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손잡고 ‘K방산’ 도약… 자주국방 넘어 전 세계로 수출 ‘잭팟’ [한·미동맹 70주년]

박수찬 2023. 7. 2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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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한·미동맹 기반 ‘군사대국’ 성장
美, 한미방위조약 이후 잇단 무기 지원
1970~1990년대 기술 연수·자료 제공도
국방과학硏, 국방 R&D 기반 구축 성과
2000년대부터 첨단무기 자체개발 박차
2014년 韓 배치 ‘K-2 전차’ 순수 국산화
‘K-9 자주포’ 핀란드·인도 등 해외 진출
현무-Ⅲ 순항미사일·KTSSM 운용 주목

한반도 전역을 폐허로 만든 6·25전쟁이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으로 멈췄을 때 한국군은 소총과 탄약 등 기본적 무기조차 제작하기 어려웠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후 이뤄진 미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군대 유지조차 힘들었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 한국군은 완전히 달라졌다. 군인에게 가장 기초적 무기인 권총과 소총은 물론 선진국만이 제작할 수 있는 전투기와 군함까지 국산화했다. 국내 방위산업은 한국군의 수요 충족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 잇따라 성과를 거두며 ‘K방산’의 위상을 굳히고 있다.
경기 여주시 북내면 일대에서 K2전차에 탑승한 11사단 장병들이 기동훈련에 앞서 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방위산업 발전과 美 군사지원

1953년 10월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후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배치한 미국은 다양한 무기를 지원했다. 6·25전쟁으로 산업 기반이 초토화한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원조는 한국군이 총포와 탄약 등 기본적 무기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부터 1·21 청와대 습격 미수 사건 등 북한의 도발이 잇따르고, ‘베트남전쟁과 같은 군사적 개입을 피한다’는 닉슨 독트린 발표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자 한국은 독자적 무기 개발과 방위산업 육성을 추진했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 기조는 시작부터 난관에 직면했다. 정전협정 직후부터 미국의 군사원조에 의존한 결과 소요 제기부터 폐기 처분까지 무기체계의 수명 주기를 관리할 규정이나 제도를 갖추지 못했다. 무기 개발을 담당할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설립했지만, 무기를 만든 경험을 지닌 과학자나 전문가는 물론 방위산업체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수리온 헬기가 성능 점검을 위한 이륙을 앞두고 메인로터를 회전시키고 있다. KAI 제공
소총 한 자루 만들기 힘들었던 국내 상황은 1971년 7월 한·미 국방장관 회의를 계기로 바뀌게 된다. 회의 직후 미국은 ADD에 기술지원단을 파견해 한국군이 쓰던 무기의 기술 자료를 제공하고, ADD와 방위산업체 연구원에 대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가 발간한 ‘한·미동맹 60년사’에 따르면 한국은 1971~1996년 미국에서 탄약과 화포 등에 관한 기술 자료 938건을 넘겨받았다. 1974∼1996년 시행된 연수 프로그램 덕분에 238명의 과학기술자가 미국에서 국방 연구개발(R&D) 관련 연수를 경험했다. 이를 통해 국방 R&D 기술 기반을 구축한 ADD와 방위산업체는 한국군이 원하는 무기를 단기간 내 제작할 기반을 마련했다. 과학기술자들은 현대적인 무기 개발사업을 관리하는 기법을 익혔다. 북한이 휴전선 부근에서 군사적 도발 위협을 지속하는 가운데 한국군이 1970년대부터 지상전을 치르는 데 필수적인 기본 무기체계를 빠르게 생산하고 대비 태세를 갖출 수 있었던 이유다.

1980년대부터 미국은 핵심 기술을 제공하지 않는 대신 직접 판매나 기술 도입 생산 방식을 통해 한국에 대한 무기 수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한국은 KF-16 전투기를 비롯한 첨단무기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군사력 건설에서 필수인 첨단무기와 핵심 부품의 설계 및 제작 기술 습득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 이는 독자적인 국방 R&D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웠고, 2000년대부터 ADD와 국내 방위산업계를 중심으로 국산 전차와 훈련기, 미사일 등 세계적 수준의 첨단 무기를 개발·제작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전차와 전투기까지 자체 개발

2014년부터 한국군에 실전 배치된 K-2 전차는 명실상부한 국산 전차로 평가받는다. 기존의 K-1 전차는 개발 과정에서 미국 기술이 포함됐지만, K-2 전차는 ADD 주도로 국내 기술력에 의해 만들어졌다. 120㎜ 주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관통력을 지니고 있으며, 1500마력 엔진이 뿜어내는 힘은 전차를 시속 50㎞로 달릴 수 있게 한다. 기동 과정에서도 포탄을 빠르고 정확하게 장전하는 자동장전장치와 더불어 표적을 자동으로 탐지·추적하는 기능도 갖췄다.
한국군 포병의 타격력을 한층 높인 K-9 자주포는 1999년 말 서북도서에 처음 배치됐다. 최대 40㎞ 떨어진 표적을 파괴할 수 있으며, 사격통제와 포탄의 이송 및 장전을 자동화해 신속한 포격이 가능하다. 표적 위치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사격제원을 산출해 표적이 있는 방향으로 포를 겨눈다. 명령이 내려지면 30초 이내에 포탄을 쏠 수 있으며, 15초 이내에 최대 3발을 발사한다. 튀르키예와 노르웨이, 핀란드, 인도 등에도 수출되어 ‘K방산을 이끄는 선두주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초음속 훈련기 T-50은 F-35A를 비롯한 첨단 전투기를 운용할 조종사 양성에 적합한 기체다. 음속의 1.5배(시속 1836㎞) 속도로 비행하며, 디지털 방식의 제어 기능을 갖춰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하다. 제한적인 수준의 공격 임무가 가능한 전술입문기(LIFT) TA-50, 지상 타격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경공격기 FA-50, 한국 공군 특수비행단 ‘블랙이글스’가 쓰는 T-50B도 일선에서 운용 중이다. 인도네시아와 이라크,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폴란드에 수출됐다.
노후한 UH-1 헬기를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된 수리온 헬기는 2013년부터 일선 부대에서 쓰이고 있다. 자동비행조종장치를 채택해 야간이나 악천후에서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조종 편의성을 고려해 조종실 인터페이스를 최적화했다.

한반도 유사시 북한 내륙지역을 타격할 미사일 전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2년 4월 처음 공개된 현무-Ⅱ 탄도미사일은 목표지역 상공에서 자탄이 분산되면서 넓은 지역을 동시에 공격하는 능력을 지녔다. 현무-Ⅱ는 사거리와 탄두 중량이 늘어난 B·C형으로 진화했고, 북한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고위력 탄도미사일로도 발전했다. 지상에서 발사되어 일정한 고도를 유지하는 순항비행을 한 뒤 목표물을 정밀타격하는 현무-Ⅲ 순항미사일, 북한 장사정포와 갱도진지를 무력화하는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등도 개발·운용되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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