처럼 일하는 게 내가 여기 운영하는 방법이에요. (전에도) 자살을 시도하려고 몇 번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피해자가 일했던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더라도 사업주에게 신고 사실을 알리는 게 고작입니다.
피해자·가해자 분리, 괴롭힘 조사나 징계 같은 후속 조치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장종수/'직장갑질119' 노무사 : "같은 맥락상에 있는 직장 내 성희롱 같은 경우에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이미 (법) 적용이 되고 있거든요. 괴롭힘만 배제될 이유가 전혀 없는 거죠."]
정부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확대하는 방안을 올 초부터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보완책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배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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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현 기자 (veter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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