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 간 도경수 구하기…진일보한 한국형 SF ‘더 문’[SS무비]
[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메이데이 메이데이!”
‘마션’에 맷 데이먼, ‘그래비티’에 산드라 블록이 있다면, 다음 달 2일 개봉을 앞둔 김용화 감독의 신작 ‘더 문’엔 도경수가 있다.
영화는 5년 전 우주선 나래호 폭발로 시작된다. 사고 여파로 아버지를 잃은 UDT 특수부대 출신 황선우(도경수 분)는 2029년, 대한민국의 달 탐사선 우리호의 달 탐사 프로젝트에 자원하고 우주로 나가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에 홀로 달에 고립된다.
선우를 무사 귀환시키기 위해 나래호 사고에 부채의식을 지닌 전 우주센터장 김재국(설경구)이 나서고, 나사(미 항공우주국) 우주정거장 총괄 디렉터 문영(김희애)이 물밑에서 이들을 돕는다.
영화는 ‘우주로 간 도경수 구하기’라는 심플한 목표 하에 서사를 차곡차곡 쌓아올린다. 그룹 엑소 출신 도경수는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2017), ‘신과 함께-인과 연’(2018)을 통해 김용화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무중력 상태에서 펼쳐지는 도경수의 ‘원맨쇼’ 연기는 왜 ‘신과 함께’ 이후 김용화 감독이 도경수를 달로 보냈는지 관객을 납득시킨다. 그는 아이돌이 아닌, 한명의 배우로서 영화의 시작과 끝을 책임진다.
무대 내공으로 다져진 유연함은 와이어 액션과 만나 우주 유영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짙은 눈망울 가득 담긴 광활한 우주는 ‘눈빛투혼’ 연기로 이어진다.
우주선과 우주, 달을 오가며 고군분투한 도경수는 동료를 잃은 슬픔과 절망, 과거의 상처로 겪는 트라우마, 홀로 남겨졌을 때의 공포와 외로움, 생존을 향한 절박함과 간절함 그리고 다시 찾은 희망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의 증폭을 탁월하게 그려냈다.
심지어 유인선 내 압력과 산소포화도까지 표정으로 표현해낸다. 도경수의 연기를 본 설경구가 “나는 날로 먹었구나”라고 말한 의미를 새삼 떠올리게 된다.
몇 번이고 반복되는 위기와 구조의 플롯이 도식적으로 느껴질 때쯤마다 클로즈업되는 맑고 선한 도경수의 눈빛 덕에 선우가 처한 절박함이 한층 진정성 있게 다가오고 그를 응원하게 한다. 유약함과 강직함, 그 사이의 줄다리기는 배우 도경수가 가진 힘이다.
‘더 문’은 유명한 해외 다큐멘터리, 수천억 예산의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하이퍼리얼리즘을 단 280억원의 ‘갓성비’로 구현해냈다.
진일보한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을 통해 우주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김용화 감독의 바람대로, 광활한 월면의 표면과 질감이 고스란히 펼쳐지고 우주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물리적 충돌을 사실감 있게 재현했다.
쏟아지는 유성우를 뚫고 달 위를 내달리는 선우의 월면차 액션은 ‘분노의 질주’, ‘매드맥스’ 못지않게 스릴 있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러닝타임 전체 중 가장 극적이면서 생동감 넘치는 장면이다.
4K 고해상 카메라, 실제 나사에서 쓰는 달 탐사선 세트, 달에서 운행 가능할 정도의 퀄리티를 가진 월면차 등 CG의 힘에만 기대지 않은 정교함과 집요함이 영화의 디테일을 살렸다.
와이어 액션으로 구현한 선우의 우주 유영 장면은 관객들도 마치 무중력 상태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일으킬 정도로 섬세하다.
청각 효과도 몰입감을 더한다. 우주선의 폭발과 유성우의 충돌이 만들어내는 굉음과는 반대로 아이맥스 스크린에서 고요하게 펼쳐지는 광활한 우주는 경외심을 넘어 공포심마저 들게 만든다.
그간 우주 배경의 한국형 SF 작품 ‘승리호’, ‘고요의 바다’ 등이 남긴 아쉬움이 씻겨 내려갈 정도의 기술적인 진보라 할 만하다.
시각 효과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게 만들지만 다소 단조롭고 평면적인 서사는 옥에 티다. 주인공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 보니 다른 사건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한국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능한 공무원의 전형적인 모습도 구태의연하다.
평범한 서사의 여백을 채우는 건 비범한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설경구, 김희애에 특별출연한 이성민, 김래원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각자의 몫을 해낸다.
재국을 맡은 설경구와 문영을 맡은 김희애의 쓰임은 관객의 눈시울을 붉히는 데 집중됐지만 탁월한 연기력 덕분에 알면서도 속아 넘어가게 된다.
‘K-신파’의 대표주자 김용화 감독은 최대한 눈물을 절제하면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곳곳에 숨겨놓았다. 호불호는 있을 수 있지만 이 영화가 한국형 SF물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듯 싶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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