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수감 0.5조' 최소화…경기 활력·세수 위기 사이서 균형
추경호 "경제 어려울 땐 세금 줄여 소비·투자 여력 확보해야"…증세론 일축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정부가 시행되면 5년 동안 5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세법개정안을 내놨다. 윤석열 정부 첫 해인 지난해 개정안의 세수 감(減) 규모(국회 예산정책처 추산 73조6000억원)와 비교하면 작은 규모다.
여기에는 경기 회복을 위해 민간 세부담을 줄여야 하지만, 세수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감세 기조는 유지하되 규모를 대폭 줄인 것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부동산 등 대대적인 세법 개편이 어려운 현실도 반영됐다.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2023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향후 5년 동안 총 4719억원의 세수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소득세 부분이 5900억원 줄어들고, 부가가치세도 437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인세는 1690억원 늘어나게 된다. 감세 규모를 직전 연도 대신 기준연도(2023년)와 비교하는 누적법으로는 총 3조702억원 세수 감 효과가 발생한다.
전체 세수 감 규모를 보면 윤석열 정부 첫 해인 지난해 세제개편안 세수 감 규모와 차이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총 13조1000억(2023~2027년·순액법 기준)원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2022년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누적법으로 계산하면 60조3000억원,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이보다 13조3000억원 더 큰 73조6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세수 규모가 줄어든 데에는 '세수 펑크'에 대한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 1~5월 국세 수입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조4000억원 덜 걷힌 256조6000억원이다. 특히 경기 둔화로 기업 이익이 줄어 법인세가 전년보다 17조3000억원(28.4%) 감소했다.
세수 상황이 경기 활력 제고를 위해 민간 세 부담을 덜어야 하는 경제 현실과 상충되는 만큼, 이번 세법개정안은 양자 사이에서 균형을 꾀한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이번 개정안의 세수 감소 효과를 세 부담자별로 보면, 서민·중산층이 6302억원으로 가장 큰 혜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425억원, 대기업은 69억원 각각 감세 혜택을 누리게 된다. 지난해보다 운신의 폭이 좁아진 만큼 서민과 중산층 대상 감세에 집중한 셈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 24일 사전브리핑에서 "지난해와 올해까지 기업과 서민·중산층을 위한 감세를 꽤 한 편이고, 특히 작년에 대대적인 세제개편을 했기 때문에 내년은 가급적 조세 중립에 근접하는 그런 세법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5000억원 규모 세수 감의 대부분은 자녀장려세액제도 개편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자녀장려금 지급에 대한 소득 기준을 58만가구에서 100만가구 이상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고, 최대 지급액도 자녀 1인당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는 5년 동안 5300억원이다.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에서 의견 충돌이 심한 내용은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점도 0.5조 '미니 감세안'의 원인이 됐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는 당초 기대를 모았던 부동산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완화 방안 등 부동산 세법 개정안이 제외됐다. 법인세 추가 인하에 대한 내용도 빠졌다.
추 부총리는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을 조금 더 낮추고 구간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제 생각이지만, 지난해 야당의 강한 반대 때문에 대기업, 중소기업, 중견기업에 대해 각 1%p씩 낮추는 데 그쳤다"며 "동일한 내용을 정부가 다시 제출을 한다고 해서 특별한 진전이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추 부총리는 다만 세수 상황이 위태로운 만큼 증세가 필요했다는 의견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는 세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며 "민간 쪽의 기업이든 중산·서민층이든 그들의 소비 여력이나 투자 여력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이번 개정안 방향을 설명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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