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골프장 골프카트 정면 충돌 "누가 잘못했을까?"

김인오 2023. 7. 2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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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어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있다. 

"절대 기죽지 마라. 목소리 큰X이 이긴다." 노래 가사 중에는 "임자가 따로 있나 앉으면 임자지"도 있었다. 전쟁 이후 무질서한 시대를 잘 반영하는 '절대 잘못을 인정하지 않던' 시기였다.

7살쯤으로 기억된다. 옆집 아이가 또 다른 옆집 여자 아이가 필자를 좋아한다고 놀렸다. 그래서 결투를 신청했다. 싸움은 시작됐고, 그가 손으로 얼굴을 할퀴었다. 화가 나 박카스 병 정도 되는 것을 들고 한 대 쳤다. 그날 어머니에게 30분은 족히 맞은 듯하다.

그것이 처음이자 인생 마지막 싸움이 됐고 어머니로부터 종아리를 맞은 마지막 기억이다. 어머니는 "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하느냐"며 나무라셨다. 어머니도 맘이 아프셨는지 자고 있는 필자의 종아리에 안티푸라민을 발라주던 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후 변명하지 않으려하고 잘못에 대해 따져보고 인정되면 고치려 노력한다.

그런데 얼마 전 황당하고 답답한 사건이 골프장에서 일어났다. 캐디 없이 운영하는 골프장에서 역주행하는 골프카트와 정면충돌 했다. 리모콘으로 플레이 구간을 컨트롤하고 홀 간 이동은 수동으로 하는 매뉴얼이었다. 일본과 외국에 나가서도 자주 해왔던 시스템이라서 그리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13번홀 그린과 14번홀 티잉그라운드 사이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그린 홀아웃을 위해 수동 정지를 시킨 후 4명 모두는 그린으로 향했고 아주 잠시 후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달려가서 보니 역주행해서 오는 골프카트와 완전 정면충돌 했다. 40대 초반쯤 보이는 남녀 한 쌍은 13번홀 그린에 웨지아이언을 놓고 와서 가지러 오는 중이라고 했다.

너무도 순간적이었기에 우리 일행이 "아! 카트가 오작동을 했나보네요"라고 하자 카트를 살펴본 후에 "아니 갑자기 내려오면 어떡하냐"라며 적반하장 식이었다. 다행히 카트는 저속 운행과 정면충돌로 상대방 카트는 별 이상이 없었고 우리 카트 충격완화 장치가 조금 꺾였을 뿐이었다.

서로 운이 나빴다고 치부하려는 순간 되레 역주행 운전자가 더 큰 목소리로 정주행하고 있던 우리에게 더 화를 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사고의 원인 제공은 역주행 때문이고 또 역주행해서 오더라도 카트 유도 선으로 오면 안 된다"고 하자 "뭐야 당신들이 잘못이지"라고 더 목소릴 높였다. 한 술 더 떠서 "여기가 도로냐? 그러면 경찰 부를까?"라며 흥분이 고조돼 있었다.

우리 카트 역시 일부 잘못이 있다고 했는데도 본인들은 잘못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경기과 담당 직원이 와서 "역주행한 분이 잘못"이라고 인지시켰음에도 사과 한마디 없었다.

골프는 에티켓의 스포츠라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다. 왜 잘못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을까. 우리가 일부 잘못이 있다는데도 자신들의 억울함만을 소리 높여 외칠 뿐이다. 심지어 욕까지 했다는데 필자는 듣지를 못했다. 좀 더 흥분했다면 큰 싸움이 될 뻔 했다.

중남미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책으로 읽은 적이 있다. 스페인의 오랜 지배를 받으며 잘못을 인정하면 즉결 처단됐기 때문이란다. 중국 역시 사부인착(死不認錯)이란 말이 있다. 죽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대만 작가 보양이 말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역시 언제부터인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더 화를 내는 것을 자주 목격하고 있다. 특히 정치인들에게서 많이 보인다. 

오죽하면 미국 정신의학회에 화병(火病)이 'hwa-byung'으로 등재돼 있을까 싶다. 화병은 한국 문화에서 자주 발생하는 현상으로 주위 사람을 상처 입게 하고 정작 더 큰 상처는 본인이 더 받는다. 위험의 'danger'에서 d를 빼면 'anger' 화가 된다. 화만큼 위험하고 마음과 몸을 상처 나게 하는 것은 없다. 

며칠 전 아내가 뒷차를 못보고 차선을 변경해 상대 운전자가 화가나 쫒아와 따졌다. 그러자 아내는 "아! 죄송해요. 못 봤네요. 양보해 주셔서 사고가 안 났네요"라고 하자 별말 없이 갔다. 제발 바라건대 골프장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과 사고 그리고 에티켓, 룰의 잘잘못 이젠 인정할 건 인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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