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고수되기] 세차하니 새 차 됐네…스트레스도 말끔히 씻겨요
엔진열 완전히 식힌 후 작업 시작
세정제는 위에서 아래로 뿌리고
폼건 쏠 땐 바퀴 사이도 꼼꼼히
거품 마르기 전 재빨리 씻어내야
‘애마’ 관리 자체가 하나의 취미로
카샴푸 등 세차용품도 다양해져
“차 닦다보면 복잡했던 맘도 개운”
비가 오면 할까, 말까 하는 것은? 정답은 세차다.
요즘 주변에서 셀프손세차장을 쉽게 볼 수 있다. 자동차를 단순히 이동 수단으로만 쓰는 게 아니라 관리하는 것조차 취미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차라는 말 대신 ‘디테일링’이라고도 한다. 누군가는 “세차를 배워야 하느냐” 묻겠지만 오로지 세차라는 주제 하나로 10만 유튜버가 된 강동규 세알남 대표와 이욱성 이사 생각은 다르다. 손세차는 어떻게 해야 고수가 될 수 있을까? 이들을 대전 서구 세알남 세차용품숍에서 만났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늘 세차할 차는 가져오셨나요?”
강 대표는 활기차게 기자를 맞이했다. 그는 중학교 시절 친구인 이 이사와 함께 세차용품숍을 운영하며 5년째 세차 꿀팁을 전하는 유튜브 ‘세알남’(세차 문화 알려주는 남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오직 세차를 주제로 6월에 구독자 10만을 넘겨 유튜브 실버버튼을 받았다. 이밖에도 온라인 쇼핑몰 ‘세알남’을 열고 동남아시아 등지에도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예전에는 차를 깨끗하게 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요즘 차를 제 몸보다 아끼는 사람들은 세차가 삶의 일부분이라 생각해요. 세차를 잘하면 차를 깔끔하게 오래 탈 수 있고, 닦는 과정에서 복잡한 마음이 정리되고 스트레스도 해소돼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세차 용품을 구비합니다.”
오늘 세차할 차는 본지 사진기자인 현진 기자와 늘 함께하는 애마(?)다. 현 기자는 일주일에 1200∼2000㎞를 주행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차를 구매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 주행거리가 5만㎞에 달할 정도. 특히 그가 주로 가는 곳은 흙탕물이 튀기 쉬운 농촌이다. 이날도 차 앞부분과 창문 등에 흙먼지가 잔뜩 껴 있었다.
“아이고, 근데 진짜 큰 차를 가져오셨네요. 혼자 세차하려면 버거울 텐데. 아마 오늘 후회하게 될 거예요.”
먼저 세차용품숍에서 간단한 용품 설명을 들었다. 투박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세차용품숍은 그야말로 유명 위스키바를 방불케 하는 비주얼이었다. 각종 코팅제와 카샴푸가 즐비하고, 제품 케이스도 휘황찬란했다. 용품도 클리너를 비롯해 코팅제·프리워시제·수건·양동이 등 다양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세차 용품 하나를 사도 꼼꼼히 따진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 세제를 푼 물을 양동이로 끼얹고 마당에 있는 호스로 헹구던 옛날 방식과 크게 달라진 것이다.
본격적인 세차를 위해서 인근 셀프손세차장으로 향했다. 보통 주유소에서 제공하는 세차서비스와 달리 요즘은 셀프손세차장이 지역을 불문하고 곳곳에 있어 본인이 직접 차를 닦을 수 있다. 셀프손세차장은 각각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구역이 나뉘어 있고, 고압으로 물을 쏴주는 고압건과 거품이 분사되는 폼건 등이 비치돼 있다. 결제기에 카드를 대면 시간별로 계산된다. 1분 이용에 1000∼3000원이다. 보통 한번 세차할 때 적게는 8000원에서 차가 크거나 오염이 심하면 2만원 정도 든다. 일반적으로 손세차서비스를 받으면 비용은 10만원에 달한다. 장비 구입비는 들지만 장기적으론 손세차를 하는 게 저렴한 것이다.
