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엘리트 딸, 탈북 후 어부 생활 “母 극단적 선택, 데려온 동생은 가출”(특종세상)

서유나 2023. 7. 28.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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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서유나 기자]

북한 엘리트의 딸로서 군인 생활을 하다가 탈북 후 현재는 어부가 된 이은영 씨의 가족사가 전해졌다.

7월 27일 방송된 MBN 밀착 다큐멘터리 '특종세상' 593회에는 2000년에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이은영 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이은영 씨는 전남 강진 앞바다에서 1200칸의 전복 양식장을 가꾸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북한의 군인이었다가 탈북 후 현재의 남편과 결혼, 바다에 정착해 억척스러운 어부의 삶을 살고 있다는 이은영 씨.

이은영 씨는 "저희는 아버지가 엘리트였다. 저는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아버지가 4천명을 거느린 초급당비서였다. 그 가정에 엄마, 아빠를 모시고 딸만 넷인 집안의 장녀. 부모의 혜택을 많이 봤다. 제가 똑똑해서라기보다는 부모가 그 사회에 맞게끔 잘 출세하셔서 저희를 지켜주셨다"고 회상했다.

다만 교사가 되어 좋은 집안의 남자와 결혼하길 바란 부모님의 바람은 큰 부담이었다고. 이은영 씨는 "장녀니까 엄마, 아빠가 동생들 잘못까지 저한테 다 책임을 묻더라. 엄청 엄했다. 몽둥이로 때리고 진짜 아직도 여기(이마)랑 무릎에 흉터가 있다. 제가 배불리 먹었을지 모르지만 행동의 자유, 말의 자유. 나라에서도 통제하고 학교에서도 통제한다. 집에 와서도 또 통제받는다. 저는 숨 쉴 틈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탈북해 공기 좋은 강진에서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이은영 씨에겐 현재 한가지 걱정이 있었다. 이은영 씨는 제작진에게 한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며 "제 동생이다. 내가 데려다가 잘 살아보려고. 마음을 둘 곳이 없는 것 같더라. 아들을 두고 왔다. 그 마음은 이해되는데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냐"고 토로했다.

2019년 이은영 씨의 긴 설득과 노력 끝에 막냇동생과 조카가 탈북에 성공했다는데. 이은영 씨는 "아기 때 늦둥이라 업어주기만 하다가 제가 군대 나왔다. 그때 사랑스러운 모습만 생각하고 데려왔는데 이렇게 될 줄 꿈에도 상상 못했다. 볼 수 있는 땅에서도 안 보고 살 줄은"이라고 말했다.

2년 전 동생이 집을 나가더니 지금까지 연락을 받고 있지 않다는 것. 이은영 씨는 "자기는 배불러서 처음엔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다음에 밀려오는 게 아들 생각, 그다음 밀려오는 게 '나도 가족이 있었는데' 이런 생각이었단다"고 자신이 아는 동생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사랑만 받고 초급당비서 늦둥이로 태어났다. 얼마나 예뻐하겠냐. 그 삶과 나는 장녀로 태어났다. 그 친구와 제가 처해있던 환경은 다른 것 같다. 부모님에 대한 추억도 다르니까"라고 밝혔다.

이은영 씨는 동생이 미웠던 과거도 털어놨다. 이은영 씨는 "막내가 (북한에 있을 때) 잠이 안 와서 독한 수면제 천 알을 사다놨단다. 하도 가짜가 많으니까 군대에서 진짜를. 엄마가 그걸 알고 계시다가 막내가 시장에 도매하러 나간 사이 그 약을 드시고 극단적 선택을 하셨다. 그래서 동생이 사실 더 미웠다"고 고백해 안타까움을 안겼다.

하지만 이은영 씨에겐 충격적인 동생 소식이 들려왔다. 탈북민의 정착을 돕는 보안과 형사의 도움을 받아 동생에 대한 수소문 중 동생 이금희 씨가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이에 이은영 씨는 동생이 살고 있다고 들은 동네를 찾아가 돌아다녀 보고, 제작진의 휴대폰을 빌려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어보는 방식으로 결국 동생과 만남의 약속을 잡았다.

이은영 씨와 동생은 포옹으로 재회했다. 동생은 이후 언니 집에 살던 당시 아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이 많이 아팠음을 고백했다. 간접적으로 북한에 연락해 보니 아들이 "치료하러 간 우리 엄마는 아직도 왜 안 오냐고 손꼽아 기다린다고 하더라"고. 동생 이금희 씨 아들은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로 평양에 홀로 남겨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 이은영 씨는 뒤늦게 동생의 마음을 알고 진심을 다해 사과, 앞으로는 동생을 좀 더 배려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MBN '특종세상' 캡처)

뉴스엔 서유나 stranger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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