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외국산 농축산물’ 권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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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집중호우가 중부지방을 강타하던 때, 양파농가들은 열흘 동안 세찬 비를 맞으며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 섰다.
하지만 농업경영비가 상승세를 보여도 정부는 농산물 가격이 평년과 비교해 오르면 물가안정을 해치는 주범으로 보고 가격을 규제했다.
국산 농산물의 가치를 알리고 소비 증대에 나서야 할 정부가 거꾸로 농산물 수입에 앞장선다는 점에서도 물가안정용 농축산물 수입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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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집중호우가 중부지방을 강타하던 때, 양파농가들은 열흘 동안 세찬 비를 맞으며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 섰다. 이들은 양파의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을 현행 2만여t에서 11만여t으로 9만t 증량한 기재부의 방침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하며 릴레이 시위를 펼쳤다. 정부는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양파 TRQ 물량(9만2000t)에 맞먹는 규모를 올 하반기에 저관세로 수입하려고 시동을 걸었다. 명분은 또 ‘물가안정’이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농축산물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를라치면 외국산 농축산물의 저관세 대량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심화된 상황에서 물가안정은 분명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하지만 농축산물 수입이 쉽게 물가안정 대책으로 제시되면서 이제 농업계 바깥에서는 별다른 문제의식도 갖지 않는다. 정부가 식품업계나 외식업계 관계자를 만나 가격 인상 자제만 요청해도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과는 딴판이다.
기업들이 원재료 가격이 올랐다면서 제품 가격 인하에 난색을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농민들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른 농업경영비를 감내해야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농가판매 및 구입가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비료비·영농광열비·자재비·사료비·인건비 등 오르지 않은 품목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영농활동을 지속하려면 그만큼 농산물 가격이 받쳐줘야 한다. 하지만 농업경영비가 상승세를 보여도 정부는 농산물 가격이 평년과 비교해 오르면 물가안정을 해치는 주범으로 보고 가격을 규제했다.
이제 농가들은 농산물 가격이 오를 때도 외국산 농축산물의 공습을 먼저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농산물 가격 하락에 대응하는 농가 경영안전망은 미국·일본 등 외국에 비해 성기게 짜인 상황에서 그나마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기회조차 사라지고 만 것이다. 지난해 농업소득이 1000만원 밑으로 곤두박질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국산 농산물의 가치를 알리고 소비 증대에 나서야 할 정부가 거꾸로 농산물 수입에 앞장선다는 점에서도 물가안정용 농축산물 수입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부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는 농촌을 더욱 아프게 할퀴고 지나갔다. 농가들이 엉망이 된 농장 복구를 마치기도 전에 벌써부터 농작물 수급에 관한 우려가 터져나온다. 대통령이 나서서 수해 복구에 충분한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와 함께 나올 물가안정 대책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는 것이 농업계의 과한 기우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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