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 묻는다' 위기의 韓 체육, 초저출생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
▶ 글 싣는 순서 |
①"운동할 아이들이 없어요" 韓 체육, 초저출산에 존립 기반마저 흔들린다 ②'금쪽같은 내 새끼' 초저출생에 韓 체육 학원 분위기까지 달라졌다 ③"애들이 없으면 발굴해야죠" 악조건에도 생존 분투하는 韓 체육, 대안은 있을까 ④韓 체육이 풀어야 할 숙제는? 저출산 문제가 전부는 아니다 ⑤'윤석열 정부에 묻는다' 위기의 韓 체육, 초저출생 문제 어떻게 해결할까 |
벌써부터 학생 선수들의 숫자가 감소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른 추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운동부 선수는 지난 2021년 2만 4595명에서 2022년 1만 9936명, 2023년(7월 12일 기준) 1만 7762명으로 줄었다. 스포츠의 존립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 대회 경쟁력이 떨어지면 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저하로 이어져 생활 체육 참여율 또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스포츠 산업은 물론 국민들의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현 정부는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으며 어떤 대안을 갖고 있을까. CBS노컷뉴스는 체육 정책을 주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최보근 체육국장과 인터뷰를 통해 현 정부의 대안을 들어봤다.
최 국장은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한 한국 스포츠의 현실에 대해 "지금 당장 일어날 문제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부분임은 틀림없다"고 밝혔다. 이어 "인구 감소가 스포츠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체육 정책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할 환경 변화의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현시점에서는 인구가 수도권으로 밀집되고 있는 현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방 소멸에 대한 고민이 깊은 가운데 인구가 감소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최 국장은 "체육 시설, 산업 등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켜 보완하고자 한다"면서 "체육 쪽에서도 이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회 유치를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면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체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인구 감소는 엘리트 체육에도 큰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특히 학교 운동부 선수들의 숫자 역시 감소함에 따라 선수 육성에 대한 어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 국장은 "인구가 줄면서 학생 선수의 숫자가 자연스레 감소하고 있다"면서 "감소 폭이 크진 않지만 계속 지켜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양성 시스템은 크게 ▲꿈나무 선수 ▲청소년 대표 ▲상비군 ▲국가대표 순으로 나뉜다. 그런데 최 국장은 "현재 한국은 꿈나무 선수보다 국가대표 선수가 많은 역피라미드 형태"라면서 "꿈나무 선수들을 더 많이 육성해서 피라미드 형태로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국장은 "일단 많은 선수를 육성하려면 학교 운동부를 활성화시키고 지역 유소년 스포츠 클럽을 많이 구축해서 학생들이 전문 체육에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쉽지 않겠지만 유소년 때부터 스포츠 활동을 많이 해서 좋은 선수를 많이 발굴할 수 있도록 저변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부터 학교 운동부 창단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해당 사업은 학령 인구 및 학교 운동부 감소 추세에 대응해 창단 초기 비용 지원을 통한 학교 운동부 창단 유도 및 신규 학교 운동부의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다.
해당 사업에 1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고 대한체육회가 수행 주체가 됐다. 2022년 2학기부터 2023년 1학기 내 창단한 초·중·고 신규 학교 운동부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학교는 훈련비, 장비 구입비 및 대회 참가비 등 3년간 최대 9000만 원(1년 차 5000만 원, 2·3년 차 2000만 원) 지원을 받는다.
특히 학생 수가 적은 지방 학교의 운동부 운영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최 국장은 "지역별 거점을 둬서 선수가 적은 학교의 학생들이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학생 선수 육성을 학교 내에서 하는 게 아니라 지역에 있는 공공 스포츠 클럽에서도 진행하는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학교 체육과 함께 연계돼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 선수의 숫자가 부족한 와중에 이들은 운동권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 사항으로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결석 허용 일수를 축소시켰기 때문. 이에 탁구 신유빈(19·대한항공)과 김나영(18·포스코에너지) 등은 대회 출전이 제한돼 아예 고교 진학을 포기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 바 있다.
문체부는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개선에 나섰다. 올해 초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초·중·고 학생 선수들의 결석 허용 일수를 확대했다. 2022년 초등학교 5일, 중학교 12일, 고등학교 25일에서 2023년 초등학교 20일, 중학교 35일, 고등학교 50일로 2배 이상 늘렸다. 최 국장은 "학생 선수들이 대회 참가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정리가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다. 최근 학생 선수들은 일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정규 수업을 모두 들은 후에야 운동을 할 수 있는데, 운동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현장 지도자들의 입장이다. 서울의 모 중학교 운동부 A감독은 "정규 수업이 모두 끝난 뒤에는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예전처럼 훌륭한 선수를 발굴하기 힘든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최 국장은 "학교 입장에서는 학생 선수들도 공부를 하기 바라는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도 "운동을 하기로 결심한 학생이라면 대회 참가하고 훈련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운동을 해야 하지만 공부도 해야 하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을 통한 지원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문체부는 학생 선수들의 고충을 귀담아듣겠다고 약속했다. 최 국장은 "학생 선수들이 운동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지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없는지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어려움이 있다면 개선하기 위해 교육부와 협의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생활 체육 참여율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문재인 정부가 생활 체육 활성화를 주요 체육 정책으로 추진한 결과 2015년 56%에서 2019년 66.6%로 10% 이상 증가했다. 최근 3년간은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주춤해 2022년 61.2%로 하락했지만 최근 일상 회복을 통해 다시 상승할 전망이다.
