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강두'랑은 다르네, ATM은 한국투어에 '진심모드'다[현장 메모]

김성수 기자 2023. 7.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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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날강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는 근본부터 달랐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한국에서의 모든 프리시즌 일정에 진심을 다해 임하고 있다.

ⓒ연합뉴스

팀 K리그는 27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 AT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3분 터진 이순민의 역전 결승골로 3-2 승리를 거뒀다.

전반 12분 앙투안 그리즈만의 슈팅이 이창근 골키퍼 맞고 나온 것을 문전에서 토마 르마가 발리 슈팅으로 AT 마드리드가 선제골을 가져갔다. 후반 5분에는 세징야가 프리킥을 문전으로 올린 것을 안톤이 헤딩 동점골로 1-1 균형을 맞춘 팀 K리그였다.

후반 39분 박스 안 왼쪽에서 앙헬 코레아가 수비 경합을 이기고 크로스했고 먼포스트에서 카를로스 마틴이 넘어지며 오른발을 갖다 대 골을 넣었다. 이대로 AT 마드리드가 승리하는가 했지만 후반 41분 팀 K리그의 제르소가 박스 안 왼쪽에서 공을 향해 달려가다 상대 수비 팔꿈치를 맞아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후반 43분 팔로세비치가 키커로 나서 왼발로 오른쪽으로 낮게 차 넣어 2-2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 3분 제르소가 뒤로 내준 공을 이순민이 아크서클에서 오른발로 정확하게 골대 구석으로 차 넣어 역전 결승골이 터졌고 팀 K리그가 3-2로 승리했다.

AT 마드리드의 방한 소식은 분명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한국 축구 팬들은 유럽 축구팀에게 당한 아픈 기억도 있었기에 경계심을 풀고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호날두의 만행 때문이었다.

2019년 방한 당시 단 1분도 경기를 뛰지 않았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스포츠코리아

지난 2019년 7월26일, 방한 일정을 위해 당시 소속팀인 이탈리아의 유벤투스와 함께 한국을 찾은 호날두는 세계적인 축구스타답게 많은 한국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입국 후 이어진 그의 행보는 아쉬움을 남겼다. 입국장에서 기다리던 팬들에게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버스에 오른 호날두는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예정돼있던 팬사인회마저 돌연 불참했다. 직접 사연을 적어 선정된 팬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호날두의 막무가내 행동은 '경기 전 컨디션 관리'라는 명목으로 포장됐지만 그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호날두는 유벤투스와 팀 K리그의 경기가 펼쳐지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한 뒤 자신을 향한 팬들의 함성에 손을 한 번 흔든 것이 전부였으며 벤치에 앉은 채 단 1분도 잔디를 밟지 않았다. 심지어 '최소한 45분은 출전해야 한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호날두의 결장은 많은 한국 축구 팬들의 분노를 샀다.

그렇기에 AT 마드리드의 이번 방한 행보에는 호날두와의 비교가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일단 25일 입국일 시작은 완벽했다. 앙투안 그리즈만, 로드리고 데 파울,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를 필두로 한 선수단은 공항에서 팬들에게 정성스럽게 사인해주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팬 서비스에 열을 쏟았다. 팬들과의 짧지만 강렬한 만남이었다.

26일 오픈 트레이닝에서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시메오네 감독이 팬들에게 직접 공을 차주기도 한 AT 마드리드는 27일 경기에도 진심을 다해 임했다.

AT 마드리드 선수들은 모두 자신의 이름이 한글로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출전했다. 심지어 선발 라인업은 그리즈만, 코케, 아스필리쿠에타, 사비치, 비첼, 데 파울, 모라타 등 주전급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패스 연계와 탈압박을 선보이며 경기장에 모인 한국 팬들을 감탄하게 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연합뉴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도 열정적인 모습으로 시선을 강탈했다. AT 마드리드 선수들이 좋은 장면을 만들 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심판의 판정이 아쉬울 때는 온몸으로 억울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감독의 활동 반경을 제한하는 벤치 앞 박스 라인도 큰 의미는 없었다.

AT 마드리드 선수들이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쳤을 때 시메오네 감독은 펄쩍 뛰며 머리를 감싸 안았다. 시메오네의 리액션만 놓고 보면 프리시즌 경기가 아닌 당락이 걸린 유럽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경기를 보는 듯했다. 그만큼 한국에서의 친선 경기에 진심이었다.

AT 마드리드 선수들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박수와 함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팬들도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시종일관 프로다운 모습으로 한국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낸 것이다.

자신밖에 몰랐던 '날강두' 호날두와 '진정한 프로' AT 마드리드가 한국에 남긴 인상은 천지 차이였다. AT 마드리드의 진심이 이날 한국 팬들의 마음을 붉게 물들였다.

ⓒ연합뉴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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