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생보사 출구 전략...제판 분리 경쟁 '후끈'
판매 경쟁 인한 부작용은 '우려'…전문가들 "당국 규제해야"
[서울=뉴시스] 한재혁 기자 = 국내 생보사들이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설립으로 '제판분리' 경쟁에 나선 가운데 이들 GA가 모기업의 점유율 유지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각에선 과도한 비용지출 경쟁과 설계사들의 잦은 이동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는만큼 GA시장에 대한 당국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28일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자회사형 GA 시장 평가와 과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14곳의 보험사가 총 16곳의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General Agency)를 운영하고 있다.
GA는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보험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대리점을 말한다. 특정 회사의 상품이 아닌 대부분 손보사나 생보사의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보험 백화점'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중 자회사형 GA는 생보업계를 중심으로 '제판분리' 기조 하에 그 수를 늘렸다. 제판분리는 상품설계와 제조는 모회사가 맡고 판매는 자회사(GA)가 담당하는 형태로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04년 첫 자회사형 GA가 설립된 이후 최근에는 중형사나 금융지주계열 보험회사도 자회사형 GA를 설립하면서 제판분리 유형이 다양화되고 있다.
생보사들이 GA설립에 열을 올리는 것은 제판분리를 통한 점유율 유지와 수익 창출이라는 복안이 배경으로 꼽힌다. 생보업계는 과거 종신보험 등의 상품군에 주력했으나 하지만 저출산과 고령화, 가족구조의 변화 등으로 소비자 유입 요인이 줄어들고 보험상품에 대한 수요가 보장성보험으로 변화하며 손보사들에게 주도권을 내주기 시작했다.
전속설계사들의 이탈도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통상 전속영업조직은 보험사의 영업통제력이 강하게 작용해 일정 수준 시장점유율 확보에는 유리하지만 소비자들의 상품 비교 수요가 늘어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전속설계사들의 이탈도 가속화되면서 판매 채널 내 인력 공급도 GA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국내 보험설계사들의 13회 정착률은 40~50% 수준인데, 이는 설계사 2명 중 1명은 1년이 지나기 전에 영업조직에서 이탈함을 의미한다. 생보사의 대면영업 매출 비중이 초회보험료 기준 99.3%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치명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생보사들은 제판분리를 통한 활로 모색에 나섰다. 한화생명은 지난 2021년 자회사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설립한 데 이어 올해 초 GA업계 6위권인 피플라이프를 인수하며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라이프랩, 피플라이프 등 GA 3사를 보유하게 됐다. 소속 설계사 규모만 2만5000명에 달한다.
흥국생명은 지난달부터 설계사 1300명 규모의 HK금융파트너스의 운영을 시작했다. 이 외에도 신한라이프,동양생명, 라이나생명 등 생보사들 역시 자회사형 GA를 운영해 제판분리에 나섰다. 지난해 기준 자회사 GA의 전체 수수료의 74.9%가 모회사에서 발생한만큼 이들 자회사는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자회사형 GA 확산으로 인한 부작용 또한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다. GA시장이 자회사형 GA와 일반 GA(비자회사형)으로 양분된 데 이어 다 판매 경쟁이 심화되면서 M&A(인수·합병)를 통한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GA소속 설계사 중 대형사 설계사 인력비중은 지난 2015년 58.2%에서 지난해 74.7%로 8년간 16.5%포인트 증가했다. 또 대형 GA중 적자기업 비중은 지난 2018년 17.6%에서 지난해 29.3%로 4년 12.3%포인트 늘었다.
전문가들은 GA시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모집시장의 중심축이 GA채널로 이동함에 따라 판매인력 확보를 위한 GA 업체 간 과도하거나 무분별한 경쟁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판매인력 증원을 위한 GA 업체의 과도한 비용지출 경쟁과 설계사들의 잦은 이동이 불완전판매나 승환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제판분리 환경에서는 상품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추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aebye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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