“일단 차에 붙은 때를 불리는 작업을 할 거예요. 세차할 때는 흰옷은 피하는 게 좋아요. 오염이 옷에 튈 수도 있거든요.”
옆에서 차주인 현 기자의 조그마한 “파이팅” 소리를 들으며 세정제를 물에 풀었다. 비율은 세정제마다 다른데 보통 병에 쓰여 있다. 농축액이므로 아주 많은 양이 필요하지는 않다. 원래 차 내부를 세차한 뒤 외부 세차를 하지만, 이날은 외부 세차만 했다.
“잠깐만요. 아직 차가 안 식었어요.”
세차는 자동차 엔진이 완전히 식은 상태에서 해야 한다. 엔진이 뜨거우면 거품이 올라가자마자 말라붙어 오히려 닦기 어려워진다. 차를 식히는 데 꼬박 20분이 걸렸다. 차가 식은 걸 확인하면 그때 다용도세정제(APC)를 넣은 물을 차 곳곳에 뿌린다. 이를 프리워시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차에 붙은 오염이 불어나 떼기 쉬워진다. 되도록 위에서 아래로 뿌리는 게 좋다.
차의 절반쯤 분사했을까? 벌써 어깨가 뻐근하다.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던 강 대표의 말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차에 붙어 있던 벌레·새똥·물때가 천천히 녹으면서 아래로 미끄러지는 게 보인다. APC를 다 분사했다면 고압수로 시원하게 헹궈준다. 고압수는 순간적으로 몸이 확 뒤로 젖혀질 정도로 수압이 세다.
“지치기엔 아직 일러요. 이제 본격적으로 세정해야 하거든요.”
오염이 떨어지면 다음은 폼건을 이용한 샴푸질이다. 기자가 폼건을 잡자 이 이사가 “아∼, 저 이거 하려고 세차하는데 특별히 기회 드리는 겁니다”라며 너스레를 떤다. 하얀 거품이 호스를 타고 총 모양 분사구에서 나온다. 차가 생크림 케이크처럼 하얗게 될 때까지 덮어주면 된다. 이는 남은 오염을 닦기 위해 뿌리는 것이다. 옆에서 현 기자가 “지붕 부분이 안됐어요”라며 가볍게 훈수를 둔다. 지붕뿐만 아니라 차 아래나 자동차 바퀴 사이도 뿌려줘야 한다.
거품을 모두 뿌렸다면 다시 헹궈준다. 오염이 사라지니 짜릿하다. 이 순간을 느긋하게 즐기려는데 강 대표가 옆에서 독촉한다. 고압수를 너무 늦게 분사하면 거품이 말라붙기 때문이다. 자외선이 강한 날이나 지붕이 없는 세차장에선 몸을 빨리 움직이는 게 좋다. 이어 습식코팅제를 차에 입히는 작업이 뒤따른다. 코팅하면 비가 와도 물방울이 동그랗게 맺히면서 떨어져 시야 확보에 좋다.
마지막으로 드라잉존에 가서 차를 말려주면 끝. 세차용 수건을 넓게 펴서 물기를 꼼꼼하게 제거해준다. 가장 수고스러운 작업이다. 물기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이 또한 얼룩으로 남게 된다.
“차는 깨끗해졌는데 기자님 옷이 엉망이 됐네요. 하하.”
세차를 끝내니 거품이며 물이 옷에 이리저리 튀어 있다. 반면 강 대표와 이 이사 옷은 함께 세차한 사람이라고 믿지 못할 만큼 깨끗하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인가. 세차하느라 하도 팔을 들어 올렸더니 어깨가 아릴 지경이다. 하지만 어느새 매일 고생하던 현 기자의 차는 마치 방금 출고한 차처럼 햇빛 아래 반짝거린다.
곁에 있던 현 기자가 “세차를 하니 새 차가 됐다”며 기뻐했다.
머지않아 내 차를 세차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앞창에 방울진 물방울을 마지막으로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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