문체부는 생활 체육을 통해 스포츠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했다. 최 국장은 "생활 체육 저변을 넓혀서 전문 체육과 연결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생활 체육에서 좋은 선수를 육성해 전문 체육 지원 사업과 연계하고, 국가대표까지 키울 수 있는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2022년 6월 시행된 스포츠클럽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스포츠 클럽의 지원과 진흥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국민 체육 진흥과 스포츠 복지 향상 및 지역 사회 체육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이다.
스포츠 클럽은 회원의 정기적인 체육 활동을 위해 지차제에 등록하고 지역 사회의 체육 활동 진흥을 위해 운영되는 법인 또는 단체를 일컫는다. 지역의 공공 민간 스포츠 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등록·지정제를 시행하고 있다.
등록 스포츠 클럽은 ▲정관 ▲연간 운영 계획서 ▲대표자 및 대의 기구 ▲종목별 10명 이상의 회원 등 설립 요건을 갖춰 지자체에 등록된 시설로 전국 500여 개에 달한다. 지정 스포츠 클럽은 문체부 장관이 공익 목적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등록된 스포츠 클럽 중 지정하는 시설로 전국 100여 개 정도다.
최 국장은 "스포츠 클럽을 통해 체육 활동의 저변을 넓히면 생활 체육과 전문 체육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생활 체육 활성화를 통해 훌륭한 선수가 나오면 등록 및 지정 스포츠 클럽에서 선수를 육성하고, 그 선수가 국가대표로 성장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사교육비가 2배 이상 증가함에 따라 스포츠 학원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줄고 있다. 전문 체육뿐만 아니라 생활 체육 목적으로도 다가가기 어려워진 게 현실이다. 이에 최 국장은 "스포츠에 대한 지출을 하면 그만큼 소득세를 적게 낼 수 있도록 소득 공제를 도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 문화·예술·영화 영역에 대한 소비는 소득 공제가 적용되지만 스포츠는 아직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최 국장은 "스포츠 소비에 대한 소득 공제도 반영될 수 있도록 현재 법안 발의가 됐고, 기획재정부와 협의해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일단 체육 활동 참여가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해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스포츠 강좌 이용권 사업을 진행 중이다. 취약 계층 유·청소년의 건전한 여가 활동을 통한 삶의 질을 높여 스포츠 복지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목적이다.
기초 생활 수급 가정 유·청소년들은 스포츠 강좌 이용권 카드로 지정 시설 이용 시 강좌비에 대해 일정 부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최 국장은 "저소득층 학생들이 가장 힘들 텐데 스포츠 강좌 이용권 사업을 통해 문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폭을 더 넓혀서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관심을 갖고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구 감소에 따라 난민, 다문화 가정 등 외국인들을 체육계로 유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 선수에 대한 역차별 문제 등을 우려하는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이에 문체부는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콩고민주공화국 난민 부모 밑에서 태어난 초등학교 씨름 선수 김웬디 군(11)은 최근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학교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씨름을 시작한 그는 지난 2년간 7차례 대회에 출전해 4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김 군은 한국 씨름의 유망주로 떠오르며 기대를 모았지만 '난민 2세'라는 꼬리표가 발목을 잡았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전국소년체전 출전에 제한이 있었다. 대한씨름협회 주관 대회는 선수 등록을 해야 참가가 가능한데 국적이 없는 난민 2세로 선수 등록이 불가능해 정식 대회 출전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협회와 3년간 논의 끝에 지난 5월 외국인 선수도 초·중학교에 한해 선수 등록이 가능해졌다. 이에 김 군은 지난 13일 열린 제77회 전국씨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고등학교부터는 의무 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국적을 취득하지 않으면 대회 출전이 어렵다는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김 군의 부모가 현재 국적 취득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 최 국장은 "실력과 재능은 있지만 전국체전 출전이 어려워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면서 "이런 선수들이 한국 스포츠를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례를 들며 규정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KBO 규약 제29조(외국인 선수)에 따르면 선수 계약 체결 당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선수를 외국인 선수라 한다. 다만 한국의 중학교 이상에 재학하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등록 선수로 활동했던 외국 국적의 선수의 경우는 제외다.
인구 감소에 동반되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고령화 사회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한국은 인구 감소에 따라 급속한 고령화로 오는 2050년이면 세계 2번째 늙은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유엔(UN)의 세계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50년 홍콩이 세계 최고 고령 국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는데, 인구가 고작 790만여 명이라 5000만 명이 넘는 한국이 사실상 1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15~64세에 해당하는 생산 가능 인구가 올해 3600만 명에서 2050년 2400만 명으로 감소하는 반면 65세 이상 노인은 950만 명에서 1800만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육계에서도 고령화 사회에 따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문체부는 노인 생활 체육 활성화를 통해 건강을 증진시키고 의료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 국장은 "노인을 위한 스포츠 인프라, 활동 등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면서 "시니어 친화형 국민체육센터을 추가 개설해 가까운 거리 내 운동하기 편한 환경을 조성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대한민국은 어려운 여건에도 스포츠 선수들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 대회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국위 선양에 앞장섰다. 1990년대 후반 힘들었던 IMF(국제통화기금) 시절 메이저 리그(MLB) 박찬호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박세리가 투혼을 펼치며 국민들을 위로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에 이어 박지성은 축구 종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누비며 국민들의 자부심을 키웠다.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수영 박태환 등 스타들이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안겼다.
스포츠는 이처럼 대한민국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인구 절벽 시대에 한국 체육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태어나는 아이들이 줄어들면 선수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현 정부에서도 이에 따른 체육계에 닥칠 위기를 의식하고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연 체육 정책 기조에서 지난 정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인구 감소 시대 체육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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