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앤스톡]연내 M&A 성과낸다는 엔씨, 대기업지정 '딜레마'
하지만 시장이 불황인 데다 자금력을 갖춘 글로벌 투자사들도 만만치 않다. M&A로 자산 규모가 늘어나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될 수도 있어 김택진 대표 일가를 둘러싼 정부의 감시망이 강화될 전망이다.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 3월29일 주주총회 직후 더벨과 만나 올해 안으로 M&A 성과를 내겠다고 했다. 김택진 대표가 홍 CFO를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엔씨의 투자 전략이 변화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엔씨는 배당, 자사주 소각 같은 정책 대신 M&A로 활로를 열겠다는 각오지만 텐센트,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 등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고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 전망은 밝지 않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낮은 가격으로 나온 매물을 살 수도 있겠지만 잠재력 있는 기업이라면 경쟁이 치열한 만큼 엔씨가 M&A로 성과를 내기가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불황기에 섣불리 샀다가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M&A를 하게 되면 자산 규모가 늘어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5월 공정자산 기준 5조원 이상 그룹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10조원 이상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이미 넥슨과 넷마블은 대기업집단이고 크래프톤은 준대기업집단이다. 엔씨의 올해 1분기 자산 규모가 4조4376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다음 타자로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M&A는 매출 성장보다 자산 증가를 이끄는 핵심 요소다. 넷마블 역시 과거 코웨이를 인수하며 체급을 키운 까닭에 대기업집단으로 합류했다.
기업들은 준대기업집단이 되는 것을 꺼린다. 65개에 이르는 새로운 규제가 생겨 경영상 활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대규모 내부거래 의결 ▲비상장사 중요사항 및 기업 집단 현황 ▲공익법인 이사회 의결 등을 공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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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대표 자녀로는 전 부인 정모씨와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 김동욱씨(1995년생)와 차남 김정욱씨(1998년생)가 있고 현 부인인 윤송이 CSO와는 김모 형제(각각 2008년생·2011년생)를 낳았다. 총수로 지정되면 이들(배우자와 친인척)의 보유 주식 현황은 물론이고 이들이 계열회사와 맺은 거래 내역까지 공시해야 한다.
여기에 국정감사의 표적이 되고 모든 회사 문제에 있어 전적인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회사 경영상 표면적으로 물러난다고 해도 이를 피하긴 어렵다. 김택진 대표는 현재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지만 총수 지정 이후엔 무게감이 다르다. 네이버 창업주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역시 총수 지정에 대해 항변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규정상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말고도 사회적 부담도 상당하다. IT업계 관계자는 "준대기업이나 대기업으로 분류되면 기준이 없어도 회사 경영상 일거수일투족을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수순이지만 최대한 준비할 시간을 벌기 위해 이를 최대한 늦추는 게 낫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원치 않은 정보를 계속 밝혀야 하고 세금 항목과 사업상 규제가 급격히 늘어나 기업으로선 달갑지 않다"며 "조금이라도 늦게 지정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1조3369억원에 이르는 엔씨로선 주가와 실적 하락 국면에서 M&A는 승부수다. 하지만 M&A를 둘러싼 변수들이 산재해 새로운 성장 로드맵을 찾아야 할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주력으로 만드는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쓰론 앤 리버티(TL)이 흔들리며 위기다.
한편 해당 제도는 과거 재계 그룹들의 일감 몰아주기나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지만 시대착오적인 규제라는 비판이 뒤따르면서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산 기준을 높이거나 이를 명목 국내총생산액(GDP)과 연동해 평가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관련해 연구 용역을 맡긴 상태로 내년 5월 선정 전까지는 바뀌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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