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夜] '꼬꼬무' 부산 시신 없는 살인사건…스스로 불 수레에 올라탄 손수정의 두 얼굴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스스로 지옥의 불수레에 올라탄 한 여자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27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어느 날 내가 사라졌다 - 그 여자의 살인 시나리오'라는 부제로 '부산 시신 없는 살인사건'을 조명했다.
2010년 6월 17일 새벽, 부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는 한 여성이 의식이 없는 상태의 여성을 데리고 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의식이 없는 여성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사망한 상태, 이 여성을 병원에 데려온 여성은 "언니가 진짜 죽은 것이냐?"라며 몇 번이나 되물었다.
사망한 여성은 70년생 손수정 씨. 그의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그가 사망한 후에도 그를 찾는 이들은 없었다. 이에 여성을 병원에 데려 온 지인이 가족 대신 장례 절차를 밟았고, 수정 씨는 그렇게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그런데 두 달 후 수정 씨의 언니라는 이가 보험사에 사망보험금 지급을 독촉했다. 매일같이 언어폭력을 하며 독촉을 하는 수정 씨의 언니. 지급 여부가 결정도 안 된 건에 대한 독촉에 보험 심사과 팀장은 직접 이 건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보험에 가입한 것은 손수정 씨. 수익자는 어머니인 이 사망 보험의 보험금은 2억 5천만 원이었다. 사망한 당시에도 나타나지 않았던 가족들이 장례 이후 등장해 보험금을 독촉하고 있었던 것. 보험사는 이 건에 대해 조사를 할수록 석연찮음을 느꼈다.
손수정 씨는 해당 보험을 포함해 사망보험 무려 7개에 가입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는 대부분 사망 3개월 전 가입했으며 사망 이틀 전 가입한 것도 있었다. 특히 이 사망보험금의 총합은 24억 원.
의문을 갖고 해당 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던 팀장은 가입 당시 손수정 씨의 목소리와 며칠 전 독촉 전화를 한 손수정 씨 언니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똑같았던 것이다.
이에 보험사는 "언니가 동생인 척 가입한 후 동생에게 몹쓸 짓을 했다", "본인이 사망한 것으로 위장 후 언니인 척 보험금을 노렸다"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하며 손수정 씨의 어머니와 언니를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그런데 손수정 씨의 언니는 이상하게 계속 신원 확인을 거부했다.
이에 팀장은 지문을 채취할 생각으로 언니에게 사망 경위서 작성 요구하며 펜을 건넸다. 그런데 손 씨의 언니는 펜으로 경위서를 작성한 후 펜을 옷에 문질러 지문을 지워 팀장을 놀라게 했다. 이에 팀장은 "좀 놀랐다. 이건 알고 있는 사람이다. 정말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런데 이때 팀장은 손수정의 보험 가입 당시 사인과 손수정 언니의 사인이 동일한 것을 확인하고 또 한 번 놀랐다. 이에 두 사람이 동일인일 가능성은 더 높아진 것. 그리고 이때 조사실로 형사들이 출동했다.
해당 사건이 단순한 보험 사기 사건이 아니라고 여긴 형사들이 손수정 씨의 언니에 대해 신분 조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당당하게 신분 조회 요구를 거부했고 변호사를 부르겠다며 큰소리를 쳤다. 그럼에도 언니는 긴급 체포됐다.
사실 출동 전 손수정 씨의 인적 사항을 조회해 본 형사들은 손수정의 언니가 손수정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에 형사들은 손수정을 긴급 체포했다.
손수정이 살아 있다는 것이 확실해진 상황에서 피해자 신원 확인이 급선무였다. 그러나 사망한 후 두 달이 지났고, 피해자의 신분을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이에 손수정에 대한 심문이 시작됐다. 그러나 손수정은 입을 꾹 다물었고, 그 어떤 답도 하지 않았다.
이에 형사들은 손수정을 체포할 당시 함께 압수한 자동차 키를 가지고 그의 차를 찾았다. 어떤 단서라도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그리고 그의 차에서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 응시표를 발견했다. 그런데 해당 응시표의 이름란에는 이유리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고 주민등록번호는 84년생의 것이었다.
이를 가지고 추궁한 형사, 결국 손수정은 "제가 손수정이 맞고 죽은 사람은 이유리이다"라고 자백했다. 앞서 벌어진 사건은 모두 손수정의 자작극이었던 것.
이에 손수정은 자살 사이트에서 알게 된 이유리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병원으로 이유리를 데려갔지만 사망했으며 자신의 사망 보험금이 생각나서 사망한 이의 서류에 자신의 인적사항을 적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거짓이었다. 손수정은 대구 여성 노숙인 쉼터에서 지내던 이유리에게 일자리를 알선해 주겠다며 직접 부산으로 데려왔던 것. 이유리가 있던 노숙인 쉼터의 관계자는 "어린이집 하는 분인데 유리 취직 시켜준다며 직접 데려갔다"라며 손수정에 대해 설명했다.
형사들은 손수정의 주장에 대해 " 상상을 여러 번 해봤던 것 같다. 자신의 신분이 밝혀졌을 때 어떻게 진술해야 할지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해본 것 같았다"라고 분석했다.
이유리를 부산으로 데려오기 전 노숙인 쉼터 카페에 글을 올렸던 손수정. 그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자립 의지가 있는 이에게 일자리를 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립 의지가 있는 여성들 중 가족들과 연락 여부를 꼼꼼히 확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몇 년간 쉼터에서 생활하며 가족들과 왕래가 없던 이유리 씨를 알게 되었던 것.
