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잘’ 하윤경, ‘봄날의 햇살’에서 ‘무해한 초원’으로 환생완료[인터뷰]

tvN 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 윤초원 역을 연기한 배우 하윤경. 사진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봄날의 햇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역 박은빈이 최수연 역 하윤경에게 했던 이 대사는, 그 이후로 배우 하윤경을 수식하는 하나의 문장이 됐다.

물론 극 중 ‘봄날의 햇살’ 같은 최수연의 따뜻한 마음이 우영우에게 전해졌다는 서사가 담긴 대사였지만, 이는 실제 하윤경의 이미지와도 결부되는 면이 있었다. 늘 밝은 얼굴로 씩씩하게 사는 인물을 많이 연기했던 그에게 이 수식어는 찰떡이었다.

tvN 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 윤초원 역을 연기한 배우 하윤경. 사진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수연이는 불의를 못 참는 사람이었고, 성격이 시원시원했어요. 센 캐릭터에 무심코 잘해주는 성격이었죠. 사랑하는 사람과 친구에 대한 마음이 서툴지만 있었어요. 그런데 초원이는 좀 더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친구였어요. 투명하달까요?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강아지 같은 친구였어요.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 특유의 성격이 있죠. 무해한 캐릭터에요.”

하윤경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은 차기작 tvN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 주연급으로 입지가 올랐다. 그가 연기한 조경사 윤초원은 주인공인 반지음(신혜선)과 전생에 자매로 연을 맺었다. 환생과 윤회를 주제로 하는 작품에서 하윤경은 환생한 죽은 언니를 만나는 감정과 하도윤(안동구)을 짝사랑하는 아픔 등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원작 웹툰을 봤어요. 재미있었기 때문에 이 작품도 하고 싶었죠. 웹툰에서의 초원이는 귀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소녀의 느낌이에요. 2D로 구현된 인물을 어떻게 3D로 표현할지 부담감도 따랐죠. 밝게 행동하고 이야기하되 귀여운 척을 하지 않도록 애썼어요.”

tvN 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 윤초원 역을 연기한 배우 하윤경. 사진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그가 이 작품을 택했던 이유 중 또 하나는 반지음 역 배우 신혜선의 존재였다. 작품을 함께한 것은 처음이지만 언제나 선망하던 배우였고 호흡을 고대했다. 늘 탄탄한 연기력 위에서 쉬지 않고 작품을 하는 모습은 하윤경의 롤모델이었다. 실제 둘의 호흡은 잘 맞았고, 쉴 새 없이 극 안에 애드리브를 채워 넣을 정도로 호흡도 좋았다.

“지난 작품 ‘우영우’에서 제대로 로맨스를 해보지 못해 갈증이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짝사랑하던 하도윤과 이어져서 좋았어요. 그래도 로맨스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남아있죠. 로맨스도 종류가 많잖아요. 진한 멜로도 있고, 로맨틱 코미디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코미디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다른 스타일의 로맨스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tvN 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 윤초원 역을 연기한 배우 하윤경. 사진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2014년 독립영화부터 경력을 시작했지만, 그의 이름과 얼굴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다 2020년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허선빈 역을 맡고, 2021년 시즌 2가 이어지면서 그는 가능성 있는 배우로 올라섰다. 지난해 글로벅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하윤경의 많은 것을 바꿨다.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작품을 뭐할 거냐’ ‘이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걱정도 따라왔죠. 사실 무엇이 잘 되는 작품인지 스스로 잘 몰랐어요. 그런 고민이 있으면 배우로서 불행하다고 생각했고요. 끌리는 작품이 있으면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상관없이 즐기면서 배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우영우’의 가족들과는 끈끈하다. 실제 최근 ‘우영우’의 유인식 감독이 연출한 ‘낭만닥터 김사부 3’에 특별출연으로 등장했고,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의 연기를 보고는 박은빈, 주종혁 등 배우들이 “예쁘게 나왔다”며 응원해주기도 했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우영우’의 두 번째 시즌. 그 역시 향방은 알 수 없지만 바람은 있었다.

tvN 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 윤초원 역을 연기한 배우 하윤경. 사진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런데 또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라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감독님께는 따로 말씀이 없었고, 만일 하게 된다면 연락이 있지 않았을까요?(웃음) 5대 5의 확률로 생각하고, 믿음직한 감독님이니까 뭐든 불가능은 없을 것 같긴 해요.”

하윤경은 이번 작품 ‘이번 생도 잘 부탁해’를 통해 환생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씩씩한 성격에 ‘장군감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는 그는 전생에 장군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고. 다시 태어난다면 반려묘의 마음을 잘 알아주고 싶은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배우 역시 작품을 통해 계속 환생하는 삶이다. 서로 다른 성격의 배역을 하면서 배우 역시 삶에 대해 배워나간다. 이번 초원으로서의 생을 통해 하윤경은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평소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표현이 부족했는데, 그런 마음은 표현하면 표현할수록 좋다는 점을 느꼈다.

“주변 사람들에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솔직해지기 어려운 환경이고, 설사 그것이 상처가 되더라도 후회가 없는 행동일 것 같아요. 있는 힘껏 표현하고, 미련 없이 사는 게 멋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진짜 ‘봄날의 햇살’ 같은 사람이 아닐까요?”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