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배추값…산지 “매뉴얼 안 따르고 방출한 여파”

이민우 2023. 7. 2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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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새 2배, 그다음날 폭락
이달 들어 급등락 패턴 잦아
“호우로 출하 차질 빚는 데다
정부 방출로 변동성 폭 커져”
농식품부 “공급 급감에 대비
시세에 영향 미칠 수준 아냐”

집중호우로 노지채소의 수급불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최근 배추값 변동성이 확대돼 출하자들의 우려가 늘고 있다. 특히 일부 출하자들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수급정책이 변동성을 키운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등 출하자단체에 따르면 이달 들어 배추값이 어느 때보다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보통 시장 반입량에 따라 농산물 경락값의 등락폭이 커지지만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지나치게 잦다는 게 출하자들의 주장이다.

실제 서울 가락시장에서 배추 가격은 5일 10㎏들이 상품 한망당 평균 5934원을 기록했으나, 6일에는 1만165원으로 두배가량 상승한 뒤 7일에는 다시 4403원으로 떨어졌다. 이어 3000∼8000원대를 오가던 배추값은 15일 1만4811원으로 급등했고 다음 경매일인 17일에는 3분의 1 수준인 4326원으로 떨어지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수준의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배추값 변동성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두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우선 비 때문에 산지 출하작업이 중단되는 사례가 많아 시장 반입량 또한 크게 출렁이게 됐고, 거기에다 소비부진이 겹쳐 경락값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다는 것이다.

고행서 대아청과 경매사는 “통상 비가 내리면 일기예보에 따라 산지 작업 일정을 조율하는데, 올해는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가 많아 산지 작업이 일정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며 “그런 상황에서 김치공장들이 봄배추를 대량 수매한 영향으로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다보니 시장 반입량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출하자들은 이같은 산지 여건뿐 아니라 정부의 수급정책 또한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유련에 따르면 정부는 6월 중순부터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배추 비축물량을 가락시장에 꾸준히 방출하고 있다. 한유련이 문제 삼는 건 정부의 방출 기준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농산물 수급조절 매뉴얼에 따르면 7월 비축물량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상승 경계’ 단계 기준가격은 1만536원이다. 하지만 정부는 배추값이 그보다 훨씬 낮은 기간에도 배추를 지속적으로 방출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췄다는 분석이다. 한유련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등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정부는 7월1∼5일 하루 평균 50t씩 비축물량을 방출했다. 하지만 당시 배추값은 4000∼7000원대에 불과해 수급조절 매뉴얼이 제시한 방출 기준에 훨씬 못 미쳤다. 이후에도 정부는 기준가격보다 낮은 값이 이어짐에도 지속적으로 물량을 방출했고, 17일에는 100t으로 방출물량을 늘렸다는 게 한유련 측 주장이다.

이광형 한유련 사무총장은 “가격 급등기가 4∼5일 이어질 경우 강세장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 비축물량을 방출해 가격을 낮추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며 “하지만 최근 정부는 가격 추세를 지켜보지 않고 하루 급등하면 바로 비축물량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어 오히려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격 변동성이 높아지면 산지의 출하계획에도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정부가 수급조절 매뉴얼 기준을 지켜 이같은 변동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대해 정부는 비축물량 방출이 가격에 큰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었고 집중호우에 따른 산지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물량을 늘린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원예산업과 관계자는 “비축물량의 품위 점검 차원에서 가락시장에 일부 물량을 방출했지만 전체 반입량 대비 비중이 낮아 가격 급등락을 불러올 수준은 아니었다”며 “하루 방출물량을 100t까지 늘린 적 있지만 이는 집중호우에 따른 엽채류 피해로 대체 소비가 발생할 것을 예측해 마련한 대응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출하자 반발이 이어져 품위 점검 차원의 물량 방출은 중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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