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규 교원에 기피업무? 각자도생하는 교사들

안재용 기자 2023. 7. 28.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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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에 나선지 얼마 안된 한 초등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한 중학교 교사는 서이초 교사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신규한테 나이스 업무를 시킬 수 있지"라고 반응했다.

물론 경력이 많은 교사들이 무조건 힘든 일을 맡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여당의 조치로 교권이 회복돼도 이미 무너진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다른 문제가 교사들을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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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경 기자 = 23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들과 시민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오는 24일부터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안에 대한 합동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2023.7.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초임 선생님이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 업무와 담임을 연속 두차례 맡았다. 초등 1학년 담임이 가장 어려워 경륜을 갖춘 선생님이 맡아야 하는데 초임 교사에게 맡긴 부분은 다소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26일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

교직에 나선지 얼마 안된 한 초등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아직은 분명하지 않지만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사회 각층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무너진 교권을 회복시키자는 목소리가 거세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되살려야 할 것은 교권 뿐만이 아니다.

한 중학교 교사는 서이초 교사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신규한테 나이스 업무를 시킬 수 있지"라고 반응했다. 2년차 교사가 맡기에는 일이 너무 과중하다는 것이다. 해당 교사는 "신규면 아직 나이스 버튼이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다 모를 때"라고 했다. 게다가 나이스는 최근 4세대로 개편하면서 개통 첫날부터 타 학교 학생 학적 노출 등 심각한 오류를 빚었다.

2년차 선생님이 초등 1학년 담임을 맡은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유치원을 다니다 막 진학한 아이들을 가르치기에는 경력이 짧다는 것이다. 학부모의 민원이 가장 많은 학년이기도 하다. 서이초는 지난 20일 입장문에서 "담임 학년은 본인 희망대로 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일선 교사 중에서는 이 해명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신규·저연차 교사들이 받는 불이익은 또 있다. 기존 교사들이 가기 싫어하는 격오지에 발령을 받고, 업무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본인의 업무가 아닌 일을 떠맡는다거나 하는 식이다. 저연차가 아니라도 학교를 옮기면 불이익을 받는다. 옮긴 학교에 근무하던 교사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맡는 것. 심지어 학교마다 업무가 진행되는 방식이 다른 경우도 많다. 교장의 재량이 크고, 학부모들의 입김·분위기도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경력이 많은 교사들이 무조건 힘든 일을 맡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능력에 맞게 일을 맡고, 어려운 일을 한 사람에게는 정당한 보상이 주어지는 시스템이 학교에도 있어야 하지 않냐는 얘기다. 정부·여당의 조치로 교권이 회복돼도 이미 무너진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다른 문제가 교사들을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교사가 괴로운데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

안재용 기자 /사진=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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