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와 새롬기술 비교하는 증권가...같은 점, 다른 점은?

문수빈 기자 2023. 7.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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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 27일 19% 빠지며 100만원선 붕괴
패러다임 전환 편승한 새롬기술과 유사한 면모
다만 실적 꾸준히 내고 있어 제2의 새롬기술 단정 어려워
기술력이 사업성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사항

주당 10만원이었던 에코프로가 반년 만에 100만원을 돌파하자, 시장 일각에서는 ‘새롬기술 사태’가 재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새롬기술은 상장한 지 1년도 채 안 돼 주가가 100배 이상 올랐으나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급락한 종목이다. 현재는 솔본이라는 이름으로 상장해 있다.

에코프로가 과열이라는 데엔 여의도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다. 두 회사 간 여러 공통점도 보인다. 하지만 실적이 없던 새롬기술과 달리 에코프로는 이익을 내고 있다. 에코프로의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새롬기술만큼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모니터에 장중 에코프로 주가가 100만원대가 무너진 98만7000원을 나타내고 있다./뉴스1

전날(27일) 에코프로는 전일 대비 19.79% 내린 98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20% 가까이 하락하긴 했지만 에코프로는 연초보다 8.5배 상승해 있는 상태다. 주가가 꾸준히 오른 덕에 16년 만에 코스닥 시장 황제주에 오르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가 역사적 과열권에 진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1일 기준 22.35배인데, (이 수치가) 21배를 넘은 건 2000년 IT 버블 이후 처음”이라고 분석했다. 즉 지금의 코스닥시장은 2000년 이후 최대 과열 국면인 셈이다.

이 때문에 IT 버블 때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새롬기술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1999년 공모가 2300원으로 코스닥에 상장한 새롬기술은 그다음 해 2월 주당 28만원을 넘겼다. 약 6개월 만에 덩치가 120배 커진 것이다. 1년도 안 되는 단기간 내의 급격한 상승세는 새롬기술과 에코프로의 공통점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신기술에 대한 열망이 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롬기술은 무료 국제 전화 서비스 ‘다이얼패드’를 제공하는 업체였다. 당시만 해도 국제 통화료는 1분당 수백~수천원이었고, 인터넷이 현재처럼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롬기술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새롬기술 주가를 높인 데에 ‘인터넷’이 있었다면, 에코프로엔 ‘이차전지’가 있다. 친환경이 트렌드가 되면서 전기차는 산업계의 미래 산업 주요 먹거리로 꼽힌다.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로 기존 디젤차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전환됐기 때문이다. 이에 전기차에 들어가는 이차전지 생산업체 에코프로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

해당 회사만이 아니라 같은 산업의 주가가 덩달아 오르는 것 역시 새롬기술과 에코프로의 공통점이다. 현재 에코프로와 함께 이차전지 관련 기업인 포스코 그룹, LS 그룹도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POSCO홀딩스는 전날까지 62.37% 올랐으며 포스코DX(132.79%) 포스코인터내셔널(113.55%), 포스코엠텍(69.48%)도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LS와 LS ELECTRIC은 각각 21.64%, 20.55% 올랐다. 이는 2000년대 초반 새롬기술의 오름세에 힘입어 인터넷 광고 전문업체 골드뱅크, 인터넷 포털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한 것과 겹치는 대목이다.

인터넷 갈무리

네 번째 공통점은 유명인이 투자하면서 학생, 주부 등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투자 심리 장벽을 낮춘 점이다. 새롬기술은 상장하기 전에 유명 배우로부터 2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받았다. 에코프로는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가 유튜브를 통해 추천했던 종목 중 하나다. 특히 에코프로는 장 마감 후 가격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글을 투자자가 올릴 정도로 주식에 대한 배경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이들도 사들이는 종목 중 하나다.

사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챙겼다는 전례가 있다는 것 역시 두 회사가 같다. 2002년 증권선물위원회는 오모 새롬기술 사장과 그의 부친, 한모 전 사장 등이 자회사의 파산 사실을 미리 알고 정보 공개 전 주식을 내다 팔았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그룹 회장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1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겨 2심에서 2년형을 선고받았다.

차이점도 있다. 새롬기술은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지만, 에코프로는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2000~2003년 새롬기술의 당기순손실은 차례로 219억원, 996억원, 495억원이다. 에코프로의 최근 3개년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은 순서대로 551억원, 2785억원, 2205억원이다. 다만 별도 기준으로 했을 땐 지난해 에코프로는 86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새롬기술은 독창적인 사업 모델이 없었던 반면, 에코프로는 있다는 점 역시 양사의 다른 점이다. 다이얼패드는 어떤 기업이든 할 수 있는 가격 파괴 전략이었다. 에코프로는 전 세계 단 4곳인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 회사 중 하나다. 양극재는 이차전지의 핵심으로 리튬이 주재료인데, 리튬 가격이 오르자 리튬 대신 니켈을 쓴 게 하이니켈 양극재다. 다만 하이니켈 양극재가 앞으로도 사업성을 유지할지는 지켜봐야 할 요소다.

한편 연초부터 급등하던 에코프로는 전날부터 이날까지 연속 하락 마감하며 내림세를 탔다. 특히 이날 19.79%의 하락률은 최근 1년 중 가장 큰 폭의 후퇴다. 그럼에도 여전히 에코프로는 과대평가 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에코프로의 주가가 현재보다 더 오르긴 쉽지 않다”며 “여의도에 웬만한 자산운용사들은 이차전지를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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