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금리 견디는 美경제…이러다 9월에 또 올려 [뉴욕마감]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3. 7. 28.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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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준은 이날 기준금리 0.25%포인트를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으며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동결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2023.05.04.

미국 다우존스 지수(DJIA)가 연속 상승 기록을 13일로 마감하고 14일째에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전에 미국 2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오후장 들어 하니웰 등 주요기업의 실적이 기대치보다 낮게 보고되면서 지수는 하락반전해 장을 마감했다. 채권시장에선 경제가 초고금리를 너끈히 버티고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예고한대로 9월에 한 번 더 금리를 올릴 수 있겠다는 불안감이 퍼졌다. 결국 채권수익률이 반전상승(가격하락)하고, 증시 3대지수도 일제히 반락했다.

27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지수는 전일보다 237.4포인트(0.67%) 하락한 35,282.72를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29.34포인트(0.64%) 내린 4,537.41에 마감했다. 나스닥은 77.18포인트(0.55%) 하락해 지수는 14,050.11에 마쳤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2분기 GDP가 2.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조사한 경제학자들 예상치인 2%보다 0.4%p 높은 수치다. 상무부는 또 2분기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PCE)가 2.6% 상승했다고 밝혔는데, 당초 예상치인 3.2%나 지난 분기의 4.1%보다 낮은 수치다. 물가상승은 예상보다 낮고, 경제는 기대보다 높게 성장한 셈이다.

경제 상황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호전됐다는 평가에 오전장에선 다우가 14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나스닥은 전일비 1.3%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오후 들어 전일 금리상승 재개에 대한 분석이 다시 이뤄지고 하반기 고금리 상황이 계속 펼쳐질 것이라는 상황인식이 나오면서 우려심리가 발동했다. 경기침체 전망을 청개구리처럼 비웃으며 오르던 지수도 일제히 하향반전했다. 실적장세로 인한 파티를 충분히 즐긴 투자자들이 이익실현을 갑자기 앞다퉈 서두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초고금리 뚫고 美 2.4% 성장…비결은
A person shops at a Trader Joe's grocery store in the Manhattan borough of New York City, New York, U.S., March 10, 2022. REUTERS/Carlo Allegri
미국 2분기 GDP 성장률은 2.4%로 집계(속보치)됐다. 1분기 GDP가 예상을 깨고 2%로 올라선 것도 놀라웠는데 2분기엔 전분기보다 0.4%p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다. 미국 경기는 고금리 긴축정책으로 인해 하반기로 갈수록 침체를 겪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성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GDP 성장율은 지난해 1분기 -1.6%, 2분기 -0.6% 이후 꾸준히 플러스 값을 나타내고 있다. 2022년 3분기 3.2%, 4분기 2.6%, 2023년 1분기 2%, 2분기 2.4%로 4분기 연속 2%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기침체라는 용어의 정의가 2분기 이상 마이너스 성장율을 기록해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침체의 징후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예상과 달리 탄탄한 모습을 보이면서 정부와 정치권도 하반기 경기침체가 아닌 연착륙을 예상하고 있다. 전일 미 의회 예산국(CBO)은 금리인상과 실업률 상승이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긴 하겠지만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지지 않을 거라고 기대했다. CBO는 하반기의 연간 GDP가 0.4% 성장하고 내년과 2025년에도 꾸준히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장률이 저하되지 않는 분명한 이유는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미국 노동시장이 탄력적인 모습을 보이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어서다. 미국 실업률은 3% 초반으로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소비경제가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미국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억눌렸던 가계지출 등이 폭발하면서 이른바 '골디락스'를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루스테이지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브 릭은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데 GDP 성장은 꾸준하다"며 "어제 금리인상이 재개돼 인플레이션은 추가적으로 하락할 것이고, 소비자들은 핵심 상품의 가격상승으로 인한 부담에서 벗어날 것이기에 미국 경제는 올해 상반기보다 더 강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번 파티는 끝나간다
(뉴욕 AFP=뉴스1) 김예슬 기자 =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를 걷고 있는 직장인들. 최근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는 가운데 '화이트칼라' 직장인에게 해고 바람이 불고 있다.22.10.07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우는 13일 연속 상승세, S&P 500은 최근 1년여 만에 처음으로 4600까지 상승하는 눈부신 랠리를 펼쳤다. 그러나 BTIG의 조나단 크린스키는 "광범위 시장지수는 이제 고갈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 몇 주 동안 그래왔듯이 랠리가 지쳐가야 한다는 신호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다우 지수의 하락은 기술적으로는 하니웰인터내셔널이 촉발했다. 하니웰은 2분기 주당이익 2.23달러를 기록해 리피니티브가 컨센서스 추정치 2.21달러를 상회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이 회사 매출은 91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해 예상치인 91억 7000만 달러에 못미쳤다. 하니웰 주가는 실적발표 후 5.31% 급락했고 다우 지수 구성사인 탓에 지수의 반락을 이끌었다.

시장에선 프렌차이즈계의 애플로 불리던 치폴레 멕시칸 그릴의 추락도 장 분위기를 좋지 않게 만들었다. 치폴레는 2분기에 25억 1000만 달러의 매출을 냈는데 예상치보다 2000만 달러 가량 모자랐다. 치폴레 주가는 10% 가까이 급락했다.
GDP 발표후 국채수익률 상승
전일 연방준비제도(Fed)가 7월 FOMC(공개시장위원회) 결과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하자 국채시장에서 수익률은 일제히 하락했다. 7월 금리인상이 올해 마지막 캠페인이 될 거라는 기대가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채권을 사러 몰려든 탓이다. 시장심리는 이제 금리가 최상단 꼭지에 도달했기 때문에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인식으로 귀결됐다. 채권을 사두면 금리가 내려갈 때마다 수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날 상무부 발표로 2분기 GDP가 예상보다 나은 것으로 발표되자 이는 국채금리 상승반전의 발단이 됐다. 최대 5.50%라는 초고금리에도 경제상황이 전혀 위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서 9월에 연준이 금리를 한번 더 올릴 수 있지 않겠냐는 불안감이 조성된 것이다. 현 상황의 금리수준에도 경제에 타격이 크지 않기 때문에 연준으로서는 금리를 한 차례 정도 더 올려 물가를 확실히 잡으려 할 것이란 추측이 설득력을 얻었다. 제롬 파월 의장 역시 전일 9월 기준금리에 대한 물음에 "올릴 수도 있지만, 동결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던 터라 채권 투자자들의 심리적 상단이 하루 만에 더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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