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했던 ‘경차값’ SUV는 잊어라”…‘가성비→가심비’ 쉐보레 승부수 [카슐랭]
초심 잃었나, 눈에 보이는 변화 적어
타보니 많이 달라져, 싼맛 대신 살맛
‘싼맛 대신 살맛’으로 셀토스와 승부
예상을 뛰어넘었다. 가격 인상 폭이. 직전까지 판매됐던 기존 모델보다 210만~352만원 올랐다.
가장 저렴한 LT 트림은 2699만원, 프리미어는 2799만원, 액티브와 RS는 각각 3099만원이다.
출시 당시와 비교하면 LT는 474만원, 프리미어는 309만원, 액티브는 529만원, RS는 479만원 비싸졌다.
가장 저가 트림인 LS도 없앴다. LS는 출시 때 1995만원부터 판매됐다. 경차인 기아 레이, 더 나아가 모닝과도 경쟁할 수 있는 1900만원대 ‘혜자 SUV’로 여겨지는 데 기여했던 트림이다.
지엠(GM) 한국사업장은 저가 트림을 없애고 가격을 올린 근거로 한국 소비자의 특성을 내세웠다. 한국인은 사양(옵션)이 풍부한 차량을 선호하고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에도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 구매자 10명 중 7~8명이 최상위 트림을 선택했다고 근거도 제시했다.
쉐보레는 풀체인지(완전변경) 수준으로 나온 부분변경 모델이라고 자랑했다. 디자인과 제원을 분석해보니 풀체인지급 진화는 절대 아니었다. 딱 부분변경 수준이었다.
디자인을 보면 사람의 눈코입 역할을 하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LED 주간주행등을 강렬하게 다듬었다.
기존에는 휠 하우스 한계로 장착이 어려웠던 19인치 휠도 장착했다. 후면의 경우 테일램프 모습은 그대로 나둔 채 LED 그래픽을 적용했다. 나머지 대부분은 기존 모델 그대로였다.
투박했던 기존 모델보다 세련되게 다듬어지고 디지털 편의성도 향상됐다. 소재와 그래픽을 다양하게 적용, 고급스러운 멋도 강조했다. 다만, 다른 곳은 변한 게 없다. 역시 딱 부분변경 수준이다.
디자인을 살펴보고 제원을 비교해본 결과, 3년 전 ‘경차값’ SUV로 대박을 터트렸던 쉐보레가 ‘초심’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좀 팔리니 돈 욕심이 생겼다고 여겼다.
쉐보레측은 “보이지 않는 부분에 더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변명처럼 여겨졌다.
전장x전폭x전고는 4425x1810x1660mm다. 소형 SUV와 준중형 SUV 사이에 해당하는 크기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640mm다.
시승차에 탈 때까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기존과 파워트레인이 바뀌지 않고, 상품성 개선보다 좀 더 나은 수준의 부분변경 모델이니 당연했다.
시승차는 중형세단 말리부를 통해 힘과 연비를 입증한 1.35ℓ 가솔린 E-Turbo 엔진, 9단 변속기, 4륜구동을 채택했다. 최고출력은 156마력, 최대토크는 24.1kg.m, 복합연비는 11.6km/ℓ다. 기존과 같다.
A필러(앞 유리창과 앞문 사이의 비스듬한 기둥)는 두꺼운 편이다. 안전을 위해 두껍게 처리했지만 시야가 좁아진다.
드라이브 모드는 노멀과 스포츠로 단순하게 구성됐다. 기어 스틱 앞에 있는 ‘레이싱 깃발’ 아이콘을 누르면 스포츠 모드로 바뀐다.
‘AWD’ 버튼으로는 2륜과 4륜을 선택할 수 있다. 수동 변속을 위한 패들시프트는 없다. 역시 달라진 게 없다.
치고 나가는 맛은 부족했지만 배기량과 가솔린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준수한 주행 실력을 발휘했다. 여기까지도 기존 모델과 느낌이 비슷했다.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과 차선 이탈 경고 및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을 작동하면 기존 모델처럼 차선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 좌우로 왔다 갔다 한다.
차선을 이탈하지는 않지만 차선 중앙을 유지하면서 달리지는 않는다.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에 손을 올리고 차선 중앙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반면 셀토스는 차선 중앙을 잘 유지하며 주행한다.
별로 달라진 게 없다며 시큰둥하게 운전하다 뭔가 확실히 달라졌다는 느낌이 갑자기 들어서다. 정숙해진 게 이유였다. 엔진음, 바람소리, 노면 진동이 확실히 개선됐다.
분명 기존 모델은 경쟁차종인 기아 셀토스보다 정숙하지 않았는데, 신형은 셀토스 수준이 됐다. 시끄럽지 않은 수준에서 이제는 확실히 조용해졌다. 서스펜션은 단단한데 승차감은 부드러워졌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스티어링휠이 좀 더 무거워졌고 페달 초기 반응도 빨라졌다.
기존 모델은 노멀과 스포츠 차이가 두루뭉술했는데 이번엔 구분이 됐다. 차체 밸런스도 차급에 비해 수준급으로 거듭났다.
오프로드 코스에서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울퉁불퉁한 임도를 지날 때 선행 시승차를 보니 뒤뚱거리는 현상이 적었다. 탑승자 몸도 덜 흔들려 불안감을 없애줬다.
쉐보레측은 편안한 승차감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보이지 않는 부분을 계속 개선한 결과라고 밝혔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 더 공을 들였다”는 쉐보레의 설명은 직접 타보고서야 변명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했다.
신형 트레일블레이저는 외관보다는 실내, 눈으로 보이는 겉보다는 보이지 않는 속에 더 공을 들였다.
기존 모델은 셀토스와 경쟁할 때 저렴한 가격과 디자인 외에는 내세울 게 별로 없었다. 신형 모델은 성능과 품질로도 정면 승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SUV 분야에서 자신감이 붙은 쉐보레 마케팅 전략도 현대차와 기아처럼 ‘싼맛 대신 살맛’으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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