사건 당시 손수정은 무직 상태로 매달 월세, 차, 렌트비, 대출 이자만 월 300이 넘었고 빚도 1억이 넘는 상태였다. 그 와중에 계약한 보험이 7개로 매달 보험료로 3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또 납입해야 했던 것. 그럼에도 손수정은 계속 이유리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백혈병 투병 중인 딸이 있었던 손수정은 딸의 입퇴원확인서의 날짜를 조작해 보험금을 청구했고, 이것이 통하자 거의 매달 문서를 조작해 보험금을 청구했다. 무려 40차례 이상 보험금을 청구해 수령한 보험금이 1억 3천만 원 이상이었다. 그리고 그는 1억 원 상당의 창업자금을 거짓으로 편취하기도 했다.
경찰은 손수정을 사문서위조, 공문서위조,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가장 중요한 살인죄가 빠져있었던 것.
손수정은 이유리가 사망한 다음날 바로 화장을 해 그 유해를 바다에 뿌려버렸고 이에 가장 중요한 사체가 사라졌던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손수정은 폐지 줍는 할머니에게 10만 원을 주면서 이유리를 자신의 딸이라고 해달라고 했고, 이에 화장까지 아무 문제 없이 진행했던 것이다.
어떻게든 진실을 밝혀내려 포기하지 않았던 경찰과 검찰. 검사는 손수정의 컴퓨터를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원했고 이에 손수정의 검색 기록이 드러났다. 이에 검사는 "피해자가 제발 진실을 밝혀달라고 나에게 알려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복원된 손수정의 웹 히스토리에서는 4월부터 독극물에 대한 검색어가 드러났다. 그리고 5월에는 대상 물색을 위한 검색을 했고 6월에는 무색, 무취, 무미의 고독성 농약 메소밀에 대한 검색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에는 사망 보험금 등의 검색까지 했던 손수정.
손수정은 처음에는 그런 검색을 한 사실이 없다고 잡아뗐다. 그러나 곧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검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사는 "왜 죽는 방법이 아닌 살인 방법을 검색했냐"라고 추궁했고, 손수정은 "검색만 했지 사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손수정에 대한 주변인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그와 7년간 연인이었던 남자를 찾아냈다. 남자의 존재가 드러나자 태도가 돌변한 손수정은 그에게 피해를 주기 싫다고 했다.
손수정의 연인은 고3 당시 13살 연상인 학원 선생 손수정과 처음 만났고, 그 후 재수하던 시절 손수정과 다시 만나 명문대 합격 후 7년간 연애를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손수정은 그에게 "20억 원의 유산을 상속받았다"라며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며 비싼 밥을 사주고 선물도 아낌없이 사주었던 것.
그러나 이혼 후 딸을 출산했다는 사실이 남성에게 들켰고, 이에 남성이 이별 통보를 해 두 사람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던 것이다. 이에 손수정은 임신을 했다며 20억의 유산을 가지고 함께 이민을 가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남성은 손수정이 본인과 다투던 중 초록색 뚜껑의 병을 가방에서 꺼내며 "사람들이 괜히 어려운 약을 찾는데 이 약은 구하기도 쉽고 먹어도 고통도 별로 없이 죽어"라고 위협을 했던 일이 있었음을 증언했다. 그리고 이 병은 바로 메소밀이었고,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이유리가 사망한 지 보름 뒤의 일이었다.
손수정은 메소밀을 산 적 없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구매했던 것. 이에 경찰은 손수정의 메소밀 구매 증거를 찾기 위해 애를 썼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이유리에 대한 살인 계속 부인한 손수정은 이유리가 왜 죽었냐는 질문에 "저는 모르겠어요. 이유리한테 직접 물어보세요"라고 양심의 가책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태도로 보여 모두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1심에서는 여러 가지 정황들을 바탕으로 손수정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살인죄가 인정된 것. 그러나 2심에서는 살인죄를 무죄로 판결하며 1심의 결과를 뒤집었다.
이에 검사는 "피해자는 억울하게 죽었는데 증거법에 의해서 진범이 무죄가 되니까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났다"라며 눈물을 흘려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검사는 대법원 최종심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그가 작성한 상고이유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앞으로 "살인자여,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해한 후 사체를 화장하는 등 은닉하라, 그리고 잡히면 부인하라. 그러면 완전범죄로 처벌받지 않을 것이다"라는 격언이 나오고 향후 이와 같은 모방 범죄를 부추기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법 정신이 누구나 공감하게 하는 명제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범인은 없고 피해자만 있는 판결이 속출하는 것이 정의인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원심의 판결은 외로운 피해자를 두 번 죽이고 외롭게 만들었습니다. 원심 판결을 파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대법원의 결정은 파기 환송.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재판하라는 명령에 따라 고등법원에서 4심, 대법원에서 5심이 진행됐고 최종 판결은 살인죄 유죄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그리고 손 씨의 욕심 때문에 범죄에 가담했던 그의 친 어머니는 사기죄에 대한 혐의가 인정되어 처벌을 받게 되었다.
이유리 씨의 생명뿐만 아니라 인생, 신분까지 빼앗으려 했던 손수정. 그에게 검사는 "신분 세탁을 위해 이유리의 신분으로 운전면허를 재취득하려 한 것 아니냐"라고 추궁했다.
그러자 손수정은 "피해자를 대구에서 데리고 내려오는 도중에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피해자가 운전면허를 따고 싶다는 말을 했다"라며 "걔가 죽었으니까 죽은 애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걔 명의로 운전면허증을 따주기 위해서 응시한 것뿐이다"라는 충격적인 답변을 남겨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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