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에 오타니 지킨 에인절스, 올가을 웃을 수 있을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에인절스가 고민을 끝냈다. 이제는 돌아보지 않고 달리는 일만 남았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은 7월 27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는 큰 결단을 내렸다. 후반기 시작부터 이어온 고민에 마침표를 찍으며 남은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결정을 내렸다. 바로 오타니 쇼헤이를 여름 시장에서 트레이드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에인절스는 올해 누구보다 어려운 시즌을 치르고 있었다. 쉽지 않은 목표를 반드시 이뤄야했기 때문이다. 올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는 오타니는 그간의 팀 성적 부진으로인해 이미 9할 이상 팀에서 마음이 떠난 상황. 에인절스는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라도 붙잡고자 포스트시즌 티켓으로 오타니의 마음을 돌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지난해부터 구단 매각설에 휩싸인 에인절스는 겨울 시장에 많은 돈을 쏟아붓기는 어려웠다. 타일러 앤더슨, 헌터 렌프로, 카를로스 에스테베즈 등 '적당한' 선수들을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한 에인절스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유지했지만 서부지구의 '절대강자'였던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아낌없는 투자를 단행한 텍사스 레인저스를 넘기는 어려웠다.
6월 중순까지 그래도 5할 이상의 승률을 꾸준히 유지했지만 6월 말부터 페이스가 떨어졌고 설상가상 마이크 트라웃까지 부상을 당하며 전반기를 5할 미만의 승률로 마쳤다. 오타니는 2021년 이후 다시 MVP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오타니 혼자서 팀을 정상에 올려놓을 수는 없었다. 결국 에인절스는 후반기를 시작하며 오타니와 올여름 결별을 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대로 무너질 것 같았던 에인절스에도 볕은 들었다. 에인절스는 휴스턴과 후반기 첫 3연전에서 1승 2패에 그쳤지만 페이스가 떨어진 뉴욕 양키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연이어 만나며 6경기에서 5승을 거뒀다. 5할 승률도 회복한 에인절스는 오타니와 여기서 헤어지지 않고 끝까지 가보기로 결심을 굳혔다.
마음을 굳힌 에인절스는 빠르게 움직였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로부터 두 명의 투수를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선발투수 루카스 지올리토, 불펜투수 레이날도 로페즈를 한꺼번에 영입했다. 팀 내 2,3순위 유망주인 포수 에드가 케로, 좌완 카이 부시를 포기하며 마운드를 보강했다. 케로는 TOP 100 유망주에도 포함된 선수. 유망주 '팜'이 그리 좋지 못한 에인절스는 올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 두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보유한 '최고의 카드' 중 두 장을 내놓았다. 오타니와 함께 가을로 향하지 못한다면 팀의 미래는 없다는 듯한 과감한 결단이었다.
오타니가 최고의 타격을 선보이고 있는 에인절스는 비록 트라웃과 브랜든 드루리 등이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여전히 최상위권의 공격력을 유지하고 있다. 팀 OPS 0.780은 메이저리그 전체 4위이자 아메리칸리그 2위의 기록. 반면 팀 평균자책점은 4.44로 전체 20위에 머물고 있다.
로테이션에는 오타니의 뒤를 지켜줄 선수가 없고 불펜도 부상 여파가 있다. 지난해 크게 부진했지만 FA를 앞둔 올시즌 21경기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하며 반등한 지올리토와 시즌 초반 부진했지만 5월 중순 이후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안정을 찾은 로페즈는 에인절스의 전력을 충분히 강화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에인절스는 27일까지 시즌 52승 49패, 승률 0.515를 기록했다. 지구 선두인 텍사스 레인저스와 승차는 6.5경기. 긴 연승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면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숫자는 아니다. 에인절스는 지구 우승보다는 3위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4경기차로 추격 중인 와일드카드 레이스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4경기도 결코 작은 승차는 아니지만 그래도 시즌이 아직 두 달은 남아있는 시점에서 충분히 '해 볼 만한' 차이다.
물론 에인절스가 남은 2개월 모든 것을 쏟아부어 가을 티켓을 따낸다고 해도 이미 공개적으로 팀에 대한 불만을 몇 번이고 터뜨린 오타니가 내년에도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2014년 이후 한 번도 밟지 못한 가을야구 무대를 밟는다면 오타니와 함께한 처음이자 마지막 추억으로 나름의 의미는 남을 수 있다.
장고 끝에 결단을 내렸다. 이제 누구보다 간절하게 가을을 향해 달려가는 일만 남았다. 과연 미래를 준비하는 대신 과감한 도전을 선택한 에인절스의 남은 시즌이 어떻게 흐를지 주목된다.(자료사진=오타니 쇼헤이)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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