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역대 최대인데…한은의 선택은
자본유출 대비해 금리 인상으로 대응 의견 나와
경기부진·금융불안정에 금리 인상 어렵다는 시각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미 금리 역전 차가 역대 최대인 2%포인트까지 벌어지면서 한국은행이 다음달 24일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지 관심이 모인다. 자본 유출을 고려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경기 부진에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28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 연준은 25~26일(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한국은행이 이달 13일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만큼 한국(3.5%)와 미국(5.25~5.5%) 금리 차는 역대 최대인 2.0%포인트로 확대됐다.
제롬 파월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데이터로 뒷받침이 된다면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확실히 있다”면서도 “데이터 내용에 따라선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하는 걸 선택할 수도 있다”며 금리 인상과 인하 가능성 모두를 열어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여러 차례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수차례 표명해왔지만, 한미 금리차 역전 확대에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원·달러가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만, 경기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금리를 올려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세다.
근거로는 우선 금리 결정의 최우선 고려 사항인 물가가 한은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 7.9%를 고점을 찍은 후 6월에는 2.7%로 떨어졌다. 굳이 금리 인상에 나설 명분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 불안도 고려해야 한다. 올 1분기 최저 생계비만 제외하고 모든 소득을 대출 원리금 상환에 쏟아붓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70% 이상 차주 수는 299만 명에 달한다. 금리를 높이면 이들의 연체율 상승이나, 부동산 PF 리스크 등이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 총생산은 전기대비 0.6% 성장했지만, 수출보다 수입의 낙폭이 더 큰 불황형 흑자에 기댄 성적표다. 숫자상 성장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하반기에도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지연과 반도체 부진 회복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되레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리 차에 따른 자본 유출 가능성도 낮아졌다. 통상 금리 역전차가 확대되면 외국인의 자본 유출과 환율 급등으로 이어지지만 최근에는 그렇지만도 않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에 맞불을 놓을 필요성이 줄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금리차 확대에도 국내 증시에는 되레 외국인 자금이 밀려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안정적이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1277.7원으로 1개월 전보다 1.74% 떨어졌고, 3개월 전에 비해서는 4.51%가 빠졌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경기 부진과 기업들의 줄도산, 가계 부채 부실에 따른 금융 불안정을 이유로 금리 인상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봤다.
황세운 자본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이 한동안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자금 유출 압력 부담이 제한적인 수준에서 현재 기준금리의 무게 추는 물가보다는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따른 금융 안정과 경기 개선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준이 7월에 이어 9월에도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경우 한은도 금리 인상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외국인이 굳이 우리나라에 투자할 유인이 없어지며 자본 유출 우려가 높아진다"면서 "기준금리를 올려서라도 외국인 투자 이탈을 방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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