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詩 읽기] 어떤 사람으로 불리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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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은 어떤가.
이름표를 달고 다니게 됐는데 그 이름은 실제 내 이름과 다르다.
사람들이 그 이름으로 나를 호명하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는 내가 기분 나쁘지는 않다.
아니면 내가 닮고 싶어 하는 한 사람의 이름을 적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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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은 어떤가. 이름표를 달고 다니게 됐는데 그 이름은 실제 내 이름과 다르다. 사람들이 그 이름으로 나를 호명하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는 내가 기분 나쁘지는 않다. 이 시를 읽고 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사랑하는 아내이거나 자식들의 이름이라면 말이다.
박남희 시인의 시를 따라 읽으며 재미있고 즐겁고 또 아름다워서 몇번을 소리 내 읽었다. 자잘한 실수를 담은 일상 시들은 공들여 조각된 그 어떤 시보다 낮고도 가깝게 다가와 깊게 스민다. 이 시는 꼬리표 붙은 경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안에 꼬리표를 펄럭이게 했다는 면에서 시적 성과를 거뒀다. 계속해서 인생을 따라오면서 내 갈 길을 함께해주는 꼬리표는 인생의 여행을 견인시켜준다는 면에서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꼬리표라는 단어는 실제로 서늘한 표현으로도 쓰인다. 특정한 표시를 남긴다는 면에서 사회에서 안 좋은 식으로 분류되는 형식을 말할 때도 쓰는 말이다. 역사 속에서 수많은 사람은 꼬리표에 따라 나뉘어 차별받기도 했으며 억울해하기도 했다.
나라는 사람은 어떤가. 어떤 꼬리표를 달고 살길래 떼놓고 살 수만 있다면 어떤 자리에 갈 때는 꼬리표를 떼어 하수구에 버리고 싶은가. 또 어떨 때 우리는 남의 꼬리표를 슬쩍해다가 잘 보이는 곳에 붙이고 활보하고 싶은가.
박 시인의 마음처럼 나도 꼬리표 하나 가져야겠다. 그 꼬리표에다 무엇을 적을까. 숫자를 적을까. 좋아하는 단어를 적을까. 아니면 내가 닮고 싶어 하는 한 사람의 이름을 적을까.
좋은 시 덕분에 꼬리표 하나 얻었으니 궂은 날 외출을 하더라도 기분이 남다르겠다.
이병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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