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다른 데 안가도 되겠네... 아난티 코브는 덤”... 부산 ‘빌라쥬 드 아난티’

부산=김은영 기자 2023. 7. 28.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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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200만톤·나무 7만그루... 산과 바다 품은 아난티 마을
아난티 코브의 2배 규모... 광장 11개·수영장 5개
런던 뒷골목 탐험하듯... 취향 제안하는 복합문화공간도
아난티 코브와 연계해 시설 이용... 개장하자마자 객실 풀 부킹
히노키탕이 조성된 펜트하우스 '스프링 하우스' 객실 전경. /김은영 기자

“다른 데 안 가도 되겠네.”

27일 오전 부산 기장군 기장읍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위치한 빌라쥬 드 아난티, 가슴에 아난티 로고가 들어간 회색 로브를 맞춰 입고 수영장으로 발길을 옮기던 한 무리의 가족들이 이렇게 말했다.

2017년 부산 변두리 기장의 작은 어촌 마을에 호텔을 세워 전국구 명소로 만든 아난티가 이번엔 그보다 두 배 이상 큰 마을을 세웠다. 지난 18일 개장한 빌라쥬 드 아난티다.

프랑스어로 ‘아난티 마을’을 뜻하는 이곳은 이름처럼 산과 바다, 도시와 전원이 어우러진 마을 형태의 공간이다. 대지 면적 16만㎡(약 4만8400평) 규모로 아난티의 플랫폼 중 가장 큰 규모다. 마을을 전부 돌아보기 위해선 약 3만5000보를 걸어야 한다.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아난티 코브보다 규모가 두 배가량 크지만, 숙박 시설은 절반 수준인 392개다. 대신 11개의 광장과 5개의 수영장, 1만9835m²(약 6000평) 규모의 복합문화공간 등을 조성해 방문객이 오래 머물며 즐기도록 했다. 말 그대로 휴식과 여가를 위해 조성된 마을이다.

◇산과 바다 품은 공간... 흙 200만 톤 쌓고, 나무 7만 그루 심어

빌라쥬 드 아난티는 바다와 바로 인접해 있지 않지만, 흙 200만 톤(t)을 쌓아 대지를 38m가량 높인 덕에 마을 어느 곳에서도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또 전체 면적의 45%에 달하는 조경은 아난티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장치이자, 마을의 프라이빗(사적인) 공간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아난티는 7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빌라쥬 드 아난티 독채빌라인 매너하우스에 조성된 회원 전용 수영장. 단지에는 메인 풀과 독채빌라의 수영장을 포함해 총 101개의 수영장이 있다. /김은영 기자

개장한 지 10일 정도 됐지만, 잘 가꿔진 나무와 잔디는 원래 그곳에 뿌리를 내렸던 것처럼 싱그럽게 우거져 있었다.

아난티 마을의 촌장(村長) 역할을 하는 이만규 아난티 대표는 “숙박시설의 고급스러움은 ‘관리’에서 나온다. 조경은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물”이라며 “조경에 가장 공을 들였다”라고 말했다.

숙박 시설은 278개의 회원제 펜트하우스와 114개의 객실을 보유한 아난티 호텔로 이뤄졌다. 펜트하우스는 수영장, 정원, 히노키탕 등을 보유한 다양한 형태로 조성돼 회원들이 여러 번 방문해도 새로운 시설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요트를 모티브로 설계된 호텔은 전 객실이 복층 구조로 구성돼, 거실의 커다란 통창으로 넓은 바다와 울창한 숲을 감상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스위트룸은 아니지만 거실과 화장실, 수납공간을 넓게 할애해 투숙객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런던 뒷골목 탐험하듯... 아난티 스타일 제안 ‘엘.피.크리스탈’

위락시설도 마을 곳곳에 조성됐다. 복합문화공간 ‘엘.피.크리스탈’은 아난티의 독자적인 리테일 매장인 이터널저니의 확장판으로, 자체 편집숍 외에 패션, 뷰티, 식음 등 외부 업체 15개를 들여 스트리트 마켓 형식으로 선보였다.

기존 호텔이 투숙객을 대상으로 부대시설을 꾸리고 명품이나 고가의 기념품 매장을 입점시키는 것과 달리, 엘.피.크리스탈은 아난티가 엄선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한데 모았다.

빌라쥬 드 아난티의 식자재 상점인 '모비딕 마켓' 전경. /김은영 기자

부산을 기반으로 한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카시나’와 성수동의 인테리어 소품 매장 ‘사무엘스몰즈’가 들어섰고, 줄무늬 티셔츠로 유명한 프랑스 패션 브랜드 ‘세인트제임스’는 국내 최초로 카페를 결합한 매장을 선보였다.

모든 매장은 다른 형태의 독립 매장으로 구성돼 마치 뒷골목을 탐험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아난티 코브가 서점을 결합한 이터널저니로 방문객을 모았듯, 엘.피.크리스탈은 새로움을 찾는 이들의 발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개인적으로 파리보다 런던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파리는 명품 매장이 많지만, 런던은 골목을 탐험하며 생전 처음 보는 브랜드를 접하는 재미가 있어서”라며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방문객들이 새로운 걸 탐구하며 즐겁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이외에 백화점 식품관처럼 식자재와 푸드코트를 구성한 ‘모비딕 마켓’과 아난티 컬처클럽 멤버를 대상으로 한 아트 갤러리를 운영한다.

또 기장 바다가 보이는 야외 광장에선 매주 금요일 밤 라이브 음악 공연을 진행한다. 모든 위락시설은 투숙객이 아닌 모든 방문객이 이용할 수 있다.

빌라쥬 드 안난티의 복합문화공간 '엘.피.크리스탈' 전경. 독립된 매장으로 구성돼 뒷골목을 탐험하듯 쇼핑을 즐길 수 있다. /김은영 기자

◇’1+1′ 아난티 코브 오가며 시설 이용할 수 있어

빌라쥬 드 아난티 투숙객은 30분에 한 대씩 운행하는 셔틀버스로 아난티코브와 오가며 양쪽 시설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예컨대 빌라쥬 드 아난티에 묵으면서 이곳엔 없는 피트니스 센터와 사우나를 아난티코브에서 이용하고, 아난티 코브에 투숙하며 빌라쥬 드 아난티의 수영장을 무료로 이용하는 식이다. 일종의 ‘1+1′ 개념이다.

빌라쥬 드 아난티는 친환경 리조트를 지향한다. 모든 객실은 에어컨 대신 수랭식 냉방 시스템을 갖췄다. 실외기 없이 천장과 바닥에 차가운 물을 순환시켜 공기를 차갑게 한다. 또 업계 최초로 고체용 편의용품(어메니티)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아난티 관계자는 “성수기와 맞물려 대부분의 객실 예약이 완료된 상황”이라며 “빌라쥬 드 아난티와 아난티 코브를 모두 이용하려면 1박으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피.크리스탈 레스토랑 르블랑에서 바라본 빌라쥬 드 아난티 전경. 흙 200만톤을 쌓아 대지를 높여 단지에서 기장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높이 솟은 건물은 호텔 아난티 앳 부산.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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