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스파이와 배신자·이탈리아로 가는 길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스파이와 배신자 = 벤 매킨타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소련과 영국을 오가며 이중 첩자 역할을 한 올레크 고르디옙스키의 이야기를 담은 논픽션.
고르디옙스키는 '스파이 명문가' 출신이었다. 아버지, 형 모두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일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KGB에서 근무하는 게 꿈이었다. 그는 우수 요원으로 성장해 마침내 KGB 요원이 됐다.
성실한 KGB 요원이었던 그는 코펜하겐에서 서방 문물을 접하면서, 체코의 '프라하의 봄' 시위를 잔혹하게 진압한 고국의 행위를 목도하면서, 국가관에 조금씩 균열이 갔다. 그 틈을 비집고 영국 해외정보국(MI6)이 그에게 접근했고, 그는 결국 이중스파이가 됐다.
고르디옙스키는 KGB의 핵심 정보를 영국 정보당국에 전달했다. 그의 정보는 핵전쟁을 피할 수 있게 도와줬고, 크렘린의 사고방식에 대한 통찰력을 서방에 안겨줬다. 그의 진짜 정체를 아는 이는 MI6 안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대처 영국 총리도, 심지어 그의 아내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조금씩 새어나간 고급 정보에 KGB는 내부 수사를 단행했다. 어느 날 그는 열쇠로 집 문을 열며 이상한 기척을 감지, KGB의 수사망이 자신에게 향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과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영국 '더 타임스' 기자 출신인 저자는 냉전 시대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을 오가며 활약한 이중스파이의 일생을 조명했다. 저자는 책을 쓰기 위해 3년간 스무 번 넘게 고르디옙스키를 인터뷰했다고 한다.
열린책들. 568쪽.
▲ 이탈리아로 가는 길 = 조귀동 지음.
'세습 중산층 사회'와 '전라디언의 굴레'로 주목받은 저자가 교착 상태에 빠진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경제·사회·문화 영역에서 한국은 선진국 문턱을 넘었지만, 유독 정치 분야만 뒤처지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책에 따르면 보수는 그간 한국의 롤모델로 미국식 시장경제를, 진보는 북유럽식 사민주의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인 타협안으로 독일 모델이 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저자는 한국이 이탈리아가 걸어온 길을 따라갈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분석한다.
이탈리아는 한국과 비슷하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빠른 산업화를 겪었다. 1960년 전후 고성장을 이뤘고, 1980년대 들어서는 '제2차 경제 기적'으로 호시절을 맞았다.
그러나 방만한 공공 부문과 만성적 재정 적자, 인위적 경기 부양에 대한 의존, 낮은 생산성, 높은 인건비, 투자 부진, 불투명한 기업 지배 구조 등이 바뀌지 않으면서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더 큰 문제는 정치에 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상당 부분이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된 정당 간 경쟁과 현대적 대중 동원 과정에서 도출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정치적 부족주의'다. 이는 특정 정치인이나 분파에 강한 일체감을 가지면서 다른 이들과 공존을 거부하는 행태를 말한다.
저자는 한국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일단 정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누군가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함께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은 사치처럼 되어버렸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참가해 갈등을 해결하고 타협안을 찾는 과정, 즉 진짜 '정치'의 복원이 필요하다."
생각의힘. 328쪽.
▲ 신의 역사 = 카렌 암스트롱 지음. 배국원·유지황 옮김.
수녀의 길을 택했다가 환속한 종교학자인 저자의 대표작이다. 저자는 4천년 유일신의 전통을 더듬어보면서 인류가 어떻게 신의 개념을 만들고 변화시켜왔는가를 조명한다.
1993년 초판이 출간된 이후 30년간 미국과 유럽뿐 아니라 이슬람, 아시아 문화권에서도 꾸준히 사랑받아온 종교 분야 권위서 중 하나다.
국내에서도 1999년 출간됐는데, 이번에 전면 개정돼 재출간됐다.
오역을 바로잡고, 기존 번역본에서 누락된 내용을 빠짐없이 되살렸다. 원문의 유려한 글맛도 최대한 살렸다.
교양인. 724쪽.
▲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 하재영 지음.
소설가인 저자가 쓴 개 산업 르포르타주. 2018년 출간된 책의 개정 증보판이다.
지난 5년간 역동적인 변화가 있었던 동물 관련 법 조항들을 대폭 수정·보완하고, 독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받아온 질문에 대한 답과 최신 사례들을 추가했다.
또한 초판 출간 후 세상을 떠난 피피의 이야기를 담은 '개정판 서문'과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한 동물보호단체 대표 황동열·박운선의 '5년 후'를 다룬 '개정판 인터뷰'도 새롭게 담았다.
잠비. 36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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