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감세 카드로 ‘낙수효과’ 기대… “최대 수혜자 고소득자·대기업” 지적도 [2023년 세법개정안]
개정안 통과땐 2028년까지 세입 3조↓
경기불황·GDP 넘는 가계 빚 경제 부담
‘2024년 예산규모 줄어드나’ 우려 목소리
결혼자금 면세 등 ‘부자감세2’ 비판도
가업승계 증여세 20년간 분할 납부되고
저율과세 구간도 300억 이하까지 확대
반려동물 진료비 10월부터 부가세 면제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감세 카드를 내밀었다. 감세를 통한 민간 중심의 경제활력 제고로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끌어내는 ‘낙수효과’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미 40조원이 넘는 세수결손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5000억원에 달하는 감세정책이 나오면서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일각에서는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확대 등 감세 혜택이 대부분 기업·고소득자에 집중된 점을 지적하며 지난해에 이은 ‘부자감세2’라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다.
2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향후 정부 세입은 누적법으로 5년간 총 3조원 이상 줄어든다. 세수 감소를 통해 적극적인 기업활동을 끌어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지난 24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세법개정 취지를 설명하면서 “경제운용을 민간·시장 중심으로 전환, 민생안정과 경제활력 회복 및 글로벌 복합위기 대응을 뒷받침하기 위해 과감한 개편을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감세는 지난해 단행된 세제 개편에 비해 소규모지만 누적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내년부터 감소할 세입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세제 개편으로 2023년부터 5년간 총 64조4081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이번 세법 개정 효과를 더하면 5년간 세입이 약 67조5000억여원 줄어들게 된다. 또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확대로 2027년까지 연평균 7624억원의 세수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올해 예고된 ‘세수펑크’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미 올해 40조원 이상 세수결손이 예견된 상황이다. 반도체 업황 부진과 중국 수출 부진 등이 맞물리고, 부동산시장 침체까지 겹치며 3대 세목인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가 모두 떨어진 탓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에도 경제가 안 좋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인데 대규모 감세가 한 번에 몰려 올해와 같은 세수펑크가 재연되거나 본예산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혼자금 1억5000만원 증여 등 ‘부자감세’ 비판
올해 일몰을 맞는 비과세·감면 71개 중 58개의 적용 기한도 연장된다. 7개는 재설계하기로 했다. 일몰 종료를 추진하는 제도는 6건이다. 비과세·감면이 연장되는 것은 그만큼 세수에는 부담이 되는 요인이다.
이번 세제개편의 최대 수혜자는 고소득자·대기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는 세법 개정에 따라 세부담 경감 효과는 서민·중산층 6302억원, 고소득자 710억원, 대기업 69억원, 중소기업 425억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총 근로자 1991만명 중 서민·중산층에 해당하는 수는 1760만명이며, 심지어 이 중 약 600만명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즉 서민 대상 감세혜택은 제한적이다. 기업 규모별로도 중소기업의 비중이 92% 이상임을 고려하면 실제 감세 혜택은 대기업이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재정학회 이사를 맡고 있는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민 복지와 감세는 반비례 관계”라며 “대규모 감세를 하면서 복지까지 챙긴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리쇼어링’ 기업 10년간 소득·법인세 감면… 맥주·탁주세 물가연동제 4년 만에 폐지
정부가 27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법인세 등 주요 세목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던 지난해와 달리 미세 조정이 이뤄진 점이 특징이다. 투자·일자리 창출을 위해 감세 기조가 유지된 가운데 전통시장 사용금액의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상향 등 서민 부담 완화 대책도 포함됐다.
기획재정부의 ‘2023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해외진출 기업이 국내로 복귀할 때 최대 10년간 소득·법인세가 감면된다. 현재 ‘5년 100%+2년 50%’ 감면에서 ‘7년 100%+3년 50%’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세계적으로 자원 공급망 확보 경쟁이 심화하는 등 국내복귀(리쇼어링) 지원 강화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또 국내복귀 후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더라도 업종 유사성이 인정되면 세액감면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간 자동차 부품 기업이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해 국내로 복귀하는 경우 세액감면 적용이 어려웠던 측면이 있었는데 이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가업승계에 따른 세부담도 완화된다. 가업승계 증여세 저율과세(10%) 구간이 기존 ‘10억 초과~60억원 이하’에서 ‘10억 초과~300억원 이하’로 확대되고, 연부연납 기간도 종전 5년에서 20년으로 늘어난다.
맥주와 탁주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도 변경된다. 맥주·탁주는 주류의 양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가 적용되는데 2020년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주세가 결정돼 왔다. 정부는 주류업체들이 물가연동제를 핑계 삼아 주세 상승분보다 더 크게 소비자가격을 올렸다고 보고 있다. 실제 2020년 이후 맥주 1병(500㎖)당 주세는 3~15원 수준으로 올랐지만 제조~판매 과정의 마진이 가격에 반영되면서 소비자가격은 500~1000원 인상됐다. 정부는 물가연동제를 폐지하는 대신 법률로 기본세율을 규정하되, 필요시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기본세율의 ±30% 범위에서 탄력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내년 1월 이후 제조장 반출, 수입 신고분부터 적용된다.
연금저축 등 사적연금소득의 분리과세 기준금액은 연 1500만원으로 확대된다. 현재는 사적연금 소득이 1년에 1200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3~5%의 저율 분리과세 혜택을 받는데 이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부동산 세제 대책은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일부 조금 남아있는 다주택자 중과 부분도 개정 필요성은 있어 보이나,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은 게 국회 입법 현실”이라고 말했다.
채명준 기자, 세종=